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 - 이외수의 존버 실천법
이외수.하창수 지음 / 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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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에세이>인터뷰집] 뚝 / 이외수, 하창수 / 김영사


이외수의 존버 실천법




  이외수를 딱히 좋아하진 않아요. 총선때 그가 한 발언 때문이에요.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 전 그의 총선때 발언을 문제삼았고 그날 바로 이외수 트위터를 차단해버렸지요. 그 후로 그가 어떻게 사는지 뭘 하는지 무슨 책을 냈는지 관심이 없었어요. 이외수 작가에게 화가 났던 걸까요. 제 자신이 부끄러웠어요. 저야말로 적과 아군을 나눠 2등분 하려는 세력은 아닐지 반성했어요. 그랬더니 그의 글이 보이기 시작했고 내 생각도 당연히 틀릴 수 있겠다고 깨달았어요. 완벽한 사람이 없듯 저도 완벽하진 않으니까요.

  글을 참 잘 쓰는 작가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의 소설을 정식으로 읽어본 적은 없어요. 선입견 때문일까요. 젊은 작가를 좋아하는 취향 때문일까요. 저야말로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이더군요. 몇 권 읽어보지도 않고 대부분의 기성작가들의 소설은 재미없고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가졌어요. 그래서 제가 더 성숙해지지 못하는 것 같아요. 좀더 마음을 열고 이해하는 연습을 해야겠어요.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더러운 건 피해야 합니까?

  이외수 : 치워야 합니다. 피하기만 하면 천지가 똥밭이 됩니다. (17쪽)


  "나는 행복한가?"라고 물어야 합니다. "남들은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할까?"라고 물으면 안 되지요. (29쪽)


  이외수 : 눈물이 있다는 것은 사랑이 있다는 것입니다. 눈물을 흘린다는 건 감정이 그만큼 풍부하다는 얘기입니다. 공감의 폭이 넓다는 뜻이죠. 

  허창수 : 요즘엔 정치인들이 자주 우는 모습을 보이던데...

  이외수 : 그렇게라도 울 줄 안다는 건 칭찬할 만한 일입니다. 그래놓고도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인간성과 진정성을 모두 의심해봐야 하고요. (49쪽)


  이 책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2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자 허창수가 질문하고 이외수 작가가 대답하는 형식이거든요. 다른 점이 있다면 질문이 더 어려워지고 고급스러워졌다고나 할까. 그럴일도 없지만, 만약 저자가 제게 동일한 질문을 한다면 반도 대답하지 못할 것 같더군요. 그정도로 심오한 질문들이었어요. 그런데 이외수 작가는 거침없이 대답했어요. 삶의 이치를 깨달은 사람처럼 보였어요.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는지도요.

  글을 잘 쓰는 작가답게 그의 문장이 매우 훌륭했어요. 책 읽는 내내 감탄이 저절로 나왔거든요. 글만 잘 쓰는 게 아니라 참으로 현자라고 말할 수 있어요. 어려운 질문에도 척척 대답하는 그를 보며 많은 걸 배웠어요. 쓸모없게도 '나도 이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미리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혹시 알아요? 저도 이외수처럼 유명한 작가가 될지도요. 


  허창수 : 혹시 다시 태어나고 싶은 나라가 있습니까?

  이외수 : 민주주의가 활짝 꽃핀 나라.

  허창수 : 한 곳을 꼬집어 말한다면 어디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외수 : 코스타리카. 복지가 잘 갖추어져 있고, 중립국 선언을 한 뒤로는 군대도 없앴지요. 굳이 특정한 나라가 아니더라도, 세 가지만 없다면 기꺼이 가겠습니다. 첫째는 군대, 둘째는 학교, 셋째는 종교. (65쪽)


  "예술엔 무통분만도 없고 불로소득도 없다"는 말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85쪽)


  상투적인 표현엔 점수를 주고 싶지 않아요. ... (중략) ... 예술가는 늘 보던 것도 새롭게 봐야 합니다. 예술하는 사람에겐 상투적인 건 일종의 암입니다. (88쪽)


  성공은 언제나 나태라는 베개를 베고 잠들어 있는 사람은 외면하고, 근면이라는 이름의 곡괭이를 들고 있는 사람에게로 달려가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사실 하나만 명심하고 살아도 나이 들어 후회하는 일은 줄어들게 됩니다. (91쪽)


  제가 소설 쓸 때 주의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상투적인 표현 안 쓰기'랍니다. 상투적인 표현이란, 예를 들어 '고사리 같은 손'이라고 보면 돼요. 누구나 다 써서 너무 많이 써서 일반화 되버린 표현을 안 쓰는 게 바로 예술가가 하는 일일 테니까요. 소설도 예술이잖아요. 예술가는 이외수 작가님 말대로 늘 새롭게 보는 눈을 가져야 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길을 걸을 때도 버스를 기다릴 때도 그 상황을 글로 써보려고 노력해요. 생각속에서 글로 쓰는 훈련이에요.

