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완독서평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헤르만 헤세 지음, 김윤미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2월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헤르만 헤세/김윤미

북하우스

이렇게 진지하게 음악을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니, 이런 사람이 진짜 매니아다. 소설과 수필, 시 등의 형식을 빌려, 때로는 편지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그가 얼마나 음악에 진심이고, 얼마나 음악을 좋아하는지를 아주 잘, 명쾌하게 보여주는 책이었다. 평소 음악을 즐기지만, 이렇게 깊게 이해하고 느끼는 것이 참 쉽지만은 아닌데, 이렇게까지 글로 풀어내기까지 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때로는 마치 음악을 하나의 종교처럼, 신성하게이야기 하고, 때로는 굉장히 객관적인 비평가로서, 또 때로는 (헤르만 헤세 그의 기준으로) 단순한 감상후기를 남기는 것 같다. 음악적 지식이 많이 없다는 것을 약간 어필을 했지만, 누구보다도 깊고 짙은 감상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저 유희나 교양으로만 대하는 것이 아니라진짜, 진심으로 음악을 대하는 것이 느껴졌다.

예술이라는 장르가 어떻게 아직까지 죽지 않고 살아있는지, 어떻게 여전히 각광받고 있는지, 어째서 예술에 대한, 예술가에 대한 환상을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며 고민을 해보고, 알아내려고 한다면 알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책을 읽은 사람에게는 이 책이 정말 선물 같은 좋은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데미안>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글에 괜히 헤르만 헤세와 더 친해진 기분이 든다.

음악은 꼭 음악회장에서만 들어야 제대로 듣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절대. 물론 음향시설이 잘 되어 있으면 몹시 좋겠지만, 요즘 기기들이너무 잘 나와 있어서 집에서 듣는 것도 좋다. 정말 잘 감상하려면 배경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과거의 나는 강조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보니, 꼭 그렇지 만도 않다는 것을 다시 생각했다. 반드시 공부하지 않아도 가슴에 울리는 그것,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것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시각에서의 감상을 위해서라도 그냥, 진짜 그냥 들어도 좋다. 단, 기록이라는 것의 중요성을 잊지 말고, 같은 음악을 듣더라도 그때 그때의 감상이 다를테니, 그 당시의 감상을 기록으로 남기길.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 다시 같은 음악을 듣고 감상을 기록으로 남겨서 이전의 것과 비교해본다면 정말로 재미있을 것이다.

읽을수록, 헤세는 음악을 그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진심으로 음악을 느끼고 음악에 대한 고민을 많이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글은절대 한두번 잠깐씩 생각해서 나오는 글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은기 서울대 음대 교수님의 말씀처럼, 헤세만큼 온 몸으로 느끼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사실 연주자로서도 온몸으로 느끼면서 연주하는 연주자들이 진짜 인정받는 연주자들이고, 그런 아티스트들이 세계적인 연주자가 되는 것인데, 그걸 알아주는 사람이라서 감사했다. 그리고 헤세를 만나서 그런 청중에 대한 '감사함'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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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3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헤르만 헤세 지음, 김윤미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2월

아마도 헤르만 헤세 본인이 작가라서 그런 것 같다. 같은 것을 듣고, 같은 것을 느껴도, 감상문으로 나오거나 이후에 비평문으로 나오는 그의 글들은 그저 매니아로서의 입장으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진짜 진심으로, 민은기 교수님의 말씀대로, '온몸으로' 느끼는 사람이다. 사실, 음악가들은 온몸으로 연주하는데, 그렇게 들어주는 사람이 이렇게 있다니, 그리고 나와 이렇게 책으로 교류를 한다니, 감동적이다. 책을 읽는데 괜히 벅차?는 기분이 들어서, 읽는 기분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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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2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헤르만 헤세 지음, 김윤미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2월

표현이 되게 섬세한 것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 해서 그런건지, 워낙 스펙터클이 있는 소설을 좋아해서 그런건지, 아님 그간 읽은 책들이 쌓이고 쌓여서 좋은 표현하는 것을 알아보는 눈이 생긴건지, 모르겠지만

