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무기 - 이응준 이설집
이응준 지음 / 비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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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응준 작가. 1970년 생으로, 20살에 시인으로 등단. 우아~~~ 20살에. 제가 문학을 너무 몰라 이응준 시인의 글은 처음입니다. 소설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 중인데도 그의 소설은 아직 읽어보지 못 했습니다. 시집을 두 권, 소설집을 다섯 권, 장편소설도 네 편이나 발표했더군요. 이번엔 산문집입니다. 한국에선 수필이 잘 안 팔린다는데도 이렇게 책이 나온 걸 보면 대단한 작가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낙서장이나 블로그에 수년간 쓴 것들을 모아둔 것 같은 느낌의 잡동사니 산문집입니다. 일기처럼 자신의 생각을 쓴 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쓴 글 등 내용과 형식도 다양합니다. 제가 등단 작가가 아니지만, 제 블로그 글도 몽땅 모으면 책 한 권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작가 지망생인지라, 작가에 대한 글 소설에 대한 글, 글쓰기에 대한 글, 문학에 대한 글들이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좋았던 부분 중에 몇 개만 골라보겠습니다.


왜 젊은이들을 위로하는가? 기운 차리게 해서 또 편의점에서 부려먹으려고?


지금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된 것은 헌법이 열등해서도 아니고 법이 모자라서도 아니다. 법을 만드는 자들부터 타락해 법을 안 지키기 때문이다.


  법은 누구나 지켜야 합니다. 그 사람이 대통령이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자신이 왕인 줄 아는 한 정신병자가 법을 어기고도 처벌받지 않는다면, 만인에게 평등한 법이 아니게 됩니다. 왜 이 나라가 이 지경이 됐을까요. 저자는 헌법이 열등해서도 모자라서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법을 만드는 자들부터 이미 타락했기에, 그들부터 법을 안 지키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정치인부터 법을 안 지키는데 국민들이 법을 지키고 싶을까요? 그러니 여기저기서 불법이 횡행하고 억울한 사람이 차고 넘치는 것입니다. 나라를 이 꼬락서니로 만들어놓고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정말이지 꼴불견입니다. 어떤 교수는 아프니까 청춘이랍니다. 아프면 환자지요. 환자는 치료받아야 할 대상이지 위로받고 노력해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필사로 소설 수업을 시키는 것은 진지한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당장 힘 좀 쓰게 하겠다고 미래에 발병할 괴로운 병원체를 강장제로 먹이는 것과 같은 짓이다.


요즘 젊은 소설가들은 상상력이 없다. 문학상 눈치 보고, 출판사 눈치 보고, 이러는데 무슨 상상력이 있겠나. 작가의 모럴은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거다. '나는 이 사회를 흔들어놓겠다, 이 사회를 뒤흔들 질문을 던지겠다.' 이 강력한 의지가 글을 쓰게 하는 거라고. 그런데 남의 눈치를 보니까 쓸 게 없지, 여기서 '남'은 누굴까? 여기까지만 하자.


만약 신경숙이 자신의 머릿속에서 흘러나오는 대로 받아 적다 보니 시인 김후란 번역의 <우국> 속 저 부분을 표절한 <전설>의 그 부분이 저절로 나타나게 된 거라고 주장하려면, 가령, 자신의 집 앞에 커다랗고 둥근 바위가 하나 있었는데 어느 밤 태풍이 몰아쳤고 이튿날 맑게 갠 아침에 눈을 떠보니 그 커다랗고 둥근 바위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똑같은 모양으로 간밤 비바람에 깎여 있더라는 해괴한 어불성설을 명쾌한 사실로 증명해내야만 할 것이다.


  저자는 필사를 극구 반대합니다. 필사를 필사적으로 반대합니다. 무조건 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절대 해선 안 될 어리석은 짓이라고 충고합니다. 왜 한국문학이 이 꼬락서니가 됐을까요. 상상력이 부족하니 표절이나 합니다. 표절이 아니면 재미가 없거나 읽을만하지 않습니다. 저는 '등단제도'가 한국문학을 시궁창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구상에 오직 우리나라만 등단제도가 있습니다. 등단제도가 훌륭한 것이라면 노벨문학상이 수십 명은 나왔어야죠. 그런데 0명입니다. 등단제도가 개쓰레기 구닥다리 제도라는 증거입니다. (등단제도가 쓰레기라는 건 제 생각이며 저자의 생각이 아닙니다.) 외국에도 등단제도가 있었다면 우리가 읽고 있는 고전들 중에 몇 권이나 살아남았을까요? 발표 당시에는 아무도 읽지 않아서 잊혀진 소설이 세월이 지난 후에야 제대로 평가받고 전 세계인이 읽는 소설이 되기도 합니다. 얼마 전 읽은 <폭풍의 언덕>은 에밀리 브론테의 단 하나뿐인 소설이더군요. 그 나라에 등단제도가 있었다면 이 훌륭한 소설은 세상에 나오지도 못 했을 것입니다. 한국문학 말아먹는 등단제도 때문에 젊은이들은 심사에 통과될 소설을 씁니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십 년 그렇게 소설을 씁니다. 그러니 무슨 상상력이 있겠냐고요. 그래서 표절이나 하는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소설 쓰기가 힘들어지면 카프카의 소설을 읽는다. 그런데 소설가로 사는 것이 힘들어지면 카프카에 대한 밀란 쿤데라의 산문(<소설의 기술>)을 읽는다. 소설이란 무엇인가, 소설에 대한 생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그의 첼로 소리 같은 글들은 작가란 천국에서조차 이방인이어야 하며 그의 조국은 '망명'이라는 사실을 감각하게 해준다.


