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솔루션 - 국민이 행복한 나라 만들기 프로젝트
이서구 지음 / 멘토프레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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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4일 용인의 한 전원주택 공사현장에서 외장재 하도급사 사장이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여 자살했습니다. 원도급자가 추가 공사비를 정산해주지 않아 생긴 일입니다. 그는 6명의 자녀를 둔 50대 가장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죽어야 했을까요. 그는 왜 분신자살을 택해야 했을까요. 원도급사와 하도급사의 문제는 매우 오래전부터 내려온 추악한 불공정 관계이며, 정부는 이를 개선할 의지도 없고, 원도급사는 하도급사 사장이 죽든지 말든지 관심도 없는 인간쓰레기인 걸까요? 건설과 관계없는 직업이고 주변에 건설업 종사자도 없지만, 가끔 뉴스를 통해 접하는 하도급사의 처참한 현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픈 건 사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당하고만 살아야 하는 하도급사와 그 직원들의 삶이 불쌍해서 눈물 흘리는 이유는 개가 아니고 사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책은 30여 년 동안 건설현장의 하도급자와 함께 해온 저자(건설업 법·제도 교육 전문강사)의 제언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 중 중소기업이 99%를 차지하고, 전체 근로자 중 88%가 중소기업에 종사하며, 중소기업의 70%가 하도급 업종이며, 중소기업 매출액 중 85%가 하도급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하도급의 비중은 매우 크고 중소기업 중에서 하도급이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높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특유의 갑을 문화 때문에 하도급사들은 이제 일을 해도 마이너스인 지경에 이르렀으며, 그 결과 하도급사들이 무너지고 하도급사 직원들이 임금을 못 받고 있다고 합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단골로 나오는 임금체불이 실제 우리 이웃들이 겪는 고통이었던 것입니다. 원도급사는 어떻게든 싸게 저렴하게 공사를 하려고 하고, 하도급사들만 죽어나갑니다. 하도급사에 공사비를 맞게 줘야 하지만 원도급사들은 온갖 꼼수로 대금 지불을 이상하게 하고 있고, 그 결과 하도급사 사장은 자살을 택해야 할 정도가 되었다는 것이지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사람이 아니라 짐승 같더군요. 대금을 제대로 주지 않음은 물론이고, 대금을 현물로 주기도 하는 등 진짜 인간이 할 수 있는 온갖 악랄한 짓은 다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하도급사들은 법의 보호도 못 받습니다. 뭐 우리나라 법이 언젠 서민들 편 들어준 적이나 있나요. 유전무죄라고 법은 원래 부자들과 대기업들 편이니 하도급사들은 억울해도 하소연할 곳도 없고 저 당하고만 있다가 자살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얼마나 창의적이고 기발하게 하도급사들을 등 처먹는지 귀신은 뭐하나 싶을 정도인데도 정부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제 직업은 건설 쪽은 아니고 제조 쪽입니다. 제조 중에서도 가전제품을 만드는 회사에서만 일했습니다. 그 덕분에 전 세계인이 다 아는 ㅇㅇ전자와 ㅇㅇ전자가 어떻게 중소기업을 등 처먹는지 매우 자세하게 알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도 많이 당했고, 다른 회사와 미팅을 하면서도 주워들은 것도 많거든요. 뭐 쉽게 말하자면, 원가가 10만 원인 제품을 5만 원에 납품하라고 하는 식입니다. 그래도 제조업 쪽은 건설업에 비하면 정말 양반이더군요. 제조업 쪽도 보면 어음으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현금결제 시 6% 추가 차감이라는 조건을 본 적은 없습니다. 물론 현물로 대신 결제해주겠다는 경우도 본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설계가 변경되면 금액도 달라지지만 건설업의 경우는 설계가 달라져셔 비용이 상승했어도 상승분에 대한 비용 처리를 안 해주더군요. 저러고도 사람일까 싶을 정도입니다.


상생은 그저 꿈일 뿐일까요? 우리나라에선 불가능한 일일까요? 저자의 말대로라면 외국에선 우리나라와 같은 하도급 불공정이 없다고 합니다. 전 세계에서 단 하나, 우리나라에만 있는 이런 불공정 하도급은 정말 해결 방법이 없는 걸까요? 저자는 상생 방안이 있다고 말합니다. 우선 적정한 하도급 금액을 줘야 할 것이며, 추가 공사 및 재공사 대금을 정산 지급하고 제때에 지급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정말 어이없죠. 이건 당연한 것이고 당연한 것이며 당연하고도 당연한 것입니다. 1000원 자리 과자는 1000원 주고 사 먹어야 하며, 2000원짜리 과자는 2000원 주고 사 먹어야 맞지 않나요? 누가 1000원짜리 과자를 사면서 '내가 돈 주는 사람이니까 내 맘대로 줄래. 500원만 받아.'라고 할까요. 누가 '500원 싫어? 그럼 너한테 안 사. 나한테 500원에 팔 사람 줄 서있어.'라고 할까요. 누가 '내가 저번에 1000원짜리 과자 500원에 사줬으니까 내 딸 등록금 좀 내줘.'라고 할까요. 그런 사람 없습니다. 없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건설업엔 존재합니다. 비정상이죠.


하도급 문제는 하도급사를 살리는 데에만 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건설업이 세계 일류화가 되는 밑바탕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가가 되는 발판이기도 합니다. 지금 정부가 말하는 소득주도성장의 기본 중에서도 기본입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서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것입니다. 원도급자와 하도급자의 상생은 당사자들 간의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우리 모두의 문제인 것입니다. 하지만 원도급자들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법을 강화하고 징벌적 처벌을 적용해야 합니다. 지금의 법은 처벌이 너무 약해서 불법을 저질러야 이득이라고 합니다. 이러니 어느 원도급자가 법을 지킬까요. 초딩도 안 지킬 것입니다. 수십 배를 물어내는 징벌적 처벌을 내걸면 법이 무서워서라도 법을 지킬 것임은 당연합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는 대기업 중심의 성장을 했습니다. 법도 대기업에 유리했습니다. 그 덕분에 함께 상생해야 할 중소기업들은 이윤을 극대화한 대기업에 가려 성장이 막혔고 정체와 퇴보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렇게 균형이 깨진 시장경제를 바로잡으려면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입니다. 그렇기에 국가의 책무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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