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 맥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리뷰/여행에세이] 푸른하늘 맥주 / 모리사와 아키오 / 이수미 / 샘터 

 

모험 에세이

 


 

 

   여행 에세이라고 해서 여행 얘기겠거니 했는데 절대 아니에요. 모험 얘기가 가득이랍니다. 보통 여행이라고 하면 자연, 구경, 쉼 등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저자는 단순한 여행얘기를 쓴 게 아니라 모험 얘기를 해요. 모리사와 아키오 특유의 유머러스한 말투와 문장력은 책 읽는 내내 저를 웃게 했어요. 무모하다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모험들을 했거든요. 어떤 모험들은 죽을 고비도 몇 번이나 넘겼어요. 지금까지 살아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모험을 많이 했더라고요.

   푸른  바다와 하늘 그리고 산. 여기에 맥주까지. 저자가 사랑하는 것들이에요. 어느 여행지에 가서든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바로 맥주였거든요. 맥주를 마시는 타이밍도 따져가며 즐기는 저자의 여유로움이 부러웠어요.

 

   그 후로도 사흘간 맑은 하늘이 이어졌다. 우리는 하루 온종일 맥주를 마시고, 강에 들어가고, 물고기를 잡으며 지냈다. 해가 진 이후에는 모닥불을 피우고 은하루 아래서 밤이 이슥해지도록 시시한 이야기나 나누며 자지러지게 웃곤 했다. (65쪽)

 

   첫 애피소드부터 배꼽을 잡게 하는데요, 급류타기 이야기를 읽으며 한참을 웃었어요. 급류를 타기 위해 전날 저녁부터 강에 도착해서 술판을 벌이고는, 다음날 이 강에는 폭포가 없다는 말만 믿고 급류타기를 하다가 갑자기 만난 폭포. 저자는 정말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강 상류로 다시 거슬러 올라가요. 나중에 알고 보니 폭포가 아니라 1미터 정도 되는 급강하 지점이었다는 것.

   이 뿐만이 아니에요. 옷을 홀딱 벗고 노천탕을 즐기려다가 등에(벌 처럼 생겼다고 합니다.) 떼에 쏘여 죽을 뻔한 이야기도 배꼽을 잡게 했고, 한겨울에 직접 노천을 만들겠다며 땅을 파고 얼음을 깼는데 결국 즐기지는 못한 일 등 읽는 내내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역시 인생은 즐겨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자는 사직서에 사직 사유를 '여행'이라고 적었더군요. 왜 우리는 돈을 많이 벌려고 하는 걸까요.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시간적 여유를 포기하고, 사랑하는 가족과의 시간을 포기해요. 그렇게 돈을 벌어서 무엇에 쓰려는 걸까요. 사는 데 문제가 없을 정도라면 너무 많은 돈을 벌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모가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시간을 함께하는 것'이라고 해요. 비싼 장난감과 맛있는 음식 보다 아빠가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게 가장 큰 선물이라는 것이에요. 얼마전에 본 일본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생각났어요. 이 영화에는 두 아버지가 나와요. 한 아버지는 돈을 잘 벌지만 아이와 시간을 보내지 않고, 한 아버지는 돈은 잘 벌지 못하지만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요. 제가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갈 거예요. 아이는 돈을 잘 벌어다 주는 아버지보다 자신과 놀아주는 아버지에게 더 끌려요.

 

   일과 삶의 여유의 중간지점을 어디로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얼만큼 일하고 얼만틈 쉬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에요.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에게 금전적인 어려움을 최소로 하면서도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최적의 지점을 찾으려고 노력중이에요. 쉽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나중에 '일만 하다가 죽다'보다는 '사랑하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다 죽다'가 더 좋지 않을까요?

 

   이 책을 읽으며 기분이 좋아진 건 왜일까요? 포복절도할 만큼의 애피소드들 때문일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바다와 산, 강으로 여행다니며 자연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행복해지기 때문이에요. 행복함이 넘치는 글을 읽고 있으니 자연적으로 저도 행복해질 수밖에요. 책 속의 저자는 젊은 남자이기에 저와는 좀 다를 수 있어요. 하지만 젊음이 어디 나이로 규정지을 수 있는 건가요? 저도 저자처럼 노상방분(자연에서 응아하기)을 100번 쯤 하고 싶어졌어요. 저 아직 젊거든요.

 

#nah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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