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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범죄전담팀 라플레시아걸
한새마 지음 / 북오션 / 2023년 1월
평점 :
잔혹범죄전담팀 라플레시아 걸 (2023년 초판)
저자 - 한새마
출판사 - 북오션
정가 - 16000원
페이지 - 248p
한국 미스터리를 이끌어갈 그녀의 첫 발자국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거쳐 매력적인 단편을 쏟아내던 '한새마'작가의 첫번째 장편이 출간됐다. 그녀의 단편을 하나라도 읽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화려한 필력과 섬세한 심리묘사, 치밀하고 꼼꼼한 복선과 충격적 결말의 절묘한 밸런스를 말이다. 한번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있지만 일단 발을 들여 놓으면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추리의 마술사.
뱃가죽이 난도질 당해 라플레시아 꽃처럼 벌려진 잔혹한 시신.
그리고 그 현장에서 발견된 꼬마 소녀 시호.
세월이 흘러 형사로 장성한 시호는 자신의 등에 라플레시아 꽃을 문신한 뒤,
잔혹한 살인마를 찾아 헤맨다.
고급 빌라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노인의 미스터리.
순진한 소녀에게 다가오는 사이비 종교의 마수.
좀비 마약에 취해 지랄발광하는 폭력배.
생소할지도 모르는 꽃이름 라플레시아는 말레이시아의 알려진 휴양지 코타키나발루의 키나발루산에서만 서식하는 대형 꽃이라고 한다. 얼마전 코타에 여행갔을때 한번 가볼까 마음 먹었는데, 이 산에 가는게 꽤나 고되고 꽃 사진을 찍는데도 돈을 지불해야 한다기에 아쉽지만 포기해야했다. 여튼 악마가 만든 것 같은 기괴한 꽃을 가죽을 벗겨낸 시신으로 생각하니 그로테스크하기 그지 없다.
각각의 캐릭터들과 갖가지 사연들이 모여 클라이막스를 향해 쉴새 없이 치달아 간다. 작가 본인은 국내 최고의 메리지 스릴러 여왕을 지향한다. 그녀의 작품 속엔 다양한 모성이 녹아들어있다. 때로는 안타까움으로, 때로는 노스텔지어적 감성으로, 때로는 지독한 광기로... 이 작품에도 역시 그녀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모성이 교묘히 녹아들어 있다. 과연 작품속에서 모성이라는 트리거가 어떤 반전의 묘미를 선사할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을듯.
아무래도 '한새마'작가와 문우이다 보니 이 작품의 탄생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몇가지 썰을 풀어보자면 이번 장편은 그녀가 발표한 단편 2개를 합쳐서 만들어낸 작품이다. 그중 하나가 엘릭시르 단편부문 대상을 받았던 작품이다. 그 단편의 클라이막스 부분을 상당히 인상깊게 봤는데 이렇게 장편으로 다시 보니 전과는 다른 맛이 나는것 같다. 여튼 기존 단편을 재조합하여 장편을 써내는 능력이라니.... 솔직히 너무나 부럽다....
추가로 순진했던 소녀가 차츰차츰 사이비 종교에 빠져드는 이야기는 작가 자신이 직접 겪었던 경험을 각색한 것으로 생생한 경험담에서 나오는 리얼리즘이 녹아있다. 입사식을 위한 교리문제는 실제 종교 시험을 연상케 할 정도로 이색적이라 눈길이 간다. (왜 문제만 내고 정답은 알려주지 않는건가..) 적당히 잔혹하고 한국적 오컬트가 녹아있어 굉장히 취향저격이었으며 날개돋힌듯 페이지가 넘어가는 페이지터너 작품이다. [사바하]나 심야괴담회 애청자라면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ㅎㅎㅎ 그녀의 힘찬 발걸음에 아낌없는 응원과 찬사를 보낸다.
속편을 암시하는 마무리로 끝내는데 2편은 언제쯤 볼 수 있는겁니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