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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시의 나라 - 중국 땅 12,500Km를 누빈 대장정, '당시'라는 보물을 찾아 떠나다
김준연 지음 / 궁리 / 2014년 11월
평점 :
중국, 당시의 나라
당나라 지도를 들고 전역을 누비며 기행을 한지 10년,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우리에게 생생하게 전해진다.
천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며 중국 곳곳에서는 더 많은 유적지가 복원되고 있다. 이백, 두보, 백거이, 왕유...천 년 전 당나라의 흥취를 느낄 수 있다. 시만 들어있는 책이 아니라 당시를 따라 여행하면서 200여수의 당시를 훓어간 여정이라 여행의 출발점인 서안(당나라의 수도)부터 낙양, 황하, 북경, 항주에 이르기까지 중국 영토를 남북으로 5,500Km, 동서로 5,200km 가로지르는 중국여행기를 본 듯하다.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점은 시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들른 장소의 설명이 상세히 곁들여 있다는 것이다. 가이드와 함께 중국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하늘에는 천당, 땅에는 소주와 항주”라 하던가. 수천 년 동안의 역사 속에서 많은 왕조의 멸망과 더불어 문화유산 또한 방대한 중국이기에 배낭하나 메고 훌쩍 떠나고만 싶다.
<천수시 두보초당>
두보는 워낙 유명한 시인이다보니 그가 유람했던 전국 각지에 두보초당이 많이 지어졌다. 그 중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성현의 두보초당.
<진주잡시>20수 가운데 열셋째 수는 동가곡이 살기 좋다는 말을 전해듣고 쓴 것이다.
동가곡에 대해 듣자하니
수십 집이 깊이 숨어 있단다
문을 마주한 등나무가 기와를 덮고
대나무를 비추이는 물이 모랫벌을 지난다지
척박한 땅이지만 오히려 조 심기에 적당하고
볕드는 언덕에선 오이를 심을 수도 있단다
뱃사람이 가까이 오면 알리는 것은
다만 도화원을 잃을까 걱정해서라지
<돈황의 막고굴>
돈황은 한나라 무제가 서역 진출을 위해 돈황군을 둔 이래로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잇는 거점으로 쓰이던 장소이다. 이 곳은 현재 494개의 석굴과 벽화, 불상등이 2천여점 넘게 남아있어 ‘천연의 미술관’이라 불린다니 중국에 대해 공부하는 사람으로써 꼭 한번 들러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또 이곳은 신라의 혜초가 쓴 <왕오천축국전>의 필사본이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문집에도 없던 당시 150여 수가 발견된 것도 큰 수확이다. 여기에서 발견된 고시 한수를 보자.
<친구를 전별하다>
이제 그대 벼슬을 그만두고
지팡이 짚고 바닷가로 돌아가려 하네
전송하는 정자는 절로 쓸쓸하고
이별의 길은 얼마나 구불구불하던지
높은 하늘에 흰 구름 옅고
넓은 들에 푸른 산이 외로워라
가슴 아픈 곳 알고 싶었는지
밝은 달이 강호를 비춘다
<돈황의 오아시스 월아천>
막고굴의 근처에는 명사산과 월아천이 있는데, 명사산은 돈황 남쪽 5Km지점의 모래와 암반으로 이루어진 산이다. 바람이 불면 모래가 날리면서 소리가 난다하여 명사산이라 부른다. 한나라때는 사각산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했다가 당나라때부터 명사산이라 불리웠다. 명사산의 근처는 온통 모래천지다. 저자가 명사산을 구경할 때 이동수단으로 사용한 146번 낙타의 사진도 보인다. 최근에 본 중국드라마‘대막요’에도 사막에서 낙타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한 번쯤은 꼭 경험해보고 싶은 체험이다.
이곳의 또 하나의 명소는 월아천. 초승달 모양으로 생겨 붙여진 이름. 삼장법사가 서역으로 불경을 얻으러 가면서 돈황을 지나다 물과 음식물이 다 떨어져 거의 쓰러질 지경이 되자, 관음보살이 나타나 축원을 해주고 물병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맑은 샘을 이루었다고 한다. 말로만 듣던 사막의 오아시스!!
<이백묘원의 이백상>
꽃 사이에서 한 병의 술을 홀로 마시며 벗하는 이 없다
술잔 들어 밝은 달을 초대하고 그림자 마주하여 세 사람이 되었다
달이야 술을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는 그저 내 몸을 따라다닐 뿐
잠시 달과 그림자나마 짝하는 것은 즐겁게 노는 일에 봄을 놓쳐서는 안돼서이지
내가 노래하면 달이 배회하고 내가 춤추면 그림자가 흔들린다
깨어 있을 때는 함께 즐거움을 나누다가 취한 뒤에는 제각기 흩어진다
영원히 감정이 없는 사귐을 맺어 서로 먼 은하수를 기약하노라
책의 제목에서도 잘 나타나듯이 저자의 당시사랑이 지극하다. 특히나 당시하면 이백과 그의 지기인 두보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그래서인지 이들의 시가 많이 실려있다. 이백은 술을 좋아하고 스스로를 신선에 비유하여 시짓기를 즐기는데, 이 시에서 역시 한 손에는 술잔을 들고 하늘을 바라보며 신선노름을 하고 있다. 귀양살이의 서러움과 외로움마저 시로 표현한 이백, 누가 그를 말릴쏘냐.
<서호의 단교>
백거이의 시 한 편 <서호에서의 봄나들이> 같이 즐겨본다.
고산사의 북쪽 가공정의 서쪽
봄 물이 찰랑찰랑하고 구름은 낮게 깔렸다
곳곳에 일찍 날아온 꾀꼬리 양지바른 나무를 다투고
뉘 집에 새로 온 제비인지 봄 진흙을 쫀다
어지럽게 핀 꽃은 점차 사람 눈을 미혹케 하고
짧은 풀은 말발굽 묻힐 만큼 자랐다
호수 동쪽을 가장 좋아하나 다닌 것이 부족했으니
수양버들 그늘 속 흰 모래둑
책을 보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내내 맘에 걸렸는데, 바로 시의 원문이 없는 것. 저자가 또 어떻게 내 맘을 알았는지 책의 가장 뒤쪽에 원문모음집이 있었다. ‘“2014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우수출판콘텐츠지원사업’ 선정작“이라는 문구가 아깝지 않은 책이라 중국에 대해 더 알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 <중국, 당시의 나라>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