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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눈사람
조영훈 지음 / 마음향기(책소리)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웰다잉(well dying)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이 책은 어떻게 죽느냐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책입니다. 종교를 떠나서 무교적인 입장으로 쓴 소설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감동으로 다가갈 수 있는 내용입니다. 독자로 하여금 울게 만들려고 나온 [국화꽃 향기]와는 다르게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하는 좋은 책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습니다. 죽지 않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이 책 속의 주인공인 부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두 부부는 너무나 젊은 나이 서른하나에 죽었습니다. 이렇게 젊은 나이로 설정한 이유는 '죽는 순서는 없다' 라는 저자의 의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태어날 때엔 순서가 있었지만 죽을 때엔 순서가 없잖아요. 우리는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사람들이니까요.
책의 내용을 기독교적으로 풀이하면 정말 좋습니다. 아니, 저자는 아마도 기독교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책의 내용 중에 기독교와 맞물리는 내용들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책 어디에도 저자의 종교관이나 주인공 부부의 종교관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윤회설을 믿으려 하는 의지가 조금 보이긴 했지만 주인공 부부의 종교는 책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으니까요.
부부는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론으로 '죄'라는 답을 찾게 됩니다. 자신의 죄 때문에 죽는다는 결론이었죠. 이건 기독교의 교리와 일치하는 부분입니다. 우리 사람은 죄 때문에 죽는다는 것이죠. 부부는 그러나 죄를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다만 죄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할 뿐이었죠. 그리고 결국은 죽게 됩니다.
부부는 죽기 전에 용서해야 할 사람을 만나보고, 용서받기 위해 사람을 만납니다. 우리의 삶은 관계의 연속이잖아요.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고, 상처주고, 사랑하고...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무얼까요? 책 속의 부부는 용서를 택하기로 합니다. 저는 이 세상의 최고의 사랑은 용서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용서보다 더 큰 사랑은 없으니까요. 가장 실천하기 힘든 사랑이 용서니까요. 부부는 평생을 살면서 하지 못했던 용서라는 것을 하기 위해 사람을 만납니다. 용서라는 것을 받기 위해 사람을 만납니다. 만남을 가진 후 스스로 만족을 하긴 했지만 완전한 만족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직접 말로 '용서해주세요.', '용서한다.' 라는 말이 오고가야 했지 않을까 생각 되더라구요.
이렇게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책의 2/3가 지나갑니다. 그리고 나머지 1/3은 정말 죽는 과정입니다. 죽음을 앞에 둔 부부의 가장 큰 고민은 부부를 반씩 닮은 딸 한 명... 딸의 문제를 친구인 정화에게 맡기고 나서 부부는 너무나 행복해 합니다. 딸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는 부부간의 사랑에 집중합니다.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둘 만의 사랑... 부부는 그렇게 행복하게 죽어갑니다.
부부의 가장 친한 친구 정화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정화의 성씨가 "우" 이므로 이름은 '우정화' 입니다. 이름에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소설들을 보면 이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데 우정화의 이름이 그것 같습니다. 이름 세 글자 중에 두 글자만 보면 '우정' 입니다. 저자는 정화를 통해 우정에 대해서도 말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정화같은 친구가 있다는 건 정말 성공한 인생이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 해봤습니다.
부부가 죽는 끝장면이 너무나 슬펐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슬프다는 생각 보다는 '이렇게 죽음을 준비하는구나'라는 생각 뿐이었는데 드디어 끝부분에 부부가 죽는 장면에서 눈물을 펑펑 쏟고 말았습니다. 죽음이란건 원래 슬픈 거니까...
"나 같으면 너희들처럼 서로 상처 주고 후회 남길 일 따위는 안 할 거라는 거...... 남은 시간이...... 아까워서도...... 아까워서라도......" (119쪽)
남은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서로에게 절대 상처주는 일은 하지 않을거라는 친구의 말 입니다. 지금 반 정도 읽었는데요... 부부는 이 땅에 살 날이 겨우 3개월 남은 상황이랍니다. 얼마나 슬픈지요... 앞으로 사랑할 시간이 3개월 뿐이라는데... 이 부분을 읽는데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구요.
얼마나 시간이 아까울까요?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게 시간이잖아요. 한 번 지나가면 잡을 수 없는 게 시간이잖아요. 갑자기 내게 시간이 많은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얼마나 아까울까요?
누가 예수쟁이 아니랄까봐... 책 속의 부부에게 전도하고 싶어졌습니다. 이 부부에게 어떻게 전도해야 할지... 막막하네요. 저자에게 전화를 걸어볼까? 허구속 인물일 뿐인데...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사람 죽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도 늘 저는 '저 사람에게 전도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런거 보면 저는 틀림없는 예수쟁이 입니다.
종교인으로 본 이 책은 정말 안타깝다는 것입니다. 종교인들은 대부분 행복하게 죽습니다. 왜냐하면 종교인들에게는 죽음은 끝이 아니기 때문에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거든요. 사람은 원래 자신의 죄 때문에 죽어야 하지만 예수님께서 대신 죽어주셨으니 예수믿는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죠. 물론 모든 기독교인들이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신앙이 좋은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다는 것이죠. 작가후기에서도 저자는 종교인들의 죽음은 편안한 죽음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러고 보면 종교가 있다는 것과 없다는 것은 삶의 질 부터 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독서일기를 꾸준히 쓰는데요... 며칠전 독서일기에 이 책의 내용을 기독교서점 게시판에 올렸더니... 어느 분께서 이런 덧글을 달아놨더라구요.
A님의 덧글 -정말 예수님을 믿으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죠... 믿음이란 힘이 있습니다.
B님의 덧글 - 다시금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게 됩니다.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책이어서 종교적인 내용을 조금 적었습니다.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은 꼭 한 번 읽어보세요.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좋은 책입니다.
참, 제목이 왜 '초록 눈사람'인지 궁금하시죠 책의 끝부분에 나옵니다. 책을 다 읽고 확인해 보셔야 더 감동입니다. 그래서 그 이유는 적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