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만날 때
엠마 칼라일 지음, 이현아 옮김 / 반출판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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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만큼 보이고,
보는만큼 더 알게 되는 것.
내가 나무와 만날 때도 그랬다.

땅과 가까워지고
숲과 가까워진 주거지로 인해
몸 역시 자연스레 숲을 향한다.

도시 사이에선 느껴보지 못한
향, 색, 맛, 그리고 다양한 움직임이
그 많고 많은 것들이
어찌 모습을 감추고 있었을까 할 정도로
두 눈 가득 들어온다.

뛰다보면
스쳐지나가버렸던

걷고나니
입은 닫고 귀를 열고 나니
비로소 보이는 나를 감싸는 것들.

숲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은
나처럼 호흡하고
계절이, 시간이 가져오는 변화의 물결로
나처럼 반응하고 있었다.

그저 초록, 그저 갈색이 아닌
나와 닮은 아니
오히려 내가 닮은
개성있는 얼굴들을 하고

늘 자리를 지키며
온 몸으로 변화를 감당하고 있었다.
변화는 많았지만 변함이 없던 나무들.

주어진 숙명에 대해
최선을 다해 살아내고
순리에 따라 살아지는 인생이 거기 있었다.

무생물에서 생물로
생의 농도를 덧대어
말없이 말을 건네는

자세히 보면
나를 마주하며 제각각 찡끗하고 있는

나는 이제 매일
나무와 만난다 .

땅의 심장을 축으로
같은 곳에서부터 솟아오른
나와 나무를 만난 아침

겨울
일년의 사분의 삼을
세상을 꽃과 녹음으로 메꾼 후
나머지 사분의 일을
우리 사람들이 매울 수 있는 너른 품을 벌리며
나를 반기고 있다.

그 품에 포옥 안기어 내가 온기를 줄 수 있는
여백까지 배려해준 친구를,
나무를 만날 때는,
바로 지금 임을 책을 통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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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새로워진다 - 나이의 편견을 깨고 독립적인 삶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리사 콩던 지음, 박찬원 옮김 / 아트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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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새로워진다
나이의 편견을 깨고
독립적인 삶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리사 콩던
아트북스

마흔이 넘은 이후
나이를 세는 걸 잊고 살았다.

'나'를 잊고 가 아닌
의식하지 못한 '나'를 찾고
나이를 세는 대신 나이의 결을 세고 있었다.

BTS가 노래하듯
변화는 많았지만 변함은 없었다.

조금씩 다른 하늘
매일 새로워지는 나,
고유한 존재로서의 나는 그대로였다.

삶의 틈새로 스미는 빛,
그 빛을 모아 모아
하고싶은 마음을 자아내는 꿈의 틀 앞에
오늘도 앉아 있었다.

서른 한살에 드로잉을 시작했고,
마흔 살이 된 후 일러스트작업을 한 여성.

마흔 넷에 첫 책을 출간하고,
마흔 다섯에 결혼했고,
마흔아홉살에 이 책을 출간한 책의 저자
리사 콩던은 실험을 확인하고 싶었으리라.

40이 넘은 후에서
담대하게 자기답게 모험을 펼치는
동시대의 살아 있는 여성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혼자 였으나 결코 혼자 아닌
매일 새롭게 태어나는 변함없는 여성들이
책 속에 있었다.

20대 시설
여행지에서 나를 압도했던 '마망'의
거미 여인 루이즈 부르주아가 있었다.

불륜의 아버지, 그런 행각을 용인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배신과 분노의 감정을 품었던 그녀는
사랑 후 숫거미를 잡아먹는 암거미를 형상화 해
감정의 확실성을 추구한다.

20대의 미혼인 나.
그녀의 일생, 그녀에게 있었던 불안과 불운을
품고 그녀가 표현한 그로테스크하기도 한 작품들로, 세상에 대해 세상의 또다른 면을 바라보고
관심을 갖기도 했다. 내가 본다는 관점과
어린시절의 기억이 삶에 미치는 영향도.

40대의 기혼인 나, 아이의 엄마인 나는
20대의 나와는 다른 느낌으로 '마망'을 바라본다.
나를 정복할 이성이 아닌, 이성이든 동성이든
엄마라는 존재를 통해 나올 수 있는 존재. 그 존재를
세상에 내 보이는 창이자, 그 어린 존재의 살아갈 빛을 제공해 줄 엄마로 보인다. 어쩌면 루이즈 부르주아가 받지 못한 사랑의 대상이자 방패를 거대한 거미, 나를 감싸주는 거미로 표현한 게 아닐까 망상을 품어본다.

하고 싶고, 잘 하고 싶어 움직이는 늦깎이 여성들.

코로나포비드로 마스크 뒤로, 집 속으로
들어가 있는 시기, 관계는 단절되지 않았다.
연결의 부스터를 단 듯, 액정 속 창과 마음의
창을 열었다. 그리고 다양한 여성들을 만나고
있다.

