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폭스, 꼬리치고 도망친 남자
헬렌 오이예미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책리뷰/소설] 미스터 폭스 꼬리치고 도망친 남자 / 헬렌 오이예미 / 최세희 / 다산책방

 

독특한 구성의 소설

 


 

 

  번역소설을 잘 읽지 않는 제가 외국소설을 고르는 기준은 간단해요. 매우 유명한 작가이거나 상 받은 작가이거나. 너무 범위가 넓은가요? 유명하거나 상받은 작가의 소설을 번역하는 건 당연할 테니까요. 그래서 늘 제 스타일과 맞지 않는 소설을 읽으며 고생을 하나봐요. 이젠 저와 잘 맞는 외국 작가도 몇 명 생겼으니 반은 성공이라고 봐야 할지도요.

  헬렌 오이예미는 서머짓 몸 상 수상작가라고 해요. 네, 물론 처음 들어본 상 이름이에요. 이 책은 미국 아마존 이달의 책에도 선정된 이력이 있다고 해요. 정말 큰 인기작가네요.

  이번에 읽은 소설을 쓴 헬렌 오이예미가 저와 잘 맞는 작가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재미는 있었는데 잔가지가 너무 많아 이야기의 진짜 핵심을 자주 놓쳤거든요. 저는 이야기의 빼대에서 벗어난 글들을 '주절주절' '잔가지'라고 불러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제가 주절주절을 싫어하는 건 그냥 개인적인 일이니 딴지는 사양할게요.

 

  이 소설은 독특한 구성이 특징이에요. 상상인 인물인 메리 폭스. 그녀는 실제하지 않는 소설속 인물이에요.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작가인 미스터 폭스에게 나타나서는 도전장을 내밀어요. 자신이 쓴 소설 주인공이 나타나서 도전장을 낸 거예요. 그 도전장은 서로 로맨스소설을 쓰는데 각자 상대방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쓰는 것이지요. 정말 독특하지요? 처음엔 이 설정을 이해 못했지만 찬찬히 읽어 보니 알겠더라고요. 기발한 아이디어가 독특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야기 속에 또 이야기가 있는 구성을 딱히 좋아하진 않아요. 읽다가 헷갈리기 때문이에요. 제 머리가 나쁜 탓이지만 암튼 선호하는 구성은 아니에요. 그럼에도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매력적인 인물 미스터 폭스 때문이에요. 그는 소설속 여자들을 항상 죽이는 독특한 작가거든요. 여성에 대한 편협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메리 폭스는 아주 멋진 여자에요. 그런 여자가 미스터 폭스를 좋게 볼리 없잖아요. 어쩌면 그녀의 도전장은 당연한 것일지도요. 그리고 로맨스. 햐~~~ 역시 소설엔 로맨스가 들어가야 아름답게 느껴진다니깐요.

 

  책을 읽으며 '사랑이란 뭘까'라는 원초적 질문을 또 던졌어요. 얼마전 출간한 제 소설을 쓰며 저 자신에게 자주 던졌던 질문이에요. 소설속 등장인물들은 제각기 사랑의 정의를 다르게 내려요. 각 사람마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성격에 따라 사랑을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걸 소설을 쓰며 깨달았거든요. 즉, 사랑이 무엇이냐는 질문엔 정답이 없다는 것. 이 결론이 너무 어렵나요? ^^

  불가능한 사랑은 너무 슬퍼요. 귀욤 뮈소의 《종이 여자》처럼 소설속 인물이 진짜 사람이 되어 나타난 것도 아니고 그냥 소설속 인물과 대화하며 사랑에 빠져든다는 건 슬퍼도 너무 슬퍼요. 아, 사랑은 정말 너무 어렵네요.

 

  그녀가 양초를 갖다 대자 폴더에 불이 붙었다. 불꽃이 손가락에 닿게 전에 그녀는 양초를 불어 껐다. 그러나 나는 폴더를 버리지 않았다. 가죽 커버가 이를 악물고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고 참는 사람처럼 맹렬한 소리를 내며 타올랐다. 나는 여전히 폴더를 잡고 있었다. 내 손가락 살이 오그라드는 게 느껴졌다. 나는 언어들이 호박 빛으로 변해 둥실 떠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81쪽)

 

  "그러니까 당신이 내가 진짜 인간이 되고, 또 당신과 함께 있을 방법을 정말로 찾아낸다면, 그건 싫지 않을 거야. 싫지 않을 거라고." (272쪽)

 

#nah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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