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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인간 1 - 북극성
조안 스파르 지음, 임미경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는 내내도 그랬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머릿속은 복잡했다. 이 소설이 말하려고 하는 것이 무얼까? 주제가 뭘까?
이 책이 단순한 모험소설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법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몸부림을 이 책을 읽는 내내 느꼈기 때문이다.
법을 지키면서 살아왔던 알리트바라이들은 결국엔 법을 지키다가 모두 죽임을 당했다. 그들은 법에 충성했지만 결과는 죽음뿐이었다. 그들은 명령에 의해 자신들 보다 더 높은 나무를 쓰러뜨렸지만 결국엔 모두 죽고 말았다. 그들에겐 법을 지켰다는 잘못 외에는 아무런 잘못도 없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종교적으로 깊은 의미가 있는 듯 하다. 이 책에서는 유대교의 율법에 대해 가끔 말하고 있는데 바로 이 점에서 그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유대교의 율법은 어기면 죽음뿐이다. 용서가 없다. 마지막 카카가 죽기 전에 자신의 성기에 할례를 하는 것도 종교적 의미가 있다. 할례란 유대인의 표징이며 율법에 속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할례를 받으면 율법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생기는 것이다. 카카는 할례를 하고 곧 죽임을 당한다. 이 의미는 법을 지키겠다는 약속은 곧 죽음이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여러 가지 내용들로 보아 율법을 지키면 죽음뿐이라는 걸 저자는 말하고 있는 듯 하다.
법은 행복을 가져다 줄 때만 법이 될 수 있다. 법이 자유를 통제하고 지배하는 것은 법의 존재 가치를 잃는 것이 된다. 그러나 우리의 법은 어떠한가? 우리의 법은 우리의 자유를 통제하고 있다. 나무인간과 함께한 동료들은 그런 법에서의 자유를 의미하는 뜻에서 유대 율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함으로 이 책을 마무리 한다.
법을 지키지 않으면 죽을 거라는 두려움이 누구나 있다. 그러나 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죽음이 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법을 지킨 자들만 죽임을 당했다. 이 책의 내용에서 우리는 저자의 종교적 사상을 볼 수 있었다. 어쩌면 저자는 종교 반대론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란 사람을 구속하는 쇠사슬일 뿐이라는 저자의 주장을 책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또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 책은 종교서적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성경에 보면 세상에서 가장 높은 보좌가 북극성에 있다고 한다. 사탄은 그 보좌에 앉으려다 추방당한다. 추방당한 사탄은 세상임금이 되는데 이 임금이 바로 루시퍼 이다.
루시퍼는 창조자보다 더 높아지고 싶어 했다. 그래서 루시퍼는 예수도 죽인 것이다. 그러나 예수를 죽임으로 해서 루시퍼는 결국엔 패배자가 되었다. 이런 성경적인 내용을 저자는 소설을 통해 비유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알리트바라이들은 사탄의 부하들이다. 이 부하들은 북극성보다 더 높은 창조자를 쓰러뜨리는데 성공을 한다. 하지만 그 성공으로 인해 알리트바라이들은 모두 죽임을 당한다. 즉, 예수를 죽이면 승리한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역으로 나타났다. 예수를 죽임으로 해서 그들은 패배한 것이다. 그리고 예수는 드디어 율법에 매인 모든 인류를 구원하게 된다. 할례받은 카카의 죽음은 법의 죽음을 의미한다 할 수 있다. 즉 예수의 죽음으로 해서 모든 인간은 율법에서 자유를 얻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무인간과 그 일행들은 율법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행동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보면 이 책의 내용은 성서의 내용과 너무나도 일치한다. 억지로 짜맞추려 한 것은 아니다. 성서의 구속사적 내용을 아는 사람이라면 또다른 관점에서 본 내 서평에 동감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