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평전
안도현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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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에세이] 백석 평전 / 안도현 / 다산책방

 

시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백석

 


 

 

   시인 백석에겐 어느 누구에게도 붙을 수 없는 수식어가 붙어 있어요. '시인들이 가장 사랑하는'이라는 수식어에요. 그의 시가 얼마나 좋기에 저런 수식이거 붙었을까 궁금하지도 않았어요. 그의 시를 읽어 보기 전까지만요. 그의 시를 읽어 본 이후, 저는 왜 이 좋은 시를 이제서야 읽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어요. 그는 언어를 예술로 만드는 대단한 사람이었어요. 그의 시를 한 줄 한 줄 읽는 동안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따라하고 싶어도 따라할 수 없는 그의 시를 읽으며 그에게 붙은 수식어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이 책은 시인 안도현이 백석의 자료를 모아모아 만들었다고 해요. 백석이 글을 쓰게 된 계기, 일본 유학생활, 그의 작품 해설, 그의 연인, 그의 고향 이야기 등 백석의 모든 것을 이 책에 담았어요. 그동안 잘못 알려진 것을 바로 잡았고 논란이 많은 내용도 잘 정리했어요. 이 책 한 권이면 백석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정리를 잘 했더군요. 읽는 내내 저자 안도현에게 고마움을 느꼈어요. 시간 순서로 잘정리해서 이해하기도 쉽고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백석 사진을 보면 머리모양이 참 독특한데요, 그 당시 모던보이었다고 해요. 일본 유학 4년을 마치고 귀국한 뒤 말끔한 양복 차림에 넥타이를 맨 모던보이요. 외모뿐 아니라 영어에도 능통해서 모던지식인으로 불렸다고 해요. 시집 《사슴》을 내고 잘나가는 시인이 되었고, 《여성》지 편집자도 하며 수많은 시를 발표했어요. 정말 잘나가는 시인이었지요.

 

 


 

 

   백석의 생에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를 뽑으라면 1935년부터 1941년까지 7년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해요. 이 때 백석은 많은 시를 발표했고 유일한 시집 《사슴》도 출간했어요. 여인들과 지독한 사랑도 했고 이별도 했어요. 스물네 살에서 서른 살까지의 그는 경성, 함흥, 만주를 오가며 다양한 경험과 많은 시를 썼어요.

 

   산山턱 원두막은 뷔였나 불빛이 외롭다

   헝겊심지에 아즈까리 기름의 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잠자려 조을든 문허진 성城터

   반딪불이 난다 파란 혼魂들 같다

   어데서 말 있는 듯이 크다란 산山새 한 마리 어두운 골짜기로 난다

 

   헐리다 남은 성문城門이

   한올빛같이 훤하다

   날이 밝으면 또 메기수염의 늙은이가 청배를 팔러 올 것이다

 

   <정주성>, 조선일보에 발표한 첫 시

 

   그당시 백석의 시는 정말 대단했다고 해요. 윤동주는 백석의 시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어요. 윤동주는 백석보다 다섯 살 아래였어요. 어렵게 도서관에서 백석 시집을 구하고는 바로 필사를 했어요. 필사본을 늘 읽으며 문학의 뜻을 키웠어요. 백석 시집을 늘 끼고 다니며 주위에 추천할 정도였다고 해요. 백석은 활동할 때에도 수많은 사람에게 인정받는 대단한 시인이었어요.

 

 


 

 

   젊은 백석은 사랑의 시련도 많이 겪었더군요. 이 책이 소개하는 여인들과 백석의 사연의 읽으며 가슴이 아팠어요. 어쩌면 백석은 이런 아픔도 하나의 언어로 바꿨을지도요. 시인으로 산다는 건 아픔도 기쁨도 언어로 바꿔야 한다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예술가에겐 '가'가 붙어요. 화가, 조각가, 소설가 등. 그런데 왜 시인은 '시가'가 아니라 '시인'인지 아세요? 시가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시인으로 산다는 건 힘든 거래요. 백석은 나중에 절필할 때까지 시를 썼으니 정말 대단한 시인인 것 같아요.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nah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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