  재능이 노력을 이기지 못한다고 해요. 이외수 작가는, 성공은 근면한 사람에게로 달려간다고 표현했어요. 어제 K팝스타를 보며 또 눈물을 흘렸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라 감동드라마 같아요. 어떻게 매 회마다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지 대단해요. 팀오디션 마지막팀은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한 네 명이에요. 1, 2라운드 때 편집당한 사람, 랭킹오디션때 커트라인으로 올라온 사람들로 이루어진 팀이에요. 그런데 이 팀이 팀오디션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어요. 연습 연습 또 연습을 한 결과에요. 이렇듯 뛰어난 재능을 보인 사람으로 만든 팀은 고전을 면하지 못한 반면 꼴찌들로 이룬 팀은 큰 성과를 냈어요. 그 비결은 연습이에요. 노력이에요.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이 연습한 덕분이에요. 


  아이는 물질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키우는 겁니다. 사랑은 무적이에요. 사랑에 대적할 만한 적은 없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 두려움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아이는 제각가 자신의 몫을 갖고 태어난다는 말을 저는 신뢰합니다. (111쪽)


  장점을 키우는 일에 최대한 주력하십시오. 장점이 커지면 단점은 저절로 사라집니다. (117쪽)


  허창수 : 마스크와 환자복은 재벌가 사람들이 법정에 갈 때의 유니폼이죠.

  이외수 : 돈 많은 사람들에겐 법원이 병원인지 마스크 쓰고 휠체어 타고 갔다 오면 금방 멀쩡해지더라고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악습에 사람들이 점점 익숙해져가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194쪽)


  모든 인재 뒤에는 부정부패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인재를 막는 방법은 다른 게 없습니다. 부정부패를 철저하게 막는 거죠. 부정부패를 저지른 조직과 사람은 엄벌에 처해야 합니다. (203쪽)


  장점과 단점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해요. 단점이 곧 장점이고 장점이 곧 단점이거든요. 어떠한 상황에 어떻게 적용되느냐에 따라 장점이라고 말할 수도, 단점이라고 말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장점을 더 키워서 부각시켜야 해요. 그럼 단점은 어느새 별 것 아닌 게 되거든요. 글쓰기에 있어서 제 장점은 '잘 읽히는 문장'이에요. 일부는 너무 잘 읽혀서 싸보인다고 하지만 저는 제 장점을 최대한 키울 거예요. 그래서 요즘은 표현력 훈련을 하고 있어요. 같은 상황이라도 좀더 잘 표현하기 위한 훈련을 하면 잘 읽히면서도 예술적인 문장이 나올 거라 믿어요.

  세월호를 보면 부정부패의 결과라고 볼 수 있잖아요.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유병언이 한 짓이 아니라 부정부패의 결과라는 걸 아는 국민들을 속이려고 유병언에게 집중하는 모습이 꼴불견이에요. 아직도 국민들이 무식하고 어리석은 줄로 착각하나봐요. 그러다가 투표라는 심판을 받아야 정신차리겠지요. 부정부패를 저지른 조직은 엄벌에 처해야 마땅해요. 그런데 도대체 법은 뭘 하고 있나요. 아하, 종북몰이에 집중하느라 바쁜 걸지도요.


  세상에는 타인의 용서를 먹고 자라는 괴물이 있어요. 그것을 방조하면 결국 그것들은 뒤룩뒤룩 살이 찌고 자라납니다. 잘못된 용서가 진짜 괴물을 키운 거죠. (215쪽)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같은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게임이 실제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가령,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학생들에게 전 과목을 배우도록 하는 게 그렇습니다. 학생들마다 재능이 다르고, 좋아하는 게 다르고, 잘할 수 있는 게 다른데, 교육은 천편일률적이에요. (220쪽)


  줄 수 있는 사랑이 가득하고 받을 수 있는 사랑이 가득할 때, 인간은 행복을 느낍니다. 소크라테스가 한 말입니다. (279쪽)


  북극에서 보면 전후좌우가 모두 남쪽뿐이에요. 방위란 것이 원래 명확히 정해진 것이 아닌데 그걸 궁리하면 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291쪽)


  한국사람은 참 착해요. 너무 착해요. 그래서 마구 용서해줘요. 그러니 괴물이 자라는 거예요. 큰 사고가 나도, 부정부패가 드러나도, 갑질 사태가 일어나도 모두 용서하지요. 그래서 그들은 점점 더 흉악한 괴물로 변해요. 물론 용서는 해야 합니다. 이런 말이 있잖아요. 사람은 용서하되 죄는 용서하지 말라고요. 사람은 용서해야 합니다. 사랑으로 안아줘야 합니다. 하지만 죄를 용서하면 더 큰 범죄로 나를 죽이고 말 거예요. 그래서 죄는 용서해선 안 됩니다. 죄는 엄벌에 처해야 마땅해요.

  이 땅에 민주주의가 언제나 이뤄질지 안타까운 요즘이에요. 이외수 작가는 민주주의가 꽃핀 나라, 학교가 없는 나라, 종교가 없는 나라라면 바로 가겠다고 말했어요. 저도 비슷한 소망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나라를 그런 나라로 만들 수는 없는 걸까요? 불가능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우리에겐 정권을 심판할 수 있는 선거권이 있고 투표라는 무기가 있으니까요.


#nah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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