작가란 세계를 무너뜨리고 재구성하려는 불가능한 야망에 사로잡혀 있어야 한다. 그러는 것은 기껏해야 비극이지만 누군가는 그 비극 안에서 불새가 소리치며 날아오르는 것을 본다.


  제 꿈은 '중학교 국어선생님을 하며 소설 쓰는 것'이었습니다. 네, 과거형입니다. 선생님이 못 됐으니 이미 깨진 꿈이지요. 그다음에 새로 세운 꿈은 '아빠 되기, 소설가 되기'입니다. 아빠가 되는 꿈은 기적적으로 이뤄졌고, 아직 소설은... 그래도 저는 이 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평균수명으로 따져도 아직 살 날이 40년이나 남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소설 쓰기 힘들 때 카프카의 소설을 읽는다고 합니다. 카프카, 그는 소설을 쓰려고 결혼도 안 했습니다. 오직 소설을 쓰기 위해 혼자 살았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소설을 쓰다가 병에 걸려 죽었습니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 카프카의 생애가 계속 떠오릅니다. 그래선지 저자는 소설가로 사는 게 힘들면 카프카에 대한 글을 읽는다고 합니다. 저야, 뭐, 아빠가 되고 싶었기에 결혼을 했지만, 저도 소설가가 되기 위해선 무언가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들곤 합니다. 아~~ 어렵습니다. 소설가가 되는 길은.


변화하지 않으면 이기는 것은 고사하고 살아남지 못한다. 지는 것은 고사하고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변화하는 척하면서 싸우면 져도 더럽게 진다. 죽어도 더럽게 죽는다.


파시즘의 얼굴

사람들은 관대하게 지배당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_ 요제프 괴벨스, <미하엘>, 1936.


  '변화'를 저는 '진보'라고 바꿔서 읽어봤습니다. 진보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우리나라 보수정권의 처참한 모습을 매일 뉴스를 통해 보고 있습니다. 자신이 대통령인지 왕인지도 구분하지 못하는 유딩화법 구사자는 법 위에서 헌법을 유린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가 아닐까요. 이제는 정치에 관심 좀 가져야 할 때가 아닐까요. 아주아주 옛날 옛날 플라톤이 이런 말을 했죠. '정치에 무관심하면 당신보다 못한 놈에게 지배받는다'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다' 하하하. 정말 대단한 철학자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수준이 박ㄹ혜라서 그런 대통령을 가졌나 봅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유딩화법이나 쓰니까 저런 대통령을 아니 왕을 가졌나 봅니다. 그래서 배워야 합니다. 공부해야 합니다.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안 하면 망합니다. 망해도 아주 더럽게 망합니다.


문학이 뭐냐고? 문학은 인간과 세상이 신이라는 존재처럼 우스꽝스럽다고 벽에 말해주는 것이다.


사건이 넘치게 있어도, 인간의 내면이 없는 이야기는, 사실상 소설이 아니다.


작가는 인간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다. 작가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일 뿐이다.


시나 소설을 쓰다 보면, 문들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도 결국 인간의 이야기는 '사랑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구나,라는.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측면으로 접근하든, 전적으로 '육체적 중노동'이다.


  저는 시간만 나면 소설 생각입니다. 문학적 소양이 너무 형편없어서 요즘은 고전을 주로 읽습니다. 이제 몇 권 읽었지만 '아~~ 이래서 고전이 됐구나'라는 걸 많이 느낍니다. 그러곤 위축됩니다. '나도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을까?' 글쓰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힘듭니다. 중노동입니다. 하지만 저는 문학을 하려고 합니다. 죽을 때까지요. 언젠가는 제 책도 세상에 나올 날이 있겠죠. 그날 제 책에 멋지게 친필 사인을 해주렵니다. 하하하.


원글 http://blog.yes24.com/document/928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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