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식민사관 - 해방되지 못한 역사, 그들은 어떻게 우리를 지배했는가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만권당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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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역사공부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프레임을 세워서 공부해야 한다는 팁을 얻었었는데 그 팁을 그대로 실천 중에 있다. 한국사를 구성하고 있는 기본 틀을 알면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을 쉽게 공부할 수 있다고 해서 하고는 있는데 쉽지만은 않다. 워낙 역사에 흥미도 없었거니와 암기하는 것을 싫어해서 국사와는 담을 쌓고 살았었는데 역사에 뼈대를 세우고, 거기에 피와 살을 붙이려니 쉽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시작됐으며 어떤 길을 걸어 왔는지, 우리의 역사와 뿌리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대한민국 역사에 있어서 고조선이 어떤 나라이고, 언제 세워진 나라인지도 모른다면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역사를 등한시하고 있을 때 우리의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은 한반도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역사를 조작하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다. 동북공정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를 자신의 역사로 만들어놓은 중국과 독도는 일본땅이고 동해는 일본해라면서 때만 되면 일본 전범들이 안치돼 있는 신사를 참배하며 한국을 조롱하는 일본의 모습에서 공포감마저 드는 게 사실이다. 한국에서도 중국과 일본의 이런 행태들을 저지하기 위해 기존에 있던 고구려연구재단을 흡수해서 동북아역사재단을 출범시켰는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 《우리 안의 식민사관》에서는 대한민국 도처에 숨어 있거나 활동하고 있는 식민사관을 고발하고 있다. 이 중에서 ‘동북아역사재단’도 예외는 아니다. 동북아역사와 한반도 주변국(중국, 일본)들의 역사왜곡을 바로잡아야 할 동북아역사재단이 역사적 사실을 바라보는데 있어서 대한민국의 관점이 아닌 일본 및 중국의 눈으로 역사를 바라본다면 할 말 다하지 않았겠느냔 말이다. 간도는 원래부터 중국의 영토였다고 말하는 ‘동북아역사재단’의 모습에서 일본과 중국은 대한민국의 땅을 어떻게든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면서 역사를 왜곡, 조작, 날조하는 것에 혈안이 되어있는데 대한민국은 우리의 것을 지키지는 못할망정 우리 땅을 남의 땅이라고 동네방네 말하고 다니고 있으니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는지 모르겠다.


동북아 역사재단은 대한민국 학생들이 민족 주체적 관점의 역사 교육을 받는 것이 두렵기 그지없다. 동북아역사재단이 ‘학계’라고 쓰면 ‘식민사학계’라고 읽으면 맞다고 앞서 말했다. 한국 학생들은 계속 조선총독부 관점과 중국 동북공정 관점으로 교육받아야 한다고 확신한다. 이들은 일왕의 살아 있는 신민이자 중국의 흑인(黑人:호적이 되어 있지 않은 중국인)이다. 문제는 일왕의 신민이자 중국의 흑인들이 대한민국 국가 기관을 장악하고 역사 관련 국민 세금을 독식한다는 점이다. 필자 같은 사람들은 땀 흘려 번 돈으로 대한민국 역사 주권 수호에 나서고 동북아역사재단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매사賣史에 나서는 것이 대한민국 현실이다. (본문169쪽 中)


