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방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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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꿈이 필요했었다. 살아가기 위해서.

 

[외딴방]을 만나기 전, 신경숙의 문장을 읽어본 적이 있었다. 그녀의 문장은 너무 길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문장이다. 난 하나의 문장이 세 줄 이상 넘어가면 그 문장이 이해가 안된다. [외딴방]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녀의 문장은 길었다. 게다가 글도 어렵게 썼다. 100쪽 까지는 읽는 게 고문이었다. '내가 왜 이 책을 읽고 있는 거지? 덮어버릴까?' 라는 질문을 나에게 계속 했었다. 하지만 책의 반을 넘어가면서 부터는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꿈... 꿈이 필요했던 소설속 나, 외사촌, 직장동료, 학교친구. 그들에게는 꿈이 필요했다. 꿈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꿈을 잊으면 그걸로 끝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노동소설이라고도 한다고 한다. 성장소설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난 노동소설에는 관심도 없지만 아무튼 이 책은 성장소설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한창 친구들과 학교를 다니며 공부해야 할 시절에 공장에서 에어드라이버로 스테레오를 조립하던 '나'가 그 힘든 상황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꿈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 바로 그 '꿈'이라는 것이 희망을 주었고 힘을 주었던 것이다. 소설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그 모든 행동들이 '나'가 살아가는 목적이자 꿈이었던 것이다.

 

나는 꿈이 필요했었다...... 살아가기 위해서.

177쪽

 

잊지 않고 있으면 할 수 있어. 꿈을 잊으면 그걸로 끝이야. 언제나 꿈 가까이로 가려는 마음을 거두지 않으면 할 수 있어. 가고 또 가면 언젠가는 그 숲속에 갈 수 있을 거야.

258쪽

 

책의 내용은 적지 않겠다. 워낙에 오래전에 발표된 소설이고, 내용에 대한 글이라면 얼마든지 많기 때문이다. 80년대의 상황, 열악한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 등을 일일이 적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난 이 책을 통해 나의 잃어버린 꿈을 되찾았다. 열일곱 시절 내가 가지고 있었던 그 꿈 말이다. 책 읽는 게 너무나 좋았고 글 쓰는 게 너무나 좋았던 열일곱 시절에 가지고 있었던 그 꿈을 다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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