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깨물기
이노우에 아레노 외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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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설] 기억 깨물기 / 에쿠니 가오리 외 / 양윤옥 / 소담출판사

 

달콤 쌉싸래한 사랑의 기억

 


 

 

   오랜만에 집어 든 소설집이에요. 게다가 초콜릿에 얽힌 로맨스라서 더더욱 재밌게 읽었어요. 제가 두 번째 연재소설을 준비중이라선지 요즘은 로맨스라고 하면 일단 손부터 가요. 읽는 내내 달콤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로맨스를 읽는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어요.

   이 소설집은 에쿠니 가오리 외에도 유명한 작가들의 소설이 실려 있어요. 이오누에 아레노, 가와카미 히로미, 고데마리 루이, 노나카 히라기, 요시카와 도리코의 소설을 읽으며 잔잔하면서도 깊은 감동과 초콜릿처럼 달콤하면서도 쓴 맛도 전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사랑이 항상 달콤한 것만은 아니듯, 사랑이 항상 쓴 것만은 아니듯 달콤 쌉싸레한 그런 소설이었어요.

 

   이타루 씨를 먹고 싶어.

   ...

   실제로 당신을 먹어서 소화시키고 싶단 얘기.

   ...

   당신을 먹으면 당신은 내 일부가 되잖아? 그럼 항상 함께 있을 수 있으니까 세상 무서울 게 하나도 없을 것 같아. (39쪽)

 

   소설을 읽으며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봤어요. 정말로 사랑하면 함께 있고 싶잖아요. 그런데 함께 있는다고 해도 그 함께함이 영원하다고 할 수는 없어요. 한 사람이 떠나면 끝이니까요. 하지만 먹는다면? 먹어서 둘이 하나가 된다면? 그럼 떨어지고 싶어도 떨어질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아핫,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종 얘기는 아니고요, 소설에선 남자가 자신의 손가락 살점을 살짝 아주아주 살짝 칼로 떼내어 여자에게 줘요. 여자는 그 살을 받아먹어요.

 

   시나는 생각했다. 그래서 내 몸의 일부는 이타루 씨, 라고. (42쪽)

 

   어떤 사람은 데이트 끝나고 각자의 집으로 가기 귀찮아서 결혼을 했다고도 해요. 하지만 진짜 결혼의 이유는 외로워서가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사람은 원래 외로운 존재이고 그 외로움을 둘이서 이겨내는 것 같아요. 그리고 둘이 셋이 되고 넷도 돼요. 이젠 외로워지고 싶어도 외로워질 수가 없어요. 퇴근하고 집에 가면 아이들이 아빠를 반겨줘요. 이게 바로 사랑의 열매가 아닐까 생각해요.

 

 


 

 

   "웬 초콜릿?"

   내가 물었다. 톡 쏘아붙이는 말투가 되어버렸다.

   "좋아하니까." (78쪽)

 

   초콜릿과 사랑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제가 고등학생 때 쓴 두 번째 장편소설 제목에도 '초콜릿'이라는 글자가 들어갔거든요. (아핫, 너무 못 써서 공개하긴 좀 그렇지만 잘 고쳐서 언젠가는 연재소설로 올릴 거랍니다.) 초콜릿도 달콤하고 사랑도 달콤하고. 초콜릿도 진하고 사랑도 진하고. 어쩜 이리도 비슷한 점이 많은지요. 초콜릿을 좋아해서 먹듯이 사랑도 좋아하니까 하는 것 같아요.

 

   이별은 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어느새 그렇게 우리 바로 옆에까지 바짝 다가와 있었을까. (113쪽)

 

   미친듯이 이별에 대한 시를 쏟아냈던 스무살 시절이 있었어요. 전 그 때 시에 미쳐서 날마다 시를 읽고 시를 쓰고 시에 취해 있었지요. 이별에게 이별을 고해도 봤지만 이별은 저와 이별하지 않더군요. 이별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걸까요? 하지만 시에 미쳐 있던 시절의 나이만큼 더 살아 보니 알겠더군요. 이별은 내게서 왔음을.

 

   이 책은 한 작가의 단편집이 아니라 여러 작가이 단편집이기에 각 소설마다 분위기와 느낌이 달라서 지루하지 않았어요. 각 소설마다 등장하는 초콜릿도 독특했어요. 다음 소설을 읽을 때마다 '이번엔 어느 장면에서 초콜릿이 나올까'라는 기대감도 좋았어요. 에쿠니 가오리의 장편소설도 재밌게 읽었는데 단편도 접해보니 좋더군요. 에쿠니 가오리 외의 다른 작가들의 소설도 더 읽어봐야 겠어요. 좋은 작가들을 알게 되어 기분이 좋아요.

 

#nah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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