남들이 뭐래도
해야할 일과 하고픈 일 사이에서
고민과 방황, 어려움을 품었지만
좋아서 해 나가는 여성들이
살고 있다. 혼자가 아니라, 힘이 난다.
가끔 만나 서로의 지금을 나누고 위로하고
응원받는 시간이 있어 행복하다.

대선배님부터 후배님들까지
각자의 도구로 각자의 삶을 일구어
내가 되는 우리가 있어, 나이는 세지 않는다.

날개깃을 세우고
조금씩조금씩 새롭게 날아가다보면
어느새 멀리, 내가 꿈 꾼 것과 가깝게
닿아 있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한번 더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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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라이프
장 줄리앙 지음, 손희경 옮김 / 아트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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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회를 관찰하고 그것을 농담조로 담은
내 최근 작업을 모은 것이다.
ᆢㆍ중략ㆍᆢ
기록함으로써 내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려하고
그것을 유머와 겸손으로써 이론화하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이런 그래픽을 통한 관찰은 내가 살고 바라보는 '모던 라이프'에 대한 농담조의 기록이다.

-[모던 라이프] 중에서, 장 줄리앙의 말


토막 잠이 아닌
토막 휴식, 짧지만 깊게 '잠시 숨' 하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봄, 여름, 가을은
하늘을 바라보거나, 길을 걸어보거나
(그게 제자리 더라 하더라도 일단)
주변을 관찰한다.

하지만 지금, 겨울은
마치 거북이라도 된 것 마냥
솟아오른 어깨, 움추려든 목을 하고
손을 살포시 모아 바라본다.
손 안의 작은 세상, 스마트폰을.

책의 표지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망(케이블)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손을 뻣어 문 아닌 폰을 향한
한 남자의 고군분투가 너무나 잘 와 닿았다.

사실
장 줄리앙을 처음 만난 건
그림이 아니다.

지인이 들고 있던 와인잔,
일자눈,콧수염만 달랑 그려진 거 외엔
다를 바 없는 와인잔에 자꾸만 시선이 갔다.

눈이 마주치면
떨어질 수 없는
이상하고 이상한 그림.

거기서부터 였다.
장 줄리앙과 그의 작품들을 찾아본 것이.
(그렇게 모은 상품은 양말 두 족, 스웨터 한 벌,
그림책 한 권이 있다.)

그의 작품은,
날카롭게 관찰하지만
부드럽게 표현하고
섬세하게 묘사하지만
심각하지 않게, 웃으며 생각할 수 있게 한다.

모던라이프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시간에 쫓기고 일에 쫓겨
월월월월하는 우리의 관계,
그 중에서 핵심 미디어 인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온갖 헤프닝을 무심한 듯 던지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아주 단순하면서 절제된 그의 그림 속에
마냥 웃고만 있을 수 없는 포노사피엔스이자
잃어버린 영혼의 소유자인 나를 발견한다.

스마트폰 대신 주변의 물건으로.

작가의 루틴 "창의력 체조"를 작게 작게
해 나가야겠다. 내 주변의 물건으로.

내 눈에만 보이는 사물의 모습을 하나 하나
숨은 그림찾기 처럼.

나는 늘 내 주위에 있는 것에 놀랄 수 있고
놀이를 통해 형태와 그 의미에 의문을 던진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건
역시 놀이. 하나의 시작, 하나의 매듭을 질
놀이를 하며 나의 세계, 주체적인 삶을 만들어
봐야겠다. 일상예술가로. 생활예술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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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언 이야기 - 사람이 사람답게 살지 못한 시간 높새바람 54
리언 월터 틸리지.수잔 엘 로스 지음, 배경내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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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운명을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자유,
그것이 우리가 기꺼이 몸을 던진 이유였단다.
우리가 원했던 것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었어."

흑인도 소수자도 아닌
유색인 또는 껌둥이 로 불리던 아이

자유의(지금은 자본까지 해당되는 나라) 미국
다민족 다인종이 함께 사는 나라, 미국
그러나 자유롭지 못한 나라 미국과
차별과 혐오를 받는 사람 흑인의 역사를
그리고 있다.

리언 월터 틸리지는,
1936년 1월 19일에 태어나
노예 해방 부터 흑인 민권 운동을 거쳐
현재까지 살고 있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껌둥이 촌 이라고 불리우던 고향,
까만 피부를 원망하고 저주한 어린시절.

열심히 일하지만 벌 수 없었고,
똑같이 태어났지만 날 때 부터
다름에 익숙해야 했고, 배울 수 없었고,
가만히 서 있어도 욕을 듣고, 구타를 당한
흑인들이 있었다.

이제 노예도 아닌데 말이다.
노예는 아닌데, 시민도 아니다.

