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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인재 나쁜 인재 - 한국의 CEO 55인의 선택
정민정 지음 / 부키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한국의 대기업, 중소기업의 CEO 55인이 쓴 글들 입니다. 각각 좋은 인재 한 명 나쁜 인재 한 명을 실제 사례를 들며 말하고 있습니다. 좋은 인재에 관한 글들을 보면 ‘나도 이렇게 좋은 인재가 되어야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고요, 나쁜 인재에 관한 글들을 보면 ‘나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라는 교훈이 되어서 정말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최근에 와서 많이 느끼는 건데요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은 대게 정해져 있습니다. 영업, 기획, 마케팅 입니다. 이 분야의 사람들은 실력을 인정받으면 억대 연봉도 받더군요. 그러나 엔지니어(개발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요즘 제가 계속 엔지니어를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오늘 거래처 사장님과도 엔지니어 이제는 하기 싫다고 말했습니다. 제품개발 이라는 지업은 성공해야 본전인 것이 엔지니어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싫습니다. 고생은 엔지니어가 하고 우대는 다른 부서 사람들이 받는다면 이게 정말 뭣 같은 일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흔히 성공하는 사람들을 보면 기술자는 별로 없습니다. 엄청난 계약을 따낸 영업, 획기적인 아이템을 생각해낸 기획, 엄청난 효과를 낸 마케팅이 다 가져가고 제품을 개발한 개발자에게 돌아가는 건 없습니다. 게다가 개발자는 기술자들이기 때문에 개발 일정이 늦춰지거나 개발이 생각 외로 잘 되지 않으면 해고입니다. 왜냐하면 그대로 두었다간 회사가 망하기 때문입니다. 개발이라는 일이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엔지니어의 판단 하나가 회사손실 수억 원이 되는 건 잠깐이거든요. 또한, 엔지니어의 옳은 판단 하나가 회사이익 수억 원이 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개발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수억 원의 이익을 낸 엔지니어에게 보상이 없다는 것입니다. 수억 원의 이익을 내도 눈에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즉, 엔지니어는 성공한 일은 눈에 보이지 않고, 실수한 일만 눈에 보이는 직업입니다. 그래서 엔지니어는 개발 성공하면 당연하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고, 실패하면 실력 없다고 비난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들을 보면 기술자에 대한 대우가 우리나라와는 천지차이입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에 들어가려면 기술자에 대한 대우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현재같이 기술자를 천대하다가는 절대 선진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CEO들도 별반 다를 게 없었습니다. 그들이 기억하는 좋은 인재 속에 엔지니어가 몇 명이나 되나 세어보았습니다. 딱 두 명 있더라고요. 55명중에 2명이라면 너무 심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나마 그 두 명도 연구소장 한 명, 개발부 이사 한 명입니다. 실전에 투입되어 날마다 야근에 철야를 하는 개발 담당자들은 전혀 기억에도 없는 사람들 이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게 나쁜 인재 속에는 엔지니어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들은 엔지니어를 최다보지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전혀 대상 밖이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아는 형이 서울대 박사(기술관련 정공)를 받고 엔지니어가 되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유는 대한민국은 엔지니어가 대우받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랍니다. 이러니 발전이 멈춘 게 아닐까 생각되네요. 그 천재적인 머리로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겁니다. 엔지니어로는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이죠. 제조업을 중국에 다 빼앗기고 도대체 나라를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한심합니다. 이렇게 된 것은 기업들의 잘못이 큽니다. 그동안 기술자들을 천대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엔지니어는 사장님 눈에도 띄지 않는 직업입니다. 엔지니어 대우가 이러니 아무도 엔지니어를 안하려고 하죠. 작년에 신입사원 뽑으려고 대학교 후배들, 여기저기 부탁했는데 못 뽑았습니다. 날마다 밤새고, 야근하고 그렇게 일해도 대우도 못 받는 엔지니어 왜 하느냐는 것이죠. 그들의 말이 맞습니다. 나라꼴 참 잘 돌아갑니다. 이제 정말 엔지니어 지긋지긋 합니다. 일 한 만큼 대우받고 싶네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좋은 인재가 되고 싶어 할 것입니다. 그러나 엔지니어는 그럴 기회도 갖지 못한다는 사실에 슬픔이 몰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