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의 기적 - 시각 장애 아이들의 마음으로 찍은 사진 여행 이야기
인사이트 캠페인을 만드는 사람들 지음 / 샘터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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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포토에세이] 손끝의 기적 / 인사이트 캠페인을 만드는 사람들 / 샘터

 

마음으로 찍는 사진

 


 

제가 사진에 관심을 가진 건 스마트폰 때문이에요. SNS에 직접 찍은 사진을 올리다가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왜 내가 찍은 사진은 이렇게 형편없을까 생각을 한 거예요. 카메라 기능이 저질인 스마트폰이 이유라는 걸 알게 된 이후로 DSLR에 관심을 가졌어요. 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미루고 미뤘어요. 그러다가 하이앤드 디카가 있다는 걸 알고 구경도 해봤지요. 역시 비싼 가격은 부담이었어요. 여행에세이를 자주 읽으니 사진을 더욱 잘 찍고 싶어졌어요. 스마트폰 카메라에 불만이 커지고 커져 드디어 미러리스 하나를 구입했답니다. 아, 물론 가장 싼 걸로요. 스마트폰 보다는 잘 찍히지만 DSLR 보다는 부족한 저가형 미러리스에요. 카메라를 산 후로 사진 찍기에 더욱 재미를 붙였어요. 계속 찍으며 어떻게 찍어야 잘 찍는지 공부도 했어요. 역시 많이 찍어 봐야 실력이 늘더라고요.

 


 

그런데 시각장애인이 사진을 찍는다면? 어째 질문이 좀 이상해요.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겠어요. 저도 이런 의심을 했어요. 찍어 봤자 흔들리고 촛점도 잡히지 않거나 빈 하늘만 찍지 않을까 생각했지요. 하지만 책을 펼치자 제 의심은 완전히 사라졌어요. 깨끗할 뿐만 아니라 멋지기까지 한 사진들을 보며 놀랐거든요. 하늘이면 하늘, 바다면 바다, 사물이면 사물 어느것 하나 흠잡을 곳 없는 사진들이었거든요. 어떻게 이렇게 잘 찍을 수 있었을까요? 이유는 간단해요. 사진은 눈으로 찍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찍는 예술이거든요.

 


 

이런 멋진 일을 꾸민 건 인사이트 캠페인을 만드는 사람들이에요. 눈이 불편해도 청각과 후각, 촉감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믿고 함께 여행을 떠나요. 이렇게 시작한 여행으로 자원봉사자와 시각장애인은 눈으로 보지 않고 찍는 사진여행을 해요. 산으로 바다로 다니며 느끼고 듣는 것들을 카메라에 담아요. 시각이라는 도구를 잃었지만 카메라라는 도구를 얻은 아이들은 보통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았을 거라 생각해요. 공이 굴러오는 소리를 듣고 골대를 지킨다는 시각장애인 골키퍼처럼요. 우리는 사진을 시각으로 보지만 그들은 사진 속에서 소리를 듣고 느낄 수 있거든요. 어쩌면 우리가 보는 세상보다 그들이 보는 세상이 더 아름다울지도요.

 



 

아이들은 물결에 비치는 태양을 카메라에 담고, 보는 이 없는 지붕과 닿은 하늘을 카메라에 담고, 화려한 불꽃놀이의 한쪽 구석을 카메라에 담았어요. 아무것도 찍히지 않으면 어쩌나 흔들리면 어쩌나 걱정이 많던 아이들도 두려움을 던지고 자신의 감각을 믿기로 해요. 그렇게 찍힌 사진은 하늘도 바다도 빛도 아니었어요. 누구도 찍으려 하지 않았던 예술이었어요. 사물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을 중심에 놓고 찍은 게 아니라 누구도 보지 않는 여백, 사물의 귀퉁이, 눈길이 가지 않는 허름한 곳이 카메라에 담겼어요. 아이들은 이렇게 카메라라는 도구로 예술을 창조했어요. 카메라를 귀에 대고 찍고, 카메라를 기도하는 손으로 잡고 찍고, 두 손을 하늘로 향해 찍은 사진은 누구도 찍지 않았던 사진이었어요.

 

저는 이 책을 보며 역시 고정관념은 나쁘다는 걸 깨달았어요. 눈이 불편하다고 해서 사진을 찍지 못하는 건 아니라는 걸 배웠거든요. 사진은 귀로도 찍을 수 있고 마음으로도 찍을 수 있는 거였어요. 사진 잘 찍어 보겠다고 고민고민 하던 제가 부끄러워졌어요. 사진을 눈으로만 찍으려 했던 제 자신이 작아 보였어요. 저도 이 아이들 처럼 귀로도, 마음으로도 찍어 보려고요. 저도 잘 찍을 수 있겠지요?

 

#nah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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