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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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달, 두 개의 달, 두 개의 달...

 

읽은지 10일이 지났지만 난 아직도 정리가 안된다. 1, 2권 합쳐서 대략 1,200페이지의 엄청난 양을 읽긴 읽었는데 A4 한 장으로 요약할 만큼의 기억만 남는다.

 

이 책을 읽을 생각은 없었다. 그 이유는 너무 두껍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두꺼운 책을 읽느니 차라리 잠을 자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내가 병원에 입원하기 전이다. 병원에 입원하고 나니 너무 심심했다. 대략 10일정도 입원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이 길고 긴 10일간 뭘 할까 고민 해봤다. 이때 떠오른 책이 바로 1Q84다. 지인으로 부터 이 책을 사다달라는 부탁을 했고 난 이 책을 받자마자 읽기 시작했다. 책을 사다준 지인께 감사드린다.

 

1권은 너무 읽기 힘들었다. 아무 필요도 없는 내용들이 너무나 많았고 반복된 설명도 자꾸 나왔다. 1권 읽는 데 5일 정도 걸린 것 같다. 읽다가 지겨워서 자고, 읽다가 지겨워서 TV보고 하며 5일동안 겨우겨우 읽었다. 정말 내가 병원에 입원한게 아니었더라면 100페이지만 보고 헌책방에 팔아버렸을 것이다. 입원해 있었기 때문에 남아도는 시간동안 할 게 없어서 그냥 글자를 읽었다. 5일동안.

 

하지만 2권으로 넘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너무 재밌다. '아, 이게 바로 하루키 소설 이구나' 라고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렇게 나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하루키를 칭찬하며 하루만에 2권을 읽어버렸다. 뒷얘기가 너무궁금해서 잠을 잘 수 없었다. 잠도 안자고 밤새 읽었다. 두 개의 달, 두 개의 달, 두 개의 달... 정말 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재밌었다. 다 읽고 생각해보니 1권이 너무 재미 없다는게 아쉬웠다. 1권도 재밌었더라면... 1권을 왜 그토록 재미없게 썼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1권의 재미없는 부분을 다 빼고 두 권의 책을 한 권으로 만들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책은 양을 반으로 줄여서 한 권으로 만들었어야 할 책 같다.

 

읽으며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 바로 번역이다. 아쉬운 번역은 크게 세 가지다.

 

1. 아오마메가 자주 입던 '저지'

저지는 일본말 아닌가 싶다.

(네이버 국어사전의 저지는 아래와 같다.

저지 [jersey] [명사] 손으로 짠 털옷과 똑같이 기계로 짠 두꺼운 메리야스 직물. 가볍고 신축성이 좋아 스웨터나 양복감으로 쓴다.)
물론 한국에서도 '저지'라는 말을 쓰긴 한다. 하지만 한국에선 주로 '추리닝'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책에 보면 아오마메가 '운동복 저지'로 옷을 입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운동복은 추리닝을 말하는 것 같다. 추리닝의 일본말은 '쟈-지'다. 왜냐면 일본말은 '어'발음이 없다.
일본말의 기본 모음은 '아, 이, 우(으), 에, 오' 이다. 여기에 '야, 유, 요'가 더해진다. 일본말에는 '어' 발음이 없기 때문에 '어'를 주로 '오'로 발음하는 걸 볼 수 있다. 추리닝을 일본에서는 이상하게도 '쟈-지'를 쓰고 있다. 그럼 번역에서는 '저지' 보다는 '추리닝'이라고 번역했어야 옳다.

[조혜련의 박살 일본어] 내용중 아래의 내용이 나온다.

'우리가 흔히 ‘추리닝’이라고 부르는 운동복은 영어 training의 일본식 발음일 것 같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쟈-지(ジャ-ジ)’라고 한다. 그런데 추리닝을 주로 집안에서만 입는 우리와 달리, 일본에서는 추리닝 차림이 좀 더 자유로운 평상복에 가까운지라 일본 여자 MC들이 그렇게 흥분을 했던 것이다. ジャ-ジ는 그야말로 ‘쟈-지’라는 한국 사람으로선 살짝 민망(?)한 발음 때문에 당황스럽긴 하지만, 한편으론 한 번 들으면 반드시 기억하게 되는 단어라 고맙기 그지없다.'
원서에는 뭐라 나와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좀 그렇다. 원서를 읽어보고 싶다.
 
2. 후카에리의 의문형 문장

이것도 원서를 읽고싶다. 책에서는 후카에리가 물음표를 빼고 말한다고 하고 있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된다. 물음표는 문장부호다.

(네이버 국어사전 문장부호 [文章符號] <언어> 문장의 뜻을 돕거나 문장을 구별하여 읽고 이해하기 쉽도록 하기 위하여 쓰는 여러 가지 부호. ‘.’, ‘?’, ‘!’, ‘,’, ‘:’ 따위가 있다. ≒글점·월점)

'물음표를 빼고 말한다'라는 것은 틀린 말이다. 물음표는 발음이 없다. 발음이 없기 때문에 빼고 말할 수도 없다. 그냥 문장부호일 뿐이다.  '물음표를 빼고 쓴다'라고 말하면 몰라도 말이다. '의문형 문장을 평서형 문장으로 말한다'라고 말하는게 오히려 맞는 말일 것이다.

원서에는 아마도 '빼고'라는 뜻이 있던 것 같다. 번역을 하면서 고민 많이 했을 것이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번역이 상당히 부자연스럽다. 후카에리는 물음표를 빼고 말한게 아니라 의문형 문장을 평서형 문장으로 말했다고 번역해야 더 자연스럽고 원문에 가깝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물론 내 추측이다. 난 아직 원서를 읽어보지 못했다.

 

3. 적확하다

'적확'이라는 말이 너무나 많다. '정확'이라는 쓰임이 맞는 것 같은 문장에도  '적확'을 너무나 많이 사용했다. '정확'을 써도 아무 문제가 없는 문장에다가 '적확'을 넣었다. '정확하다'와 '적확하다'의 뜻은 차이가 있긴 하다.

네이버 국어사전 정확하다 <형용사> 바르고 확실함.

네이버 국어사전 적확하다 <형용사> 틀림없이 들어맞다.

한국사람들은 '적확하다' 보다는 '정확하다'를 더 많이 사용한다. 물론 '적확'이 쓰여야 할 곳에 '정확'을 쓰는건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너무 너무 억지스럽게 '적확'을 사용했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책 전체에 사용하고 있는 '적확'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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