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21
찰스 디킨스 지음, 류경희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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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설>고전소설] 위대한 유산 / 찰스 디킨스 / 류경희

 

진짜 유산은 무

 


 

 

   고전소설은 어려워서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이 소설은 쉽게 읽을 수 있었어요. 역자의 번역이 저와 딱 맞는 것 같아요. 제가 번역소설을 잘 읽지 않는 이유는 번역투가 싫어서기 때문이거든요. 번역투의 문장을 읽고 있으면 신경질이 나요. 고치기 힘들어요. 그런데 이 소설은 술술 잘 읽혔어요. 아주 썩 재밌지도 않는데 잘 읽혔다는 건 문장이 매끄러워 읽기 편했다는 거잖아요. '나도 고전소설 읽는 사람이다'라는 자신감도 생겼어요. 열린책들 번역본들은 대부분 마음에 드는데 앞으로는 고전을 열린책들 번역본으로 읽어야 겠어요. 잘 읽히는 출판사 하나 찾아서 좋아요.

 

   이 소설이 말하는 위대한 유산이라는 게 뭘까 하는 궁금증은 책을 읽는 내내 사라지지 않았어요. 화자인 핍이 상속받을 유산이 위대한 유산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더라고요. 아마도 그가 받게 될 유산은 '선한 마음'이 아닐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중에야 소설의 제목이 번역의 오류가 조금은 있다는 걸 알았어요. 사실 원 제목은 'Great Expectations' 더군요. '큰 재산을 물려받을 기대'라는 뜻이라고 해요. 국내에 번역본이 나오면서 '위대한 유산'으로 제목이 지어졌고, 워낙에 이 제목이 알려져서 새 번역본이 나와도 예전의 제목으로 책을 내는 것 같아요. '상실의 시대'가 원 제목은 '노르웨이의 숲'인 것처럼 바로 잡아주면 좋을 것 같아요.






   핍은 누나의 손에 자라요. 누나가 손수 키웠지요. 착한 매형과 함께 살아요. 하루는 한 탈옥수를 만나는데요, 그에게 줄칼과 먹을 것을 가져다 주지요. 저는 탈옥수와 핍의 만남이 뭔가 있을 거라는 예상을 했는데요, 딱 맞아 떨어졌어요. 이 사건은 핍으로 하여금 죄책감을 가지게 하는데요, 나중에 누나가 족쇄로 가격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이 사건도 자신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죄책감으로 살아요. 핍은 마을에서 매우 큰 부자인 미스 해비셤의 저택에 놀러 가고 그 곳에서 그녀의 양녀인 에스텔라를 만나요. 쌀쌀맞고 예쁜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요. 하지만 자신과 너무나 큰 신분 차이로 인해 그저 바라만 볼 뿐. 그러던 어느날 익명의 사람이 핍에게 유산을 상속하겠다며 변호사가 나타나요. 런던으로 가서 신사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에요. 핍은 분명 해비셤이 에스텔라와 자신을 결혼시키려는 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그는 신분 상승이라는 꿈에 부풀어 도덕적으로 타락해가지요. 나중에 자신이 받을 유산이 수포로 돌아가며 핍은 다시 예전의 순수한 마음으로 되돌아가요.






   이 소설은 영국이 한참 산업화 하던 시기에 나왔다고 해요. 예전의 중산층이라면 도덕적으로도 성숙한 신사라는 개념이었어요. 하지만 산업화로 인해 태어날 때부터 신분이 정해지는 게 아니라 돈이라는 것으로 신분상승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에요. 돈이 중산층이라는 신분상승으로 이어지며 신사라는 걸 자본으로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지요. 도덕적으로 타락한 신사의 시대가 온 것을 꼬집은 소설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고전이 현대에서도 읽히는 이유는 지금의 시대도 이 시대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에서가 아닐까요.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수단으로 돈을 벌어 신분을 상승시킨 다음 마치 자신이 신사인 양 하고 다니는 것은 요즘에도 볼 수 있으니까요.


   두 권으로 나눌 만큼 양이 많지만 읽는 내내 재밌었어요. 핍이 과거를 회상하는 소설 형식도 신선했어요. 소설을 쓰는 저에게 새로운 느낌이었기에 더욱 좋았어요. 재밌으면서 의미도 있는 소설을 쓰기란 쉽지가 않잖아요. 그래서 찰스 디킨스가 오랜 세월 동안 존경받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읽어 본 찰스 디킨스의 소설이 마음에 들었으니 그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아핫,,, 고전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이제야 맛보는군요. ^^ 번역이 잘 된 소설을 더 찾아봐야 겠어요.


#nah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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