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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지리학 - 소득을 결정하는 일자리의 새로운 지형
엔리코 모레티 지음, 송철복 옮김 / 김영사 / 2014년 7월
평점 :
[책리뷰/경제] 직업의 지리학 / 엔리코 모레티 / 김영사
지구는 평평하지 않다
내가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연봉이 달라진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저는 오래전부터 많이 들어봤어요. 더 큰 도시에 살 수록 더 높은 연봉을 받는다는 말을 부정하는 사람을 아직 보지 못했거든요. 저 또한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 도시를 떠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이 곳을 떠나면 제 연봉은 반토막이 날 수도 있어요. 저는 제조업 연구직이라서 지방으로 가면 일자리조차 구하기 힘들거든요. 직업을 바꾼다면 지금의 수입을 보장받을 수 없어요.
이 책은 지리적 요건이 연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주 상세하게 말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더 높은 연봉을 받으려면 인구가 크게 늘어는 도시와 고학력자가 많은 도시에서 일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 증거 데이터와 원리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마을 주민이 100명인데, 연봉 1억인 사람이 거주한다면 이와 관련한 사람인 이발사, 의료인, 옷가게 등의 수입이 늘어난다는 것이지요. 반대로 100명 중 50명이 최저임금으로 생활한다면 지역 상권은 붕괴되고 인구가 빠져나간다는 거예요. 경제에 어느정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그거야 뭐 상식이지'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정확한 데이터로 말하니까 더 신뢰가 있어 보였어요.
책의 배경은 미국이기 때문에 면적이 적은 우리나라와는 좀 다를 수 있어요. 책에선 주로 주 단위와 도시 단위로 말하고 있지만 이 것을 우리나라에 적용하라면 지역 단위와 시 단위로 말하는 게 맞을 것 같아 보였어요. 서울 내에서는 구 단위로까지 나눌 수 있겠군요. 부자들이 사는 강남 3구와 강북은 완전히 다르니까요.
선진 제조업은 전통적 제조업보다 더 잘하고 있다. 결정적인 것은, 블루칼라 근로자들을 위한 일자리가 줄고 기술자, 디자이너, 마케팅 담당자를 위한 일자리가 늘어나는 가운데, 일자리의 혼합이 급속히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87쪽)
저는 제조업 연구소에서 일을 하는 연구원이에요. 개발자지요. 이 책의 저자 말대로라면 저는 혁신적인 일을 하는 사람으로 분류할 수있어요. 그래서 고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다만 제조업의 붕괴로 인해 의료나 IT의 연구원보다는 적다는 게 아쉬웠어요. 선진국일수록 제조업 붕괴는 더 심하다고 해요. 제 주위만 봐도, 대부분의 선배들은 직업을 바꿨거나 중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어요. 게다가 키울 후배도 없지요. 제조업들이 폐업을 했기 때문이에요.
이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대졸자가 많은 도시의 고졸자는 그렇지 않은 도시에 비해 연봉이 높다는 거예요. 고소득 노동자가 많은 도시에 사는 저소득 노동자의 연봉은, 저소득 노동자가 많은 도시에 사는 저소득 노동자의 연봉보다 높다는 거예요. 이발을 하더라도 고소득자면 비싼 이발소에 갈 것이고, 이발소 노동자는 다른 지역 노동자들보다 높은 급여를 받겠지요. 따지고 보니 맞더군요. 실질적인 연구로 나온 결과값이니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소득뿐 아니라 평균수명은 물론 정치참여성도 차이가 난다니 경제를 공부하는 사람은 물론 정치하는 사람들도 이 책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디 사느냐에 따라 연봉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 이제는 좀 이해가 되지요? 저는 사랑하는 아내와 예쁜 아들과 부족함 없이 살려면 도시를 벗어나기 힘들 것 같아요. 앗,,,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해요. 제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지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꼭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겠지요? ^^
#naha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