독립 운동가의 눈으로 바라본 역사관과 조선총독부의 눈으로 바라본 역사관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이 책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한사군’의 위치가 어디에 있었고, ‘임나일본부’가 실제로 있었는지에 대해 두 개의 역사관이 너무도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데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교육의 현장이나 역사를 가르치는 데 있어서 독립 운동가의 눈으로 역사를 가르쳐야 하는 게 당연하게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현실과는 정반대라는 게 이덕일 선생의 주장이자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이 주제에 대해서 독립운동가 역사관과 조선총독부 역사관의 충돌이 짧게 보면 해방 이후 70여 년간, 길게 보자면 인조반정으로 친명 사대주의가 득세한 때부터로도 볼 수 있으니  400여 년 가까이 이 충돌이 계속된 셈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들은 중, 고등학교 때 아무 것도 모르고 ‘한사군’은 남한 바로 위인 평양이나 대동강 근처에 있었고, ‘임나일본부’가 백제 근처에 존재하면서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설을 외우면서 공부했으니 지금까지 우리의 역사관은 독립 운동가의 역사관이 아닌 조선통독부의 식민사관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대한민국은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았고, 그 속에서 우리 민족은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치욕과 굴욕을 당해야만 했다. 그 치욕과 굴욕을 견뎌내고 지금의 위치에 오른 대한민국이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리고 분한 감정이 쏟구쳐 오른다. 아픈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이기에 앞으로 이런 치욕을 당하지 않으려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우리의 것, 우리의 땅을 지켜야 함과 동시에 우리의 역사를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고 배워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식민사관이라는 거대한 그늘에 가려 친일파가 차려놓은 밥상에 친일파가 준비한 식민사관으로 굶주린 배를 채우고 있으니 몸똥이는 대한민국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마음은 아직도 식민지 시대를 살고 있는 그때와 무엇이 다르리요? 이 책을 읽으면서 무조건 이 책이 맞다고 말은 못 하겠으나 틀린 말 또한 하나도 없기에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여러분의 몫으로 맡겨두고 싶다. 중요한 것은 아직도 대한민국엔 친일파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고, 역사계에 있어서는 史피아가 건재하다는 사실이다. 혈연과 지연, 학연으로 똘똘 뭉쳐서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이라 말하지 못하고, 진실을 왜곡해서 말하는 지금의 한국사 학계의 상황이 호부호형(呼父呼兄)하지 못하는 조선시대의 홍길동과 무엇이 다르겠느냔 말이다. 이 자리를 빌어 식민사학 해체를 위해 노력하는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고,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의 장을 역임하고 계시는 이덕일 선생께 대한민국의 식민사학이 해체되는 그날까지 진심으로 힘을 보태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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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은 왜 이디야에 열광하는가 - The EDIYA Story
김대식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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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경 고종황제가 러시아 공사 웨베르의 권유로 처음 커피를 마신 것을 계기로 대한민국에 들어온 커피가 지금은 안 마시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존재가 됐다. 이것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한집 건너 하나씩 커피전문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커피업계를 주름잡던 별다방, 콩다방 속에서 한국의 토종 브랜드가 하나 둘 눈에 띄더니 이제는 이마저도 포화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지금은 치열한 커피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두가 고군분투중인데 이런 포화상태에 이르렀으면 당연히 커피값이 떨어져야 상식에도 맞거늘 반대로 올랐거나 오를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공급이 많으면 가격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건데 경제학에서 배운 논리가 커피시장에서는 맞지 않으니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찾고,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리고 본인도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커피 한잔에 밥 한 끼 하는 세상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커피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브랜드가 있다. 나도 처음엔 가격이 싸서 반신반의 하면서 사 먹지 않았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마신 커피가 내 입맛을 사로잡았고, 그 브랜드가 바로 이디야커피(EDIYA COFFEE)였다. 조용하게 시작한 이디야가 지금은 국내 커피 브랜드 최초 1,000호점을 개설한 뚝심의 아이콘, 열정의 아이콘으로 대변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디야의 경영방식이 어떻길래 그 길고 난다는 해외 브랜드 커피와 국내의 대기업들의 커피전쟁에서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이디야의 힘이 궁금했다.



디야의 직원들에 대한 복리후생정책만 보더라도 이디야가 이처럼 치열한 커피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이해가 간다.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 및 성과급, 인센티브는 차치하더라도 1년에 한번씩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전 직원 모두가 해외 워크숍을 떠나고, 가을 야유회와 송년회에서는 이디야가 표방하는 기업 문화인 행복하고 즐거운 회사를 만들기 위해 잘 놀고 잘 즐길 수 있는 락樂한 자리를 마련한다는 것이 이디야가 직원들에게 큰 점수를 받는 부분일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디야의 직원들 모두가 유능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문창기 대표가 고안해낸 한 달에 한번 책을 읽고 쓰는 독후감 과제는 문 대표가 전 직원에게 내준 숙제이자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진리 아닌 진리를 직원들과 함께 실천하고 있는 이디야만의 기업문화라고 생각한다.


