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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기피증이지만 탐정입니다
니타도리 케이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11월
평점 :
대인기피증입니다만 탐정입니다 (2022년 초판)
저자 - 니타도리 게이
역자 - 구수영
출판사 - 내친구의서재
정가 - 16800원
페이지 - 411p
소심한 탐정의 성장소설
'극한' 일상 미스터리인 '하무라 아키라'시리즈를 내주고 있는 '내친구의서재'에서 신작 일상 미스터리가 출간됐다. 작가 '니타도리 게이'는 몇 년전 기발한 서술트릭 모음집 [서술트릭의 모든 것]으로 처음 알게 된 작가이다. 이번 작품은 두 번재 만남으로 [서술트릭의 모든 것]에서 느꼈던 신박함을 기대하며 페이지를 펼쳐들었다.
작품을 말하기에 앞서 잠시 간증 타임을 가져야겠다.
요즘 같은 MBTI가 유행되기전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게 혈액형 유형이었는데 본인은 트리플A형에B를 합친 AB형의 유형이었다. MBTI로 따지자면 앞자리가 I인 성격이랄까. 타인과의 대화를 이어나가는데 굉장히 힘든 사람이라 말할 수 있다. 대화가 끝나고 다음 대화가 이어지기 전의 그 어색한 적막..... ㄷㄷㄷㄷ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지는데, 이 작품의 주인공 후지무라 미사토는 유년시절 받은 상처로 인하여 심각한 대인기피증에 빠진다. 소년은 장성하여 대학생이 되었고, 낯선이에게 말을 걸 수 없어 주문조차 하지 못하는 이 청년이 여러 사건들과 얽히면서 자신이 쳐 놓은 벽을 깨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게 되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1. 논리의 우산은 쓰더라도 젖는다
- 법학부 신입생 환영회에 참석한 미사토. 의도치 않게 강의실에 홀라 남게된 미사토의 눈에 벽에 세워둔 고급 우산이 띈다. 미사토는 신입생 소개를 바탕으로 우산의 주인에 대해 추리하기 시작하는데....
2. 니시지바의 프랑스
- 옷가게 탈의실로 들어간 여성이 그대로 사라져버리는 미스터리 탈의실. 미사토가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추리를 시작하는데....
3. 노래방에서 마왕을 부르다
- 노래방에 모인 미사토와 친구들. 오렌지 쥬스를 시켜 마시며 노래를 열창하던 미하루가 갑자기 쓰려진다. 그녀의 상태를 살펴보니 만취상태. 미하루를 제외한 5명의 사람들중 미하루에게 술을 마시게 만든 범인은 누구인가?
4. 부채 속으로 사라진 사람
- 발디딜틈 없는 축제현장에서 지갑을 소매치기 당하는 절도사건이 벌어진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범인은 누구인가?
5. 눈을 보고 추리를 말하지 못하는 탐정
- 대학내 담뱃방에 놓아둔 PC가 통째로 분실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담뱃방은 카드키가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지만 유일한 카드키는 망가진 상태. 잠겨있던 밀실에서 어떻게 PC가 분실될 수 있었을까?
타인과의 소통이 힘들어 비약적으로 추리력이 상승하는 미사토의 설정은 깊이 공감 되면서도 흥미롭다. 머릿속으로 몰아치는 생각들을 빽빽한 텍스트로 표현하는 방식도 기발하고 그가 풀어내는 추리도 깊이가 있다. 언젠가 누군가 사람이 죽지 않는 잔혹하지 않은 추리소설을 물었던 적이 있는데 이 작품이야말로 일상 중에서도 가장 일상물을 다루는 미스터리라 생각된다. 정말로 사람은 단 1도 죽지 않으며 풋풋한 대학생의 청춘과 우정을 통한 트라우마의 극복을 그려내고 있으니 이보다 건강한 미스터리가 또 있으랴.
사람이 죽지 않는다고 미스터리의 깊이가 얕다는 생각은 선입견에 불과하다. 강의실 벽에 세워진 우산 하나로 우산의 주인을 찾아내는 미사토의 추리 원맨쇼는 미스터리의 묘미를 잘 살려내고 있으며 [노래방에서 마왕을 부르다]는 기존 범인은 하나라는 미스터리의 클리셰를 정면으로 전복시켜 참신하기까지 하다. 일상은 심심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바꿔준 작품집 [대인기피증이지만 탐정입니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