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멩코 추는 남자 (벚꽃에디션) -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허태연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결혼하고 두 번째 이사할 때였습니다. 첫 이사 때 책이 너무 많아서 고생한 기억에 아내는 책을 대부분 버리라고 부탁했습니다. 저는 과감하게 결심했죠. 전집 빼고는 모두 버리자.


10년 넘게 함께한 나의 책들 그냥 보낼 수 없어 하나 둘 펼쳐보다가 종이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오래전에 쓴 나의 버킷리스트 10개가 적혀 있더군요. 적었을 땐 심각하게 고민하며 적었을 10개의 버킷리스트. 그런데 몇 개 빼곤 내가 왜 이런 내용을 적었는지 이해가 안 됐습니다. 겨우 10년 전 일인데 말이죠.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던 아빠 되기, 문학소년 시절부터 꿈이었던 소설가(또는 시인) 되기. 이 두 항목 외엔 뭐가 중요하다고 8가지나 더 적었는지, 이 8가지 중 해보고 싶은 사항이 없어서 저를 의심했습니다. 나 치매야?


‘혼불문학상’이 벌써 11번째입니다. 첫번째 수상작 《난설헌》을 읽은 지 몇 년 안 된 것 같은데 말이죠. 혼불문학상 작품은 무조건 믿고 봅니다. 아직 한 번도 실망한 소설이 없거든요.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뛰어난 가독성에 코로나 시대상황에, 아직 주인공 나이도 안 된 제가 그가 이해되는 요상한 꼰대 근성까지 하나도 모자람이 없더군요.


67살. 이제 은퇴하려는 그에게 나타난 버킷리스트. 그는 하나씩 실천합니다. 정말 중요해서 실천하려는 걸까? 아니면 청년 시절로 되돌아 가고 싶은 마음에서였을까? 그의 버킷리스트 실행기, 쉽진 않습니다. 나이도 많고(?) 여건이 허락하지 않고. 하지만 끈질긴 노력과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나가는 그를 보며, 선물하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 저도 하나 써봐야겠습니다. 중년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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