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 권지예 소설
권지예 지음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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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쉬운게 아닌데...

죽음이란걸 너무 쉽게 보는 세상이 온 것 같다. 잊을만 하면 한 번씩 연예인의 자살 소식이 들린다. 이젠 너무 많이들 자살을 해서 '누가 자살했다더라' 하면 '또?'라는 반응만 나온다. 쉽게 죽는 세상, 이 더러운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왜 죽어야 했을까? 그들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나도 죽으려 했던 과거가 있기 때문에...

 

답답한 글들

이 소설집은 슬프다. 그리고 답답하다. 아니, 답답하고 슬프다. 슬퍼서 답답한 것인지 답답해서 슬픈 것인지 내 감정은 혼란에 빠졌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서야 혼란한 내 감정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렇다. 답답해서 슬픈 것이다. '살지... 죽지 말고 살지... 어짜피 공짜로 사는 세상인데... 뭐가 그리 급하다고 먼저 가나...'

 

슬픈 글들

첫 단편 [BED]에는 이 소설집이 말하고자 하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BED'는 침대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 가장 편안한 휴식을 갖는 곳이다. 침대는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줘야 한다. 이 소설속에 나오는 침대는 특별하게도 매우 튼튼한 침대다. 한 번 사면 평생 A/S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튼튼한 침대다. 남자는 이 침대에서 사랑을 나누고 평안을 얻는다. 평생 A/S가 필요없다는 것은 평생 행복이 지속될 것이라는 남자의 심리를 잘 표현해준다. 남자는 튼튼한 침대처럼 자신의 행복이 평생 갈 것이라 굳게 믿었다. 하지만 불행은 찾아온다. 인생은 평탄하지만은 않다. 살다보면 잘 포장된 도로가 있기도 하지만 자갈밭도 나오고 가시밭도 나오는 것이다. 그게 인생이다. 하지만 남자는 행복을 빼앗긴 후에도 평탄한 포장도로를 잊지 못한다. 평생 A/S가 필요 없을거라는 침대가 고장나듯이 우리 인생이란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그 변화에 적응 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사람이다.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에 얽매여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다. 결국 남자는 죽음을 택한다. 자신의 행복을 빼앗기려고 하지 않는 욕망이 남자를 죽게 만들었다.

 

소름끼치는 글들

오싹하게 만들고 놀라게 만든 단편 [여주인공 오영실]을 보며 성적 답답함을 느꼈다. 그런데 이게 허구가 아니라 사실이라고 하니 더 끔찍하다. 아버지의 죽음, 자신을 겁탈한 탈영병의 죽음, 그 사실을 말해준 또래 남자아이의 죽음 그리고 오영실의 죽음을 보며 이게 허구라면 작가는 너무 끔찍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왜 다 죽어야 했을까?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죽음이라는 것으로 모든결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답답하지만 죽음이라는 소재로 책을 가득 채운 작가에게도 답답함을 느꼈다. 소름이 끼쳤다.

 

사랑과 희망

한 때 자살을 결심한 적이 있는 나에게 이 소설은 한 마디로 충격이다. 책의 내용을 기억에서 모두 지워버리고 싶을 만큼 충격이다. 물론 이 세상에 어디 해피엔딩만 있겠냐만, 그래도 죽음은 너무한게 아닐까 생각된다. 한 때 죽음을 동경하고 죽음의 시만 끄적거리고 죽음을 소재로 한 단편만 끄적대던 나의 20대가 생각난다. 그때 난 정말 여차 하면 죽을 준비를 하고 시를 쓰고 소설을 썼었다. 나의 시는 대부분 죽음이 주제였으며 나의 소설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죽었다. 하지만 난 이제 그런 시도, 소설도 쓰지 않는다. 죽고싶을 만큼 살기 싫은 세상이지만 그래도 내가 사랑해야할 대상이 있기에 희망은 있다. 사랑과 희망은 죽음의 반대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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