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책리뷰/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줄리언 반스 / 최세희 / 다산책방  

 

거대한 혼란 

 


 

 

   제목은 참 많이도 들어본 소설이에요. 이제서야 읽어봤습니다. 그의 소설을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줄리언 반스라는 그의 이름과 이 소설 제목은 많이 들어봤을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읽고 좋은 평을 남겼다면 분명 좋은 소설이겠지요. 그럼에도 저는 이제서야 읽었습니다. 한 줄 소감은 책리뷰 제목에도 썼듯이 '사랑은 삶의 가치다.'라고 할 수 있어요.

 

   슬픈 소설을 좋아하지 않기에 소설속 '나'의 일상적이지 않은 경험들에 마음이 아팠어요. 저가 아직 가까운 사람이 자살한 경험이 없어서인지 그냥 죽은 것도 아니가 자살로 죽은 장면이 나오면 뭔가 불편해요. 아니, 마음이 아프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아요. 어떠한 경우에도 삶 보다 나은 죽음은 없다고 생각해요. 소설에선 죽음을 철학적으로도 풀이하는데요, 예를 들면, 소설 초반부에 여자를 임심시킨 한 남자가 자살을 하는 장면에선, 이 우주에서 인구 하나가 늘어난 것에 대한 책임으로 자신이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 인구수를 유지시킨다고 말해요. 저는 이 장면을 읽으며 저자가 '죽음에 철학을 대입하려는 시도 자체가 오류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였어요. 어떠한 자살도 철학적이지 못하며 정의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게끔요.

 

 




   그는 삶이 바란 적이 없음에도 받게 된 선물이며, 사유하는 자는 삶의 본질과 그 삶에 딸린 조건 모두를 시험할 철학적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가 만약 바란 적이 없는 그 선물을 포기하겠다고 결정했다면, 결정대로 행동을 취할 윤리적, 인간적 의무가 있다는 것이었다. (88쪽)

 

   그리고 또하나의 자살장면. (경고. 이후로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를 읽은 후에 나타나는 모든 현상에 대해 저는 책임이 없습니다. 이 소설은 스포를 읽고 나면 읽을 수 없습니다. ^^) 소설속 '나'가 여자친구인 베로니카와 헤어진 이후 '나'의 친구인 에이드리언이 그녀와 사귀어요. 그런데 얼마후 에이드리언의 자살. 그는 자신의 유언에서 죽음을 정당화 해요. '나'는 에이드리언을 늘 대단하다고 생각했기에 철학적인 유언으로 기억하지요.

 

   2부는 세월이 지나 은퇴한 후에요. 다시 만난 베로니키와 에이드리언의 아들. 그리고 충격적 결말. 이 소설은 한 사람의 사랑이야기이지만 극적인 결말로 인해 유명해진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저자는 이 책을 끝까지 읽은 후엔 누구나 다시 처음부터 다시 읽을 거라고 말했는데요, 허걱, 저 정말 그랬거든요. 줄리언 반스가 왜 대단한지 짐작이 가시나요? 충격적 결말로 인해 저도 모르게 다시 앞부분을 읽고 있더라고요.

 

   말을 할 땐 늘 생각을 많이 해야 해요. 특히나 부정적인 말은 더더욱이요. 내가 내뱉은 말 한마디로 인해 사람이 죽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조심하며 말을 할까요? 세월호를 두고 보수권 인사들이 하는 말들을 보세요. 저는 그들이 도저히 사람으로 보이지가 않아요. 저런 사람이 다음에도 또 뽑히겠죠. 세월호 막말들을 보며 보수권 사람들이 얼마나 썩었는지, 얼마나 냉정한지 봤지만 또 그들에게 표를 던지겠죠. 그러니 바뀌지 않는 거예요.

   나는 얼마나 잘 하고 있나 생각해봤어요. 저도 썩 좋은 인간은 아니더군요. 요즘은 좀 덜하지만 독설도 참 많이 하는 사람이에요. 책리뷰에서뿐만 아니라 평상시 대화에서도 정치얘기나 사회이슈에 대한 대화를 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막말들이 튀어나와요. 저도 그리 좋은 인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말을 듣고 누군가는 상처를 받을 테니까요.


   역사란 부정확한 기억과 불충분한 문서가 만나서 빚어지는 확신​ (263쪽)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에이드리언의 유서를 반복해서 읽어봤어요. 그때서야 이해할 수 있더군요. 삶은 바란 적이 없음에도 받게 되는 선물이라는 것, 그 선물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면 행동을 취할 윤리적 의무가 있다는 것. 아~~~ 너무 철학적이라서 저는 오랫동안 읽은 후에야 조금 이해를 했어요. 부정확한 기억과 불충분한 문서가 만나면 어떤 착각을 하게 되는지 놀라웠어요.

   기억(역사)이란 뭘까요? 사실일 수도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어요. 과거의 사건을 내 방식대로 기억한다면 그게 바로 역사가 되는 거예요. 이 잘못된 기억은 타인의 역사까지도 내 맘대로 바꿔버리죠. 이 소설은 최소한 두 번은 읽어야 감이 잡히며 세 번은 읽어야 이해할 수 있다고 하네요. 다 읽은 후 정말 나도 모르게 첫부분을 다시 읽는 놀라운 독서를 경험하고 싶다면 읽어보시라. 리뷰는 여기까지만. 아~~~ 머리아파. 

 

   참,,, 제목은 오역이라는 의견이 많네요. 예감이 틀리지 않기는 개뿔. 원 제목은 "The Sense of an Ending"이에요. 아마도 역자는 소설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듯 해요. 책 앞부분에서도 말했듯이, 과거를 되돌아보는 일은 혼란과 거대한 혼란만 있을 뿐이라는 뜻의 제목인 것 같아요. 그냥 원작대로 "앤딩의 의미"라고 하든가 "예감은 틀린다"라고 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어쩌면,,, 제목을 실제 결말과 다르게 써서 독자로 하여금 더 충격에 빠지도록 했을 수도요. 저도 읽는 내내 '그래, 책 제목이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니까 결말은 뻔한 내용이겠지. 예감은 틀리면 안 되니까.'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만약 이런 의도로 제목을 이렇게 한 거라면 기획자(마케터)님 정말 짱! 

 

#nah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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