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목소리 - 어느 나무의 회상록
카롤 잘베르그 지음, 하정희 옮김 / 파란시간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한 나무가 인간에게 전하는 이야기로 되어있다. 오랜 세월동안 인간들을 지켜본 나무는 자신이 본 것들을 이야기 형식으로 전하고 있다. 발상도 좋아서 재미있고 책도 얇아서 금새 읽을줄 알았지만 이 책은 내게 너무 어려웠다. 원래 어렵게 쓴건지 번역을 어렵게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2천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격었을까. 무릎 꿇은 사람의 키를 넘지 않았을 때 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비참한 결말을 맞아야 했던 농부의 삶 부터 시작해서 여러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난 그 이야기들을 읽으며 계속해서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왜이렇게 인간의 모습은 이기적인지 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부끄러웠다. 

돈을 벌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고 농부는 비참한 결말을 맞는다는 설정은 좀 듣기에 거북하다. 나무를 잘라내는 일을 나쁘게만 몰아가는것 같아서다. 생명이 있는 것을 죽이는 것이 나쁜 것이라면 인간은 굶어죽으면 된다. 동물도 죽이면 안되고 식물도 죽이면 안된다면 도대체 뭘 먹고 살라는 것인가. 너무 극단적인 자연보호에 대해서는 반대표를 던지고 싶다. 

사람은 너무 잔인하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살인도 한다. 하지만 나쁘게만 볼것도 아니다. 사랑때문에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것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명과도 바꿀 수 있는 사랑... 이런 사랑을 해보고 싶다. 자신의 모든걸 걸 만큼 사랑한다면 사랑받는 사람도 행복할 것이다. 그런 사랑을 받아보고 싶기도 하다. 

오랜 세월을 한 자리에서 지켜보았던 일들을 회상하는 나무를 상상해봤다. 엄청난 둘레에 키도 클 것이다. 한 자리에 오래 있었으니 여러가지 전설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뽑힐 위험도 있었을 것이고 베어질 위험도 있었을 것이다. 수많은 세월을 버텨온 크고 오래된 나무... 내 주위에 있는 나무들도 나를 기억해줄까? 그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옳바르게 살아야 겠다. 이기적이지 않게 추하지 않게 말이다. 

얇은 두께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끝까지 읽는게 힘들었던 이유는 아마도 이 책에서 나의 나쁜 모습들을 너무 적나라하게 발견해서는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내 안에 있는 내면의 나가 못난 나에게 질책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책의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설령 그게 이유가 아니더라두 상관은 없다. 나도 나를 잘 모르니까 말이다. 

비록 당장의 배부름과 잠자리, 그리고 다가올 새벽을 무사히 넘기는 것에 급급해야 할 정도로 무력해졌을지언정, 인간들은 영원히 일어서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고, 또다시 넘어지는 그런 피조물로 남으리라. (148쪽)
진화론적인 관점으로 내내 말해놓고 마지막에서는 창조론적인 관점으로 바꾸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또다시 넘어지는 인간일 뿐이다. 그리고 또 일어나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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