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변주곡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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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에세이] 반짝반짝 변주곡 / 황경신 / 소담출판사

 

읽는 즐거움

 


 

 

  언어를 글로 쓰는 즐거움, 글로 쓴 언어를 읽는 즐거움을 맛보며 읽은 책이에요. 잘 쓰려고 노력하거나 잘 꾸며보려고 노력한 흔적이 없는 날원고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정돈되지 않은 문장, 심한 번역투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받아적은 날원고였어요. 일부러 이렇게 쓰려고 노력한 건 아니고, 생각이 날 때마다 끄적거린 글들을 모아놓은 느낌을 그대로 살리려고 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전문 작가가 쓴 글이 아니라 나와 같은 한 평범한 사람의 낙서로 보이게끔 한 것 같았어요. 처음엔, 심각한 번역투와 덕지덕지 붙은 쉼표 때문에 읽기에 거슬렸지만 일부러 이렇게 쓴 거라는 생각이 든 이후로는 오히려 친숙해졌거든요.

 

  제 관심사가 유독 잘 보였는지 사랑 얘기만 기억에 남아요. 그런데 글로 표현한 사랑 이야기들은 왜 죄다 슬픈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책을 덮으며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대부분 슬픈 이야기여서인지도요. 지독히도 슬픈 이야기를 싫어해서 기억에 더 오래 남았는지도요.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오래전 추억들이 떠올랐어요. 지금의 평안과 행복도 생각났어요. 그 당시에는 많이 슬펐어도 시간이 지난 지금은 '왜 그토록 아팠을까.' 질문을 하게 되더군요. 그 당시에는 최고였던 일도 지금은 왜 그 토록 집착했는지 이해가 안 되기도 해요. 그러고 보면 좋고 싫음, 행복과 슬픔은 상황에 따라 변하고 시간에 따라 변하나봐요. 그러니까 지금 힘들고 슬프다고 불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작가의 짧은 글들을 읽으며 ㄱ에서 ㅎ까지라는 순서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봤어요. 세상의 모든 이치가 흐름에 맞춰 지나간다는 건 아닐지. ㄱ 다음에 ㄴ이 오고 그 다음은 ㄷ이듯이 슬픔 다음엔 기쁨이 오고 고통 다음엔 행복이 온다는 세상의 이치를 목차에서 말하고 싶었나봐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나도 평소에 수많은 주제로 글을 쓰는 습작을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글은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에서 나온다는 명언을 적어서 모니터에 붙여놨거든요. 글을 쓰다가 막히면 붙여논 글을 보며 쓰고 지우고를 반복해요. 그러다 보면 이야기가 풀려요. 저는 아직 습작이 부족하기에 제 얘기를 많이 써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이 책처럼 제목을 정해놓고 일단 써봐야 겠어요.

 

  너를 만난 이후로 / 나의 인생은 세 가지로 축약되었다 / 너를 향해 달려가거나 / 너를 스쳐 지나가기 위해 달려가거나 / 너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달려간다 (64쪽)

 

  이제 와 그리운 것은, 언제라도 '바다를 보러 가자'라고 말할 수 있었던 위험한 생의 한가운데, 그 말 한 마디로 당장 떠날 수 있었던 친구들, 두근거리는, 두려워하는, 눈물 어린 시간들이다. 억제하지 않아도 괜찮았던, 덜 익은 욕망들이다. (92쪽)

 

  날이 갈수록 그는 점점 가벼워졌다 / 그의 눈에는 눈물이 사라졌고 / 그의 어깨에는 짐들이 사라졌고 / 그의 심장은 고동 소리를 멈추었다 / 때때로 그는 허공을 가볍게 차고 올라 바람 위를 걸었다 / 그래서 그는 한 잎의 낙엽이 되었다 (121쪽)

 

#nah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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