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가루 백년 식당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책리뷰/소설] 쓰가루 백년 식당 / 모리사와  아키오 / 이수미 / 샘터

 

벚꼿 사랑

 


 

올 겨울은 유난히 짧게 느껴졌어요. 작년에 비하면 반 아니, 반에 반 정도? 시간은 빠르게 가거나 느리게 가는 법이 없는데 저는 왜 작년보다 더 짧게 느꼈을까요? 춥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냈거든요. 작년 겨울은 보일러와 싸우고 창틈으로 들어오는 바람과 싸우고 긴긴 겨울밤과 싸웠어요. 휴일이면 가스렌지도 없는 집에서 편의점 컵라면을 사먹었지요. 라면이 지겨워지면 밥을 사먹기도 했지만요. 이젠 그럴 날은 없을 거예요. 아침이면 밥 먹으라고 깨워주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거든요. 아내가 차려준 아침을 먹고 출근을 하는 게 이렇게 행복한 건 줄은 몰랐어요. 귀찮으면 굶던 휴일도 이젠 없어요. 아내가 밥을 챙겨주거든요. 춥다고 떨 일도 없어요. 손이 시려우면 손을 잡아주고 추우면 안아주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사람은 왜 사랑을 하는 걸까요?





이 책은 일본소설 다운 분위기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에요. 가업으로 100여년 이어온 메밀국수집을 떠나 대도시에서 생활하는 요이치가 이야기의 중심이에요. 그의 아버지는 고향에서 '오모리 식당'을 운영하고 요이치는 도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요. 그 앞에 운명처럼 한 여자가 나타나요. 얘기를 나눠보니 고향도 학교도 같았어요. 첫 만남부터 서로 호감을 가진 둘은 곧 사귀는 사이로 발전해요. 사진작가라는 꿈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그녀에 비해 아직도 제자리걸음은 자신을 보면 한숨이 나온 게 문제가 되어요. 사랑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텐데 그는 못난 짓을 하고 말아요. 과연 둘은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요? 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스포 방지를 위해 내용은 요기까지만.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일본 도시도 우리나라의 도시와 다를 게 없다는 걸 느꼈어요. 일본에 가본 적은 없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청년의 삶이 책에 보였거든요. 우리나라 청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어요. 서울에서 자란 제가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요? 대학 졸업 후 서울로 올라온 친구들이 많거든요. 사회 친구들은 대부분 고향이 서울이 아니라서 좀 알지요. 무언가에 쫓기듯 바쁜 걸음, 깍쟁이 같은 성격은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더라고요. 이 소설에도 그런 장면이 나와요. 그녀를 처음 만난 날 도시 이방인으로서 죽이 착착 맞는 장면에 이런 대화를 해요. 저는 반대로 지방에서 서울사람을 만나면 반가워요. 아, 맞다. 나 지금 지방에 살지. 인천도 지방이니까요. 아, 근데요, 왜 도시는 차가워야 할까요? 도시가 고향인 저는 살짝 억울하기도 하다능.





풋풋한 사랑을 읽으며 나도 저 시절로 돌아간다면... 이라는 상상도 해봤어요. 날마다 게임만 하고 친구들과 밤새 노느라 예쁜 추억을 별로 만들지 못한 것 같았거든요. 회사생활에 치어 소중한 20대를 날려버린건 아닌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약 저 때로 돌아간다면 해보고 싶은 건 다 할 것 같아요. 소설속 주인공 처럼 풍선아트도 해보고 소설속 그녀 처럼 꿈을 위해 제자로도 들어가 보고. 우아~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아요. 돌아가고 싶냐고요? 아니요. 저는 하고 싶은 걸 곧 할 테니까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빠가 될 거예요. 사랑을 넘치도록 부어주는 아빠가 될 거예요. 아, 맞다. 소설속 요이치 처럼 풍선아트는 배워야 겠어요. 아이에게 선물로 주려고요.


#nahabook


http://blog.naver.com/naha77/50189700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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