집에서 키우는 가축보다도
더한 처우를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언의 부모님들은,
리언의 주변 어른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흑인들은 원래 그렇게 살게끔 되어 있어.
우린 결코 백인과 동등해질 수 없어." P30

리언은 목격자다.
음식점이나 버스의 정문을 이용하지 못한
흑인들, 백인이 마음이 동해야 핫도그를 살 수 있는
흑인들, 그저 걷다가 돌진하는 차에 깔려 죽임을
당하는 흑인들(리언의 아버지도), 가족이 죽었는데
살인임에도 '이렇게 된 걸 어떡하겠냐'하는
변명을 들어야하는 흑인들과 백인 위주의 세상을
두 눈에 담는다.

"우리는 이미 두들겨 맞고 있잖아요? 우리는 이미 죽어가고 있다구요. 그러니 차라리 뭐라도 하다가, 이 현실을 위해 꿈틀대다가 두들겨 맞는 편이 더 나아요. 왜 우리가 이유도 없이 당하고만 있어야하죠?"p90

리언은 생각한다. "왜?"
리언은 다르게 행복한다.
행동 이전과 이후, 리언 스스로가 갖는 삶의
의미의 차이를 안 것이다.
자신이 그 삶을 취사선택하는 주인의식으로
살고 있는가 아닌가를.

"음료수 한 잔만 주세요."
(백인전용표지판이 걸린 가게에서)
우리는 그런 제도에 도전했던 거고, 그게 어른들한테는 무모한 행동처럼 보였던 거지. 물론 길거리나 다른 상점에서 음료수를 사 먹을 수 있기는 했어.길거리엔 흑인에게 음료수를 파는 노점상들이 있었으니기까. 하지만 그렇게 산 음료수와 음료수를 살 수 없게 금지 되어 있는 곳에서 구한 음료수와는 의미가 달랐지. 맛이 특별히 달라서가 아니라, 어디에서 그 음료수를 구했는지가 중요했으니까." P52

삶이 부조리하다 느낄 때,
운이 안 따라준다 생각할 때,
리언은 알려준다. 삶도 운도 주어진 게 아닌,
결정하는 주체가 따로 있다고. 그건 바로 나.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는 선택과 집중의 버튼.
자유가 나에게 있음을 의식하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연대할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세상이 뒤틀리는 시기,
혐오와 차별, 의심과 회의가 가득찬 시기,
변화와 환기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
기꺼이 몸을 던질 아주 간단하고도 중요한 이유,
자유로운 삶 자유로운 영혼을 생각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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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수염 공주 귀쫑긋 그림책
에브 마리 로브리오 지음, 오렐리 그랑 그림, 박재연 옮김 / 토끼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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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시선은 두렵지 않아요.
누구에게도 미안하지 않죠, 이게 나니까.

- 위대한 쇼맨 This is me 중에서

나는 수염을 가진 젊은 여자로 살아가고 있어요.
다른 어떤 몸이 아닌 지금의 나를 사랑합니다.
나의 말과 가치가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생각되길 바래요.”

- 하남 카우르

왕과 왕비의 사랑으로 자라난 공주.

다만
코 아래로 가느다란 솜털이
조금 더 길어지고 진해지는 것 뿐
보통의 소녀와 다를 바 없는 공주.

그러나
공주의 코 아래는 공주를 뺀
성안 사람에게는 바라봐도 안되는 쉬쉬하는 이야기였다.

공주의 첫 무도회,
성 밖의 사람들과 마주한 날,
공주는 느낀다. 따스한 시선, 호의가득한 시선이 아닌
불편하고도 불쾌한 눈빛, 웃음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고.

상처 입은 공주는
무도회장을 뛰쳐나와, 방에 틀어박히고,
왕과 왕비는 공주를 달래기 위해 방법을 모색하지만.

"더 이상 못 참아, 이건 정말 아니라고!"

숨는 것을 거부한 공주는
그대로 성 밖을 뛰쳐나오는데......

무도회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바라본다.
피부색도 다르고, 나이와 성별도 다르고, 외향도
다른 사람들이,
역시나 자기와 다른 공주를 바라보며
쑥덕거리고 있다.

다 다른데, 유독 공주만,
콧수염을 지닌 공주만은 다른 그들 안에서
배제 된다. 불쾌를 넘어 혐오의 시선으로 공주를 바라본다.

털은 나쁜 것인가?
우리 모두 몸에 털이 난다.
체온 유지와 외부의 위험에서의 보호을 위해
원래부터 존재하던 것들이다.

이 털이
어떤 이에게는 멋으로,
어떤 이에게는 혐오로,
프레임이 입혀지는 순간이다.

아바타의 유명한 대사처럼
오늘 무도회의 주인공,
축하받아 마땅한 소녀 한 사람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으로 바라본다. 본질을 생각한다.

나와 같은 사람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스스로를 바라본다.
그리고 상대를 바라본다.

피부 밖 모두가 다르고,
피부 안 뼈와 살을 가진 같은
사람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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