​자인이 독특한 엠블럼, 거기에 이디야는 우리에게 싼 가격과 우수한 품질의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가격과 품질을 비례관계로 보지만 이디야 커피만큼은 가격과 품질이 반비례 관계다. 가격이 싸도 품질이 좋은 커피를 쓸 수 있다는 것을 이디야가 실천하고 있다. 타사 브랜드 커피보다 가격은 30~40% 정도가 저렴하지만 원두는 값이 비싸고 품질이 좋은 아라비카 품종을 쓰는 곳이 바로 이디야인 것이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타 업체가 커피의 질은 뒤로한 채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고급 인테리어에 신경쓰며, 목 좋은 자리에 카페를 오픈시킬 때 이디야는 오로지 커피를 위해, 커피의 질을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외활동이 많은 것도 이디야만이 가지는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새터민에게 전달하는 사랑의 김장 담그기 행사부터 남아공의 결식아동을 돕고, 아프리카에 식수를 지원하는 ‘아프리카 우물 사업 B-water 캠페인’ 등의 사회공헌활동과 책과 관련된 ‘리딩 캠페인’, 이디야 고객들을 초청해서 콘서트를 여는 ‘이디야 뮤직 페스타’, 젊은 예술인을 후원하는 문화예술 관련 사업들, 그리고 전시회 티켓을 증정하는 행사 등 사회공헌활동과 문화활동이 함게 어우러져서 지금의 사랑을 받는 이디야가 탄생되었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EDIYA COFFEE에 대한 사랑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형이 될 것이다.




이디야는 이미 대한민국 지도에 1,300개가 넘는 랜드마크를 만들어냈다. 웬만한 동네라면 “이디야에서 만나자”라고 약속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 합리적인 가격의 맛있는 커피로 대한민국 커피시장을 평정하다시피 한 것이다.(본문 151쪽 中)


 

