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고요 산책길 - 나무 심는 남자가 들려주는 수목원의 사계
한상경 지음 / 샘터사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책리뷰/에세이] 아침고요 산책길 / 한상경 / 샘터

 

아침고요 수목원의 사계

 


 

 

   아침고요 수목원이라는 이름은 많으 들어봤어요. 안타깝게도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요. 마음이 간절하면 언젠가는 가볼 수 있겠지요? 책으로라도 만나고 싶은 마음에 벌써 두 번째 아침고요 수목원 책을 펼쳤어요. 이번엔 아침고요 수목원 설립자인 한상경 교수가 전하는 꽃과 나무 이야기에요. 이렇게 아름다운 수목원을 설립한 분의 글은 역시나 꽃처럼 아름답고 풀내음처럼 싱그러웠어요. 글 속에 향긋한 자연과 상쾌한 지혜가 가득했답니다.

 

 


 

 

   아무리 도시에서 나고 자랐다지만 꽃이름과 풀이름을 몰라도 너무 몰라요.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거라고 하기엔 좀 많이 몰라요. 그래서 이 책처럼 꽃사진과 풀사진이 가득한 책 보는 걸 더 좋아하는 것일지도요. 책을 보는 순간엔 '아하~ 이 꽃 이름이 ㅇㅇ이구나.'라고 생각하며 '기억해야지.'라고 마음먹어도 실물로 다시 학습하지 않아서 그런지 기억이 오래 가지 못하더군요. 많이 아쉽긴 해도 계속 보다 보면 언젠가는 익혀질 거라 생각이 들기도 해요. 아니다. 그냥 시골에 내려가서 사는 게 더 빠를지도요. 자연 속에서 사는 분들을 보면 참 많이도 부럽거든요.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요. 그런데 현실은 도시에서 살아야 한다는... 이유는 직장 때문이라는 핑계...

 

   한 번 마음에 핀 꽃은 온 봄 동안, 그리고 계절이 바뀌어도 지지 않는다. 그렇다. 꽃은 마음에 피는 것이고 예술은 영혼에 피는 것이다. 이 봄, 아지랑이 봄 길로 달려 나가자. 훈훈한 봄바람 맞으며, 그래서 내가 봄을 껴안고 봄이 나를 껴안게 하자. 아! 너희들, 내 마음의 꽃들이여...... (17쪽)

 

 


 

 

   각박하게 살던 어느날 평소와 똑같은 봄이 왔어요. 세상을 다르게 보던 저는 평생 보이지 않던 꽃이 보였어요. 신기했어요. 저 꽃들은 어떻게 봄이 온 걸 알았을까. 저 풀들은 어떻게 봄이 온 걸 알았을까. 저는 환하게 핀 꽃과 파랗게 나오는 새 잎들을 보며 생각에 잠기곤 했어요. 어느 겨울보다도 더 추운 겨울이었기에, 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추운 겨울을 보냈기에 봄이 더 반가웠는지도요. 저는 그 후로 꽃이며 풀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아침고요 산책길이 집 가까운 곳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침고요 수목원만큼은 안 돼도 집 근처에 공원이 있어요. 걸어서도 갈 정도의 거리에 하나, 전철로 한 역 거리에 하나. 하지만 저는 자주 가질 못해요. 평일엔 퇴근하면 밤 10시거든요. 그런데 왜 휴일에도 찾지 않았을까요. 책에 미쳐서 책 보느라 그랬다면 핑계겠지요? 카메라 들고 꽃이며 하늘이며 찍어대던 저는 사라지고 아기 얼굴만 쳐다보고 있어요. 뭐 그렇다고 24시간 쳐다보는 것도 아니지만.

   결국 마음먹기에 달린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만 있다면 2시간 거리도 2분으로 느껴질 테니까요. 멀어서 못 간다는 말은 그저 핑계일 수도 있어요. 마음만 간절하다면 어디든 못 갈까요. 더 미루지 말고 아기와 함께 아침고요 수목원에 가봐야 겠어요. 아직 아기가 신생아니까 조금만 더 크면 같이 다니려고요. 좋은 것 예쁜 것 많이 보여주려고요.

 

 


 

 

   봄의 첫 소식은 역시 산수유와 생강나무인가봐요. 예전에 본 책에서도 첫 꼭지가 산수유와 생강나무였거든요. 노란 꽃잎이 제가 좋아하는 색이어서인지 기억에 깊에 남아 생각났어요. 아는 꽃이 나오니 반갑더라고요. 꽃 이름 몇 개 아는 데 그 중에 하나 나왔으니 당연히 반가울 수밖에요. 생강나무와 산수유 구분방법을 읽어놓고도 잊어버렸는데 이번에 다시 보며 다시 생각났어요.

 

   개똥벌레 하늘 나는 여름밤, 우리들은 고향 집 장독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봉숭아꽃으로 손톱을 물들였다. 빨간 꽃잎에다 진초록 이파리를 적당히 섞고 백반가루 솔솔 뿌려 곱게 빻은 뒤 손톱 이에 올린 그 꽃잎이 행여 달아날세라 피자마 잎을 따서 흰 실로 꽁꽁 동여매던 손가락에는 이제 어찌할 도리 없는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았다. (105쪽)

 

 


 

 

   '여름'하면 생각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봉숭아물이지요. 여자아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해봤을 봉숭아물이 생각나요. 제 여동생도 예쁘게 손톱에다가 봉숭아물을 들였거든요. 저는 남자면서도 하고 싶어서 새끼손톱에 했던 기억이 나요. 색깔이 이뻐서 두고두고 보다가 개학해서 학교 갔더니 친구들이 놀리던 기억도 떠오르네요. 요즘 아이들도 봉숭아물을 많이 하나요? 나중에 아이가 크면 손톱에다가 '엄마 아빠도 이렇게 했단다'라고 말하며 해주고 싶어요. 중간중가 나오는 시는 사진을 즐기기에 딱 좋았어요.

 

   이 책에는 봄과 여름 외에도 가을과 겨울 이야기도 들어 있어요. 수목원 위치가 경기도 가평이니 아주 먼 것도 아니에요. 책에서 사진으로만 본 꽃들과 풀들을 보러 가보고 싶어요. 온갖 꽃들이 화려하게 피는 봄, 누가누가 더 많이 자라나 시합하는 여름, 알록달록 물들이는 가을, 온 세상을 하얗게 하는 겨울을 아침고요 수목원에서 즐겨보고 싶어요. 그 전까지는 일단 책으로나마 만족을. ^^

 

#nah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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