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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가렵다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4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6월
평점 :
[책리뷰/청소년소설] 미치도록 가렵다 / 김선영 / 자음과모음
가려우니까 청소년이다

가려워요. 자꾸 가려워요. 제가 요즘 가렵거든요. 아핫,,, 저 청소년은 아니랍니다. 다만 알러지가 있을 뿐이지요. 최근 회사 구내식당 아줌마가 바뀌었는데 조미료를 많이 쓰는지 밥먹은 후에 유독 더 가렵네요. 헛... 이 책이 알러지 책이냐고요? 절대 아니에요. 제 가려움과 소설이 말하는 가려움은 완전히 달라요. 도대체 왜 가려운 걸까요? 주요 등장인물인 도서관 사서를 비롯 학생들도 가렵다는 말 한 마디 안 하며 책이 끝나가더군요. 마지막에서야 가려운 무언가가 나타납니다.
김선영 작가. 《시간을 파는 상점》으로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지요. 이번이 벌써 3번째 청소년 장편소설이에요. 부럽네요. 원래 제 꿈은 청소년소설 작가였거든요. 중학교 국어선생님을 하며 청소년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선생님의 꿈은 대학을 접으며 날아갔고 청소년소설 작가는 아직 등단도 못하고 있네요. 그래선지 참 부러운 작가에요.
제가 한참 청소년소설 당선작들을 집중적으로 읽을 때 김선영 작가의 《시간을 파는 상점》을 읽었어요. 정말 잘 썼더군요. 어쩜 이라도 잘 쓸 수 있는지 부러웠어요. 그녀의 두 번째 소설은 안 읽었어요. 그냥 질투심에. 제 기억이 맞다면, 세 번째 소설은 첫 번째 소설보다 문장력이 약간 떨어졌어요. 떨어졌다고는 하나 첫 소설의 문장이 워낙 좋았기에 떨어져도 1류급이죠. 제 생각엔 이제 유명해졌으니 문장에 기교를 좀 부려볼까 생각하지 않았나 싶어요. 너무 기교를 부리다가 문장들이 어색해졌더군요. 그냥 초심을 유지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상하다는 기준이 뭔지 모르겠어요. 정상이라는 탈을 쓰고 이상한 짓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래서 마음이 놓였어요. 모두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불안에 떠는 자신을 위장하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92쪽)
내용은 아주아주 좋아요. 청소년소설이지만 주인공은 도서관 사서라고 할 수 있어요. 주요 등장인물은 사고뭉치 전학생 강도범(남)과 애인과의 사이가 최악으로 치달은 도서관 사서 수인(여) 이렇게 두 사람이에요. 조연급은 도범의 친구인 새, 망치, 미술쌤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진짜 새와 망치가 아니라 별명. 도범은 퇴학할래 전학할래 선택하라는 학교를 떠나 새 학교로 전학을 해요. 그 곳에서는 제발 마음좀 잡고 살고 싶지만 뭐 뻔하죠. 방해하는 놈들이 자꾸 시비를 걸지요. 수인도 새 학교로 왔는데 전 학교와는 너무 다른 거예요. 아이도 학교도 도서관도 달라도 너무 달랐어요. 게다가 남자친구까지 힘들게 했지요.
보통은 청소년소설이라면 청소년을 주로 대상으로 하는데 이번엔 어른이 되어버린 수인의 이야기가 더 많았어요. 제가 수인을 주인공이라고 생각할 정도로요. 도범의 반항적 모습과 수인의 모습이 어떤 어우러짐이 있는 걸까요. 아마도 불안, 두려움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불안하니까, 두려우니까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요. 하지만 그 이상한 행동은 전혀 이상한 행동이 아니라고 마지막에 말해요. 그들의 이상한 행동은 정상이었던 거예요. 청소년이니까요.

수인은 도범을 보자 어머니 집에서 보았던 중닭이 떠올랐다. 털도 듬성듬성하고 이리저리 부대껴 꺼칠했던 무엇보다 스스로 가려워 땅을 파며 수시로 부리를 부비고, 날개를 부비고, 목덜미를 부비던 중닭이 떠올랐다. 여기저기 멍들고 거즈를 붙인 모습이 갈 데 없는 중닭이었다. (235쪽)
저자의 말대로라면 가렵다는 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어요. 가려우면 긁게 돼요. 긁은 자리가 보기에 흉해져도 미치도록 가려우면 자꾸 긁어요. 긁고 또 긁다 보니 이상하게 보여요. 하지만 그 모습이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이라면 생각이 달라져요. 성장중인 닭이 자꾸 가려워 몸을 땅에 비비다 보니 깃털이 자꾸 빠져요. 깃털이 듬성듬성한 모습이 요상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요. 하지만 이상할 건 없어요. 자라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성장통이라는 말이 있어요. 성장하기 때문에 아프다는 말이에요. 많이 아플수록 더 많이 성장하는 거예요. 가렵다고 불안해할 필요 없어요. 가렵다는 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저는 요즘 밥만 먹고 나면 자꾸 간지러워요. 저,,, 키가 더 크려나요? ^^
#naha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