대한민국에서는 1년에 약 242억 잔의 커피가 팔리고 있다. 어마어마한 양의 커피를 우리가 마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마시고 있는 커피가 오리지널 커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라 커피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고, 커피회사의 임대료를 대신 내주고 있으며, 인테리어를 새로 해주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비싼 돈을 내고 품질이 좋은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커피 속에 숨어 있는 또 다른 이중성을 가진 커피에 돈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디야 커피를 사 먹으란 말이 아니다. 평가는 여러분의 몫이고, 맛이 없다면 이디야 커피를 사먹지 않아도 좋다. 단지 기억할 것은 이디야 커피는 고객이 낸 돈을 커피의 질을 높이는데 사용하고 있다는 데 있다. 고객이 지불한 돈을 허투루 쓰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의 질 좋은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디야 커피에 큰 박수를 보내면서, 지구 반대편에서도 이디야 커피 EDIYA COFFEE를 빨리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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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미치지 않을 수 있겠니? - 김갑수의 살아있는 날의 클래식
김갑수 지음 / 오픈하우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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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한자 중에 불광불급(不狂不及)이란 말이 있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미칠 정도로 열심히 해야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권력의 법칙』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로버트 그린의 『마스터리 법칙』에서도 거장이나 마스터 등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강박에 가까울 정도의 흥미와 열정을 가지고 2만시간에 가까운 연습의 과정을 거쳐야 그 분야에서 마스터나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하고자 하는 일에 미쳐야 성공할 수 있고, 노력해야만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상황에서 내가 하는 일에 스스로 미칠 수 있다면 성공에 있어서 가장 완벽한 시나리오가 될텐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야속할 따름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이 남자처럼 미칠 수 있을까? 시인이자 평론가라는 타이틀에 비춰보자면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는 미쳤다고 볼 수 없을 듯 한데 그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에는 완전히 미친 사람이 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자신이 하는 일에 있어서 성공하려고 노력하겠지만 그는 그의 취미생활에 완전히 홀릭되어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의 전작 『지구위의 작업실』을 잠깐 살펴 보면 비원(B1, 지하에 있는 방 호수가 B1이라 B1), 비원(悲願, 나를 버리고 떠난 그녀의 간절함 때문에 悲願), 비원(秘苑, 혼자 노는 비밀 공간이라는 뜻에서 秘苑)이라 불리는 지하의 작업실에서 커피향에 취하고, 오디오(스피커)에 한번 더 취하며, 클래식에 완전히 그로기가 되어버리는 남자가 바로 문화평론가 김갑수다. 그의 작업실 벽면만 보더라도 3만 장의 LP 판에 4천 장의 CD가 장식을 하고 있으니 그의 음악에 대한 사랑은 특별하고, 3만 장의 LP 대부분이 클래식 음반이라고 본다면 그의 클래식에 대한 사랑은 특별함을 넘어 각별하기까지 하다. 이 책 《어떻게 미치지 않을 수 있겠니?》도 이런 클래식의 각별함에서 나온 책이자 그가 클래식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반증할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에서는 클래식을 세분화해서 우리에게 잘 설명하고 있다. 먼 나라에 여행을 가서 이방인의 은밀한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슈만’이나 ‘리스트’ 같은 현란하면서 세련한 음악이 좋고, 몸이 아플 땐 ‘메시앙’의「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곡」을 들으면서 극심한 굶주림과 추위 속에서 이 곡을 만들었을 메시앙을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또, 절망적인 상태이거나 넋을 놓으면서 처지가 형편없음을 한탄하는 낙백落魄의 상태에서는 원시 전례의 분위기를 풍기는 칸타타곡인 ‘카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가 제격이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르프의 아내이나 작가였던 ‘루이제 린저’의 모습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린저의 두 번째 남편이었던 카를 오르프는 밤마다 집에서 나와 죽음의 속도로 차를 몰아대는 취미가 있었으니 그를 지켜본 부인의 마음이 오죽했겠느냐 말이다. “나는 날마다 남편의 죽음을 대비해야 했다.”고 말하는 린저의 모습에서 「카르미나 부라나」로 위로받았을 그녀의 모습이 애처롭게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덧붙이자면「카르미나 부라나」는 한 시간 이상 소요되는 대곡이기에 대단한 인내심을 갖고 들어야 하는 클래식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누구든 겪어 보면 안다. 절망은 멋이 아니다. 그냥 죽음이다. 그 죽음에서 깨어나면 다른 인간이 되어 있는데 아주 더럽다. 강한 인간이 되어 버린 것이다. 강인한 인간은 참 더럽다고 생각한다. 다시는 절망하지 않는 내성이 생긴 것이다. 순결을 잃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까. 「카르미나 부라나」의 거창한 도입부는 이런 대사로 시작한다. 
오, 운명의 여신이여! (본문 73쪽 中)

클래식은 다른 음악들과 달리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들 한다. 하지만 처음은 무엇이든 어려운 법, 찾아서 듣다 보면 클래식과도 자연스레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또한 클래식과 그렇게 친하진 않지만 듣다 보면 귀가 편하고, 몸이 먼저 좋다고 반응을 하는 음악이 클래식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이 책의 저자인 김갑수 문화평론가처럼 하지는 못 하겠지만 우리 생활 곳곳에 클래식이 들어와있는 만큼 내가 먼저 다가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야 겠다. 내 수줍은 손을 잡아줄 그녀의 손에서 느껴지는 전율이 예사롭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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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6-01-23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르미나 부라나>는 며칠 전에 요엘 레비 지휘로 KBS 방송교향악단에서 연주하는 걸 `생방송`으로 들었어요. 연주시간이 1시간 5분 정도였는데, 실황공연을 직접 보지 못한 게 너무 아쉽더군요. 라디오에서도 자주 혹은 가끔씩 듣는 곡이지만 짧게만 들려주고, 녹음곡을 `재생`해서 들려주니 생생한 맛이 덜한데, 실황 연주를 생방송으로 들으니 확실히 감동이 다르더라구요.

