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황소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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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 어니스트 헤밍웨이 / 소담출판사

 

 풍자 소설의 진수

 


 

 

  부끄럽게도 처음으로 읽는 헤밍웨이 소설이에요. 그 흔한 《노인과 바다》도 사 놓고 책장에 진열만 했답니다. 으이그, 이 게으름. 번역의 탁월함 덕분인지는 몰라도 번역소설을 유난히 싫어하는 제가 막힘없이 술술 읽었을 정도로 좋았어요. 책을 잡자마자 쉬지 않고 끝가지 넘겨버렸어요. 두껍지 않은 점도 있었지만 소설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몰입감이 매우 뛰어났거든요. 1900년대 초의 미국 상황이 얼마나 비참했는지 이 소설을 읽으며 새롭게 배웠고, 우리나라에도 이런 못 가진 자들의 비참함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계기도 줬어요. 말 그대로 현실 풍자 소설의 진수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소설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숨겨진 작품이라고 해요. 1937년 미국에서 초판을 발행했으니까 80년 만이에요. 《노인과 바다》로 노벨 문학상과 퓰리처상을 받은 그의 소설들은 국내에서도 많이 번역됐지만 이 책은 처음이라고 해서 그 이유도 살짝 궁금했어요. 이렇게 몰입이 뛰어나고 구성이 치밀한 소설이 이제서야 나오다니요. (저는 참 역설적이게도 이 책으로 헤밍웨이 입문을 시작했지만.) 헤밍웨이의 첫 사회적 소설인 이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니 정말 유명한 소설임에 틀림 없어 보여요.

 

  이야기는 낚싯배 주인 해리가 총격사건을 목격하는 걸로 시작해요. 그날 그는 어마어마한 댓가를 주겠으니 사람을 태워달라는 부탁한 사람의 머리가 터져 죽은 걸 목격해요. 아주 끔찍한 장면이었죠. 그는 한 여행자 낚싯배 노릇을 3주째 하고 있었는데 여행자는 처음에 계약금을 주고는 3주 동안 돈을 주지 않았어요. 을 입장인 해리는 돈을 달라고 하면 이 여행자가 다른 낚싯배를 탈까 그냥 마지막날 받으려고 말을 못해요. 여행자는 이제 돌아가겠다며 다음날 아침 돈을 지불하겠다고 하지요. 하지만 여행자는 비행기를 타고 도망가버려요. 해리는 낚싯대도 망가졌고 무엇이든 돈이 될 일을 찾아야 했어요. 아주아주 궁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는 중국인 수송을 하게 되지요. 그리고 해리는 사람을 죽이기까지 해요. 결국 돈을 위해 밀수를 하다가 사고로 팔을 잃기까지 하지요.

 

  미국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미국은 마치 자신이 지구촌 경찰이라도 되는양 행동하지요. 하지만 그들은 인디언들을 몰아내고 땅을 빼앗아 나라를 세웠어요. 이미 근본이 도둑심보인 나라지요.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하는 자본주의의 극치인 나라가 바로 미국이에요. 돈을 위해서 사람을 죽일뿐만 아니라 전쟁도 하지요. 돈을 위해서라면 수십만 수천만을 죽이는 전쟁도 불사하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에요. 극 자본주의의 모델이지요. 소설에선 이런 자본주의 미국의 어두운 면을 보여줘요.

  가진 자는 못 가진 자 뒷통수 쳐가며 더 큰 부를 모으고 못 가진 자는 생계를 위해 불법을 저질러야 하는 이 어두운 모습이 미국의 1900년대 초만의 모습일까요?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며 우리나라의 현실에 마음이 아팠어요.

 

  처음으로 읽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에 큰 감동을 받았어요. 매우 잘 읽힐 뿐만 아니라 소설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흡입력도 기가막히게 뛰어났어요. 책장에 꽂아놓은 《노인과 바다》를 어서 읽어봐야 겠어요.

 

#nah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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