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첫 햇살
파비오 볼로 지음, 윤병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책리뷰/소설] 아침의 첫 햇살 / 파비오 볼로 / 윤병언 / 소담출판사

 

남성 작가의 여성 소설

 

 

 

   1인칭으로 소설을 써 본 경험자로서 확실하게 이것 한가지는 말할 수 있어요. 남성인 제가 여성이 화자인 소설을 쓰려면 매우 여성스러운 남자거나 매우 글을 잘 쓰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쉽지 않아요. 아니, 많이 어려워요. 그런데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며 마치 저자가 여자인 듯한 착각을 했어요. 분명 남자 작가로 알고 있는데 혹시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닌지 몇 번이고 찾아봤을 정도였어요. 나중에 책소개를 읽어보니 작가가 남자라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감상평도 있더군요. 정말 대단한 작가임에 틀림 없어요.

 

   이 소설은 일기 형식이에요. 일기 형식 소설을 처음 접해봐서 초반엔 조금 힘들었어요. 일기장을 읽는 것 같기도 하고 소설을 읽는 것 같기도 해서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갑자기 헷갈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읽다 보니 이런 독특한 형식의 소설도 적응이 금방 되더군요. 작가의 글실력이 좋은 건지 제 읽기 실력이 좋은 건지는 모르겠어요. 중요한 건 이런 독특한 형식의 소설을 처음 접한 독자도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다는 거니까요. 소설 전체가 일기는 아니고요, 중간중간 일기을 설명해주는 글도 있어요. 마치 자신이 쓴 일기를 읽으며 부족한 부분을 설명하는 느낌이에요.


   결혼 초기에는 나도 얼마나 열광적이었는지 모른다. 조그만 것에도 마냥 즐거워하고 행복해했었다. 아침 식사 시간을 위해 예쁜 색깔의 접시 두 개를 고르는 것만으로도 말할 수 없이 행복했다. 테두리에 하늘색 실로 수를 놓은 행주나 소파용 쿠션, 화장실에 놓을 새 수건을 고르면서도 나는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 (11쪽)






   《내가 원하는 시간》을 읽을 때도 내면적인 심리와 갈등을 잘 표혀한 것에 감탄하며 읽었는데요 《아침의 첫 햇살》도 감탄하며 읽었어요. 나도 이렇게 잘 쓰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소설 속 화자의 생각과 행동에 따라 내 마음도 변하는 게 신기했어요. 남편이 아닌 남자와 사랑에 빠진 화자 '나'의 생각과 행동에 거부감은 느끼지 못한 이유는 소설을 읽다가 그녀에게 동화되서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남자인 제가 화자인 여자를 이해할 수 있었거든요.


   나는 시어머니가 싫었다. 일기장에다 수도 없이 써놓았던 얘기다. 도대체가 정이 가는 행동이라고는 아예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내가 못 견뎠던 건 그녀 앞에서 어린아이로 돌변하는 파올로의 모습을 바라보는 일이었다. 그는 자기 엄마가 무슨 얘기를 하든 아니라는 말은 절대로 못 꺼내는 어린아이로 되돌아갔다. (47쪽)


   완벽한 결혼생활이 얼마만큼이나 가능할까요? 누구나 신혼 초기엔 모든 것들이 새롭고 행복해요. 작은 일에도 기쁨을 느끼지요. 하지만 소설 속 '나'가 경험했듯이 시간이 지나며 그런 감정들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요. 장점이 단점으로 보이고 좋아보이기만 하던 배우자의 모습에서 싫은 점도 찾아내지요. 원래 사람은 모두 같아요. 그런데 시어머니까지 마음에 들지 않다면 거의 최악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저는 한국의 시어머니만 대단한 줄 알았는데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은 국적을 불문하고 비슷한가봐요. 이렇게 복합적인 상황이라면 배우자가 아닌 이성에게 마음이 갈 수도 있겠지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불륜이 정당다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어젯밤에는 그가 꿈속에 나타나는 일이 벌어졌다. 이제는 그가 모든 틈새를 뚫고 내 인생을 넘나드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잠을 자도 나타나다니. 그의 집이었고, 우리는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170쪽)


   소설이라고 하지만 일기장에 이런 것까지 적는다면 '아무도 보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이 소설을 읽었어요. 청소년 시절 일기장을 타인이 봐버린 경험이 있거든요. '아무도 보지 못하게 꽁꽁 잘 숨겨 둬야 할텐데'라며 그녀를 걱정하는 나를 발견하곤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너무 모험적이다'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혹시 내가 그녀의 남편과 같은 실수나 행동은 하지 않았는지 돌아보았어요. 남자이기에 잘 모르는 여성 심리를 이렇게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어서 좋아요. 아내를 외롭게 하지도 마음 아프게 하지도 말아야지요. 저는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늘 노력하는 남편이 되려고 노력할 거예요. 아내에게 한 약속이 있어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부가 뭔지 보여줄게.'라는 약속을 꼭 지킬 거예요.


#nahabook


책리뷰 원문 http://blog.naver.com/naha77/50192109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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