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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달력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44
김선진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3월
평점 :
서광, 유년, 청춘, 희열의 효과다. 땅과 생활의 새로움도 그것에 뭔가 관계가 있다. 고미다락 방에 비치는 행복의 영롱한 빛처럼 즐거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들은 모두 그렇게 우리들의 과거에 하나의 푸른 다락방을 가지고 있다.
- <레 미제라블 2>
(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중에서
작은 집
꿈을 담은 작은 집
사람이 오고간 작은 집
희망, 도전, 가족, 열정, 사랑이 드나들던
나의 작은집, 가끔 들어다보는 마음의 푸른 다락방을
그린 김선진 작가님의 신작, 농부 달력.
나의 작은 집에선
집 안이라는 공간에 집중한다.
공간을 차지하는 사람과 사물들을 통해
그 사람을 그리고 그 사람의 마음을,
아이가 부모를 닮듯 공간이 사람을 닮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농부달력은 조금 더 확장된다.
한 집과 한 가족에 초점을 맞추되
집이 더 열려있다. 자연까지도 커다란 집이 된다.
여러 인물이 아닌 시골집 할머니 할아버지와
반려견 동구만이 등장한다. 그들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따라간다.
"두 분이 적적하겠어요"라는 생각은
책을 통해 살짝 접어둔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서로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농부이기도 한 두사람은
땅과 대화하고, 동구와 대화하고,
동물(개구리등)와 대화하고,
심고 있는 작물과 대화하고,
심지어 경운기와도 대화한다.
마치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내 옆에서
담소를 나누는 것 처럼.
겨울로 시작해 가을로 끝나는
농부의 시간. 농부의 시간은 줄다리기 같다.
작업을 하다보면 후딱 가버리기도 하고,
작물을 심고 천천히 기다리기도 하고.
그 안에서 농부의 손과 자연의 손은
쉬지 않는다. 만지고, 말걸고, 살핀다.
정성 담뿍, 애정 담뿍 담아서.
➡️봄여름가을겨울을 농사의 과정을 통해 안다.
➡️최선을 다하되 순리에 따르는 과정을 본다.
➡️비움과 채움의 마음을 느낀다.
➡️우리가 먹고 자라고 살 수 있게 해 준
존재(자연과 사람)가 있음을 안다.
➡️시장의 작물 들, 식탁 위 음식 앞에서
감사의 마음 꼭 생각한다.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안부인사(전화, 방물. 기억)을 한다.
➡️내 삶이란 밭의 농부로서, 지금부터 사계절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러프한 계획을 세워본다.
"수고했어 오늘도. 수고했어 오늘도."
하루의, 인생 전반의 나와 당신에게
웃으며 인사할 수 있도록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각자의 속도대로
일하다 바라보고 얘기하다 다시 일하며
조금 더 넓은 의미의 작업장에서, 삶의 공간에서
움직여야겠다 생각한 아침이다.
P.S
새싹보리 무섭게 자라네요. 거의 정글수준.
두찌는 오늘도 열심히 새싹보리의 상태를 바라봅니다. 이제 조금 큰 세상으로 옮겨줘야할 때가 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