어제 저녁엔 강추위를 뚫고(?) 빈소년합창단의 공연을 보고 왔어요. 아이들이 너무나 어린 모습이어서 많이 놀랐고, 소규모 편성(소년 26명과 지휘자 1명, 피아노 한 대와 바이올린 1대, 기타 간단한 타악기 몇 개가 전부였어요.)에도 적잖이 실망했지만 `좋은 음악`을 직접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작년에 비엔나에 갔을 때 빈 슈타츠오퍼, 무지크페라인에 들러 음악연주회를 직접 보고 듣고 왔지만, 음악에 대한 욕심은 정말 끝이 없는 듯해요... 어제 그 소년들이 들려준 멋진 앵콜곡(무려 4곡..) 가운데 `아리랑` 은 정말 감동이었지요. 온갖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피부 색깔조차 저마다 다른 아이들이 어찌나 정확한 발음과 서정을 담아 우리의 민요인 그 노래를 애절하도록 아름답게 부르는지 절로 뜨거운 눈물이 나더군요.. 공연 끝나고 오면서 옆지기한테 그 얘길 했더니 `옆에 앉은 아줌마도 많이 울더라`고 하더라구요. 음악이 주는 감동은 늘 정말로 특별한 듯해요...

그러니 김갑수 님의 책 제목에도 공감할 수밖에요.. 생생하게 읽히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조선평민열전 - 평민의 눈으로 바라본 또다른 조선
허경진 지음 / 알마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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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경제가 건실하고 튼튼하려면 중산층이 살아야 된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경제적 수준이나 사회문화적 수준이 중간 정도의 위치에 있으면서 위의 상류층과 아래의 빈곤층 사이에서 유기적으로 연결시켜주는 사람들이 바로 중산층인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이 중산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모 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사용하는 중산층 지표를 통해 우리나라 인구의 65프로 이상이 중산층이라고 발표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자료일 뿐이고, 대한민국 어디엘 가도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다. 소득과 노후의 불안정으로 인해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다는 게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조선시대에도 중산층과 비슷한 부류가 있었는데 양반과 천민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 바로 평민들이다. 위로는 왕족이나 양반들을 모시고 아래로는 천민들을 두었던 사람들, 그 평민들의 삶이 한시를 연구하는 국문과 교수의 눈을 통해 책으로 나왔으니 바로《조선평민열전》이란 책이다. 조선시대엔 평민(농민, 상인, 수공업자)들의 노는 물이 달랐기에 이 책에 수록된 100명이 넘는 인물들의 이력도 다양했다. 시인부터 화가, 서예, 의원, 천문학자에 효자, 효녀, 열녀에 기생까지 그 면면이 대한민국의 그들보다 화려하기까지 했다.

유명한 인물이나 위인의 전기는 읽어봤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전기를 읽어보기는 처음이다. 각 인물들의 특징들만 뽑아서 잘 간추려 놓았기에 다른 전기에 비해 읽기도 편하고, 시간의 순서가 아닌 인물 본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책이란 느낌이다. 대신 한 사람 한 사람의 분량은 짧기에 깊이있는 독서를 하는 사람들에겐 약간의 실망감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분량이 아닌 평민들의 삶을 기록한 전기가 대한민국 한문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리 문제될 건 아니다. 조선시대 민화가 그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조선평민열전》 또한 대한민국 문학사에 남긴 의미 또한 크기에 이 책을 통해 조선시대 평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평민들이 쓴 한문학을 통해 그 당시의 문화나 사회상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본다.

이처럼 수많은 평민시인들이 자기 삶을 한문학의 형식으로 표출하는 한편으로, 남다르게 살았던 평민들의 삶을 전傳 ​형식으로 서술해 남기는 움직임 또한 일어났다.(중략) 그렇게 해서 평민전기의 시대가 시작되었다.(본문 9~10쪽 中)

