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 잭의 고백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복창교 옮김 / 오후세시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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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리뷰/소설>일본소설] 살인마 잭의 고백 / 나카야마 시치리 / 복창교 / 오후세시

 

왜 죽였을까





   제가 추리소설을 즐겨 읽은 건 아주아주 옛날이에요. 초등 고학년 때부터 중학교 시절에 많이 읽었지요. 고등학생이 되면서는 맨날 사랑 얘기만 읽었기에 딱 중학생 시절에 추리소설을 많이 접했어요. 그 땐 추리소설이 참 재밌었어요. 범인이 누군지 저자의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흥미진진했기에 푹 빠졌나봐요. 요즘은 추리소설을 가끔 읽어서인지 읽는 책마다 몰입감은 최고에요. 이 책도 몰입해서 읽었어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요.


   젊은 체조선수가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져요. 뇌사에 빠진 젊은 남자의 소지품에서 장기 기증서가 발견되고 유족인 엄마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요. 장기 이식을 허락한다고요. 그런데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피해자는 우연히도 이 젊은 남자에게서 장기를 이식받았다는 공통점이 발견되지요. 살인자는 자신을 잭이라 말하며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어요. 장기 이식을 한 4명의 정보를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은 이식 코디네이터와 기증자의 엄마 두 사람 뿐.


   이 소설을 읽으며 중간에 쉴 수밖에 없었어요. 장기 이식에 대해 제 나름의 입장을 적어야 할 것 같았기에 고민을 해야 했거든요. 살인마 잭가 '장기 제공자는 죽은 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소설은 장기 이식 추진파와 신중파의 입장도 소개해요. 과연 뇌사가 정말 사람이 죽은 것이냐는 윤리적인 문제 때문이에요. 신중파의 주장을 읽으며 그동안 장기 이식에 전혀 무관심했던 제가 장기 이식의 윤리적 문제에 대해 고민을 했어요. 제가 내린 입장은 '이성적으로는 장기 이식에 반대. 그러나 나 또는 내 가족이 장기를 이식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에요.


   영화로도 나왔지요. 죽지도 않은 사람의 장기를 빼서 돈 받고 파는 영화요. 저는 이 영화 <공모자들>을 보며 돈이면 사람의 장기도 사는 세상이라는 무서움 보다는 인간의 잔인함을 봤어요. 실제로 중국에선 사람을 납치한 후에 장기를 빼서 파는 일당들이 검거되기도 한다고 해요. 잔인한 세상이에요. 이 소설이 말하는 장기 이식이 윤리적문제는, 뇌사가 죽은 것의 기준이냐는 게 아니에요. 장기 이식이 합법화 됨으로써 장기를 매매하는 세상이 되었다는 걸 경고하고 있어요. 경고가 아니지요. 이미 장기를 매매하는 사람들이 잡혔다는 기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니까요. 사람의 생명이 돈에 의해 처참히 죽어가는 세상. 정말 너무 잔인해요.






   장기 이식을 합법화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는지. 장기 이식이 합법화 되며 어느 회사가 이득을 봤는지 상세하게 말하는 장면들을 읽으며 개인과 일부 집단의 이익을 위해 이렇게 엄청난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에 또한번 마음이 아팠어요. 소설의 배경인 일본에서만의 일이 아니에요. 우리나라에서도 집단이기주의 현상은 너무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죽지도 않은 강 살리겠다고 22조를 투입한 사업에도 더러운 돈이 나돌았지요. 정책이 바뀌면 이득 보는 자들 전부가 로비를 했다는 건 아니지만 투표 정말 잘 해야 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어요.


   참,,, 그리고,,, '살인마 잭'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했더니, 1888년 런던에서 최소 5명의 매춘부가 살해당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해요. 피해자 모두 목을 베인 뒤에 장기를 빼앗김으로써 당시 런던 시내를 공포로 몰아넣었죠. 그러고 보니 얼마전 읽은 소설에서도 '살인마 잭'이라는 등장인물이 있던 게 생각났어요. 이 유명한 살인마는 100년이 지난 후에도 소설 속에서 언급될 정도로 공포감 같은게 있네요.


   소설은 장기 이식을 받았으면 기증자의 삶까지 두 배로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말해요. 세 번째 희생자가 인생을 낭비하는 장면을 보여주거든요. 그는 장기 이식으로 새 삶을 살 수 있었지만 도박에 빠져 인생을 낭비하고 말아요. 그도 처음부터 도박을 하려고 하진 않았겠지요. 하지만 덤으로 얻은 삶이니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들리는 것 같았어요. 아직 죽지 않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뺀 장기로 얻은 새 삶이니까요.






   수사본부 쓰루사키 씨가 물었다. 내 목적은 무엇이냐고.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냐고. 그럼 받아 두는 게 좋을 거야. 이게 나의 대답이다. 도륙 낸 세 명은 다른 사람의 장기를 빼앗아 살아남으려고 한 자들이었다. 그것도 완전히 죽었다고 인정할 수 없는 인간으로부터 말이지. 그것은 식인과 비슷한 비열한 행위다. 생명을 이어 나가는 일이라고? 위선에도 정도가 있다. 원래 세 명은 죽어야 할 운명이었다. 나는 그것을 원래대로 돌려놓았을 뿐이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빨아서까지 목숨을 부지하려는 자는 나의 발자국 소리에 떨면서 잠들어라. (193쪽)


   뇌사자는 뇌는 죽어 있지만 피가 흐르고, 살도 따뜻합니다. 이 상태가 죽었다고는 좀체 생각할 수 없는 법입니다. (203쪽)


   장기간에 걸친 면역억제제의 부작용을 설마 현역 의사가 부정하실 리는 없겠죠. 약제가 초래하는  피로감과 많은 전염병에 걸리는 공포에 대해 만약 수술 전에 동의를 얻었다면 수술 건수에도 차이가 발생하지 않았을까요. (207쪽)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 가며 살아남을 자격은 누구한테 있는거야?" (288쪽)


   "그 아이는 아직 살아 있다고요. 살아서, 케이스케 군과 하나가 되었어요." (311쪽)


   "우리가 료코를 쫓는 동안에, 마술사는 왼손으로 트릭을 꾸미고 있다는 것이로군요...." (321쪽)


   장기 이식을 받은 사람은 모두 네 명. 마지막 네 번째 사람은 죽음을 면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잭은 도대체 누구일까요? 잭은 왜 살인을 한 걸까요? 저는 알지만 책리뷰는 여기까지만. 궁금하면 책에서...


#nah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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