음악에 대해서 표현하는 한 문장 한 문장들이 되게 섬세하다. 소설의 형식을 빌려온 스토리텔링과 시의 형식를 빌려온 것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에세이 같다가도 단편소설 같아서 읽으면서 편안해지는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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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1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헤르만 헤세 지음, 김윤미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2월

고음악.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바로크 시대의 음악이다. 악기 자체가 다르다. 당시의 상황에 맞게끔 제작된, 한마디로 현대의 악기의 전신과 같은 악기들이다. 그러다 보니 약간은 생김새도 다르고, 연주하는 기법도 다르다. 매니아층이 있는 음악장르라고 표현하면 맞으려나? 어쨋든, 그런 음악을 듣고  이 정도의 글을 썼다니.. 이름만 알던 사람에서 음악을 좀 아는, 내가 조금은 친해질 여지가 보이는 사람이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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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완독서평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1월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기욤 뮈소/전미연

밝은세상

p. 13. "간절히 바라는 소원이 있습니까?"

p. 101. "누군가를 가슴 속에 들이면 영원히 머무르게 되지."

라는 명언을 남겼던, 그 유명한 작가, 하지만 나는 한 번 밖에 만나보지 못했던 작가, 기욤 뮈소의 소설을 좋은 기회가 닿아서 읽게 되었다. 제목은 익히 들어서 많이 낯익었다. 제목의 문장만 보면, 이상하다고 느낄만큼 괜히 아련하고, 아릿하고, 알 수 없는 아픔과 그리움, 슬픔 등등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나에게 밀려온다. 그저 아프다 못해 비극으로만 끝나버릴 사랑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아픔보다 더 깊고, 진한 여운도 함께 있는 소설이었다. 왜 기욤 뮈소가 이렇게 유명한 작가가 되었는지 알 수 있던 책. 책을 손에서 한 번 잡으면 완독할 때까지 손에서 놓지 못한다. 절대. 중간에 맥이 끊기면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할 정도로, 크게 훅 들어오는 스토리 라인이 있다. 지난 주에 읽은 <구해줘>에서도 비슷한 감정이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그때는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이렇게 정리할 수 없었던, 그저 이런 작가님을 이제야 제대로 만났다(=짧은 기간에 같은 작가의 작품을 두 개 이상 읽었다)는 흥분에 싸여서 리뷰도 제대로 못 남겼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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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여자(일리나)를 잃고 환갑이 된 나이까지 해외 의료를 나가는 주인공 엘리엇, 그는 캄보디아에서 만난 한 노인에게 베푼 (의사로서의 사명을 수행한 것이지만) 선행으로, 그 노인으로부터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열 개의 알약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그는 그 알약을 이용해서 3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사랑하는 그녀를 살릴 것인가? 과거가 바뀌었을 때, 나에게 돌아오는 부메랑을 내가 버텨낼 수 있을 것인가?

..

요즘에서는 흔하지만, 소설이 처음 출간되던 당시에 흔한 소재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타임 워프: 현실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30년 전의 엘리엇이 느끼는 감정과 현재의 엘리엇이 느끼는 감정이 몹시 잘 묘사가 되어있다. 혼란과 당황, 그리고 계획한 대로 돌아가지만은 않는 현실이 전에 봤던 한 드라마 같기도 했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다)

...

이 제목은 단순하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대로 있어 달라는 주문을 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제목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인 당신이, 그리고 나와 애증의 관계에 있는 또 다른 당신이, 내 친구인 또또 다른 당신이 '거기 있어 줄래요?'하는 주문이다. 마지막 10여 장 남은 곳부터 풀리는 실타래가 은근 쨍하게 감동을 줬다.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다행이다 싶고, 그때까지 한 나의 긴장이 조금씩 풀리는 마지막 스토리는 짙음이 있다. (깊음보다 짙음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사랑하기 때문에>, <구해줘>에서도 그랬지만, 사랑에 대한 이야기 하나가 끝이 아니다. 더하기 감동과 깊이, 짙음이 있다.

그러니 부디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리뷰의 내용은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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