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더킨트
니콜라이 그로츠니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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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설>성장소설] 분더킨트 / 니콜라이 그로츠니 / 최민우

 

로봇이 되어가는 청소년들

 

 

 

 

   불가리아에서 태어난 소설가 아니아니,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그로츠니의 자전적 예술 성장소설이에요. 음악가이기 때문에 표현할 수 있는 예술적 감각들이 돋보이는 소설이에요. 자전적 소설이라는 걸 모르고 읽기 시작했는데요, 대략 50페이지 정도 읽었을 때 자전적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어 책소개를 보니 맞더군요. 책소개 먼저 안 읽고 무작정 책부터 보는 제가 딱 맞췄을 정도니까 대략 어떤 느낌인지 아시겠지요? 좋게 말하면 자세하고 섬세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별걸 다 기록한 거고요. 모든 자전적 소설이 그런 건 아니지만, 주제에 따라 기승전결이 있는 게 아니라 온갖 이야기들이 섞여 있어서 자전적 소설일 거라고 생각했지요. 저를 잘 아시는 분은 제가 이런 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아실 거예요.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쉿!

 

 


 

 

   넌 오로지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학교 선생들이 원하는 걸 주는 거야, 콘스탄틴. 순종 말이야. 일지를 훔쳐도 안 돼. 결석해도 안돼. 딱 삼 년만 있으면 졸업이야. 이 사람들을 다시 볼 일도 없고 그들이 하는 소시를 들을 필요도 없게 돼. 지금은 친구와 여자친구를 사귈 때도, 사춘기 놀이를 할 때도 아냐. (163쪽)

 

   소설속 '나'는 콘스탄틴이에요. 이름이 외우기 쉬워서 마음에 들어요. 제가 외국소설을 싫어하는 첫번째 이유가 읽다 보면 등장인물들 이름 까먹는다는 거예요. 노트에 등장인물들 적어가며 읽어 봤지만 한계가 있더라고요. 한 번은 책 한 권에 등장인물이 20여명 나오길래 노트 찢어버렸어요. 이노무 드러운 성질. ㅎㅎㅎ 제가 소설을 공부하면서 본 글엔 '주요 등장인물은 3명이 좋고 5명이 넘지 말아야 하며 주변 인물도 합쳐 10명이 넘으면 좋지 않다.'였거든요. 일단 주인공 이름 쉬워서 마음에 들었어요.

 

 


 

 

   복종이란 모두 인간을 그림자로 바꿔버리고 개인을 지워버리도록 고안된 연금술 공식을 위한 것이었다. 나치스, 공산주의자들, 자본주의자들, 그들 모두 내가 보기엔 악령에 사로잡히고 최면에 걸린 인간들이었다. (90쪽)

 

   불가리아의 소도시에 한 음악학교가 배경이에요. 이 곳에서도 체제 유지를 위해 필요한 순종적 인간들을 만들고 있었지요. 이 학교에서 '나'는 사춘기를 맞아요. 우앗,,, 사춘기의 대명사는 뭐다? 네, 반항이에요. 사춘기는 무조건 반항을 해야 제맛이지요. 제가 청소년소설을 즐겨 읽으며 깨달은 건 '사춘기 시절엔 반항해야 한다.'에요. 그냥 학교도 아니고 "네겐 선택권이 없어. 넌 일생을 음악가로 살게 될 거야."라고 말하는 학교에서의 반항이니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흥미진진 했어요. 역시 예상대로 크고 작은 사건들이 터지고 말아요. 그 바람에 주위 사람들이 학교에서 쫓겨나거나 떠나지요. 한참 감수성이 예민하고 반항이 가득한 청소년기의 '나'는 어떻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

 

 


 

 

   '무당벌레'가 내게 경고한 적이 있었다. 경주에서 제일 먼저 탈락하는 건 재능 있는 아이이고, 두 번째로 떠나는 건 야망 있는 아이라고. 오직 로봇 같은 아이만 끝까지 버틴다고. (58쪽)

 

   음악학교라는 감옥에서 공상주의 이념으로 무장한 선생님에게 억압적으로 배운다면 사는 게 불행하겠지요. 뭐,,, 대한민국 학교라고 다를 건 없어요. 학교라는 감옥에서 대학에 못 가면 병신이 된다고 대학에 못 가면 쓰레기가 된다고 가르치는 정신나간 월급쟁이들 밑에서 우리 아이들이 인생을 낭비하고 있으니까요. 저 어렸을 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보면서 고등학교라는 곳을 무서워 했어요. 사람마다 재능이 다른데 무조건 외우는 재능만 인정하는 교육이 못마땅하기도 했지요. 아인슈타인이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면 대학 근처도 못 가고 평생 육체노동만 하다 죽었겠지요. 스티브 잡스가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면 미친놈이라는 소리 들으며 왕따 당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겠죠. 결국 재능 있는 아이는 바보로 만들고, 오직 로봇 같은 아이만 인정받는 미친 교육. 제 눈엔 공산주의 이념을 가르치는 선생이나 대학 못 가면 인생 망한다고 가르치는 선생이나 그게 그거.

   우리 아이들이, 청소년들이 행복하게 살 수는 없는 걸까요? 우리 학교도 변할 수는 없는 걸까요? 적응하지 못해서 정신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고 삶을 끝내야 하는 악순환을 언제까지 해야 할까요.

 

#nah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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