​지금의 대한민국도 과거 조선시대의 평민들처럼 다양한 직업들이 존재하지만 지금의 중산층들은 자신들이 조선시대 평민들보다 훨씬 못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자책할 사람들이 많다. 조선시대 평민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 저 지하에서 얼마나 비웃겠는가? 밥을 먹기 위해 양반들의 온갖 핏박을 받아가며 남의 땅에 농사짓고 살아야했던 그들의 애환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삶에 안분지족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때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이 책 《조선평민열전》을 읽는다면 조선시대 평민들의 삶을 한층 더 이해할 수 있는 뜻깊은 공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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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시대 -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지혜와 만나다
김용규 지음 / 살림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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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대에 생각에 대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살아가는 요즈음 생각한다는 걸 잊어먹고 사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너무나 생각지도 못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 지금이기에, 하루가 멀다하고 생각없는 일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기에, 생각이 어디로 숨어버린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각에 대한 생각을 하는 남자, 아니 철학자가 있다. 생각에 대한 역사적 프레임을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남자, 학습을 통해 체득했던 지식의 시대는 가고,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합리적인 판단과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사고 능력을 통해 생각의 시대를 외치는 한국의 ‘움베르토 에코’ 김용규 인문학자가 ‘생각’이라는 화두로 우리에게 돌아온 것이다.

인간이 무지했던 시절 타이탄족의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의 아궁이에서 불을 훔쳐 건네면서 인간에게 불의 사용을 가르쳐주었다는데서 지식의 기원은 시작한다. 프르메테우스가 불이라는 도구와 함께 인간에게 “사고능력과 지적능력”을 함께 넣어준 것인지는 우리가 생각과 지식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데 동물이 생존하기 위해 생물학적 방법인 진화를 선택했다면 인간은 문화적인 방법으로 지식을 택했다는 사실이고, 그 선택이 생각의 존재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이 책에서는 보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탄생된 지식이 ‘언어’라는 문자를 통해 ‘폭발-융합-폭발’이라는 단계를 거치면서 발달해왔다고 말하면서 그 단계적 시기를 찰스 밴 도렌C.V.Doren의 『지식의 역사』와 칼 야스퍼스K.Jaspers의 『역사의 기원과 목표』등 유명한 철학자의 책들을 통해 밝히고 있다.

생각할 수 있는 도구들이 그리스에서 탄생되고, 프로테메우스가 인간에게 가르켜준 불의 사용으로 인해 지식이 탄생되고, 생각의 기원이 시작되었다면 생각 이전의 생각은 어떠했을까? 범주화(세상 만물을 유사성을 통해 이 묶음, 저 묶음으로 구분하여 우리의 정신 활동과 언어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분류작업) 를 통해 외적으로 세계를 만들고, 내적으로 정신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선뜻 이해가 잘 가진 않지만 중요한 것은 범주화를 하기 위해서는 학습이 중요하고, 이 학습을 통해 언어, 문장, 문법, 은유, 논리적 추론 등과 같은 사고를 하게 되고, 이를 통해 우리의 뇌에서 만들어진 ‘개념적 혼성’이라는 작업을 통해 생각이 탄생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바탕으로 책의 뒤에 가서는 범주화를 기본으로 그 ‘개념적 혼성’이 ‘생각’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고대에 일어난 사건들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생각의 도구라는 차원에서 보면 인간의 모든 이야기는 같다. 2,500년 전의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 미개인의 이야기와 문명인의 이야기, 어린아이들의 이야기와 어른들의 이야기, 신참자의 이야기와 전문가들의 이야기, 신화에서 수학까지, 잡담에서 이데올로기까지, 언어에서 과학까지, 한마디로 인류가 탄생시킨 모든 문명이 은유, 원리, 문장, 수, 수사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려고 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462쪽, 이 책의 맺음말 中)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의 위기를 이야기하면서도 인문학은 외면한 채 유명 작가의 소설에 열광하는 아이러니함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 생각을 통해 인간은 나날이 진일보되는 삶을 살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런 삶 속에서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지혜인 ‘생각’을 통해 인문학적인 사고를 기르지 않는다면 동물과 다를 것이 없다는 비약 아닌 비약을 해보면서, 다시 돌아온 김용규 인문학자의 《생각의 시대》를 통해 우리 모두가 ‘생각’을 공부하고, ‘생각’하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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