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더스 키퍼스 - 찾은 자가 갖는다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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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대한 애정이 숭배를 넘어 광기로 치닫다.

책, 영화, 드라마 할 것 없이 한 명의 창작자가 이야기를 만들어 자신의 손을 떠나 보냈을 때, 이미 그 작품은 세상 밖으로 나와 더 이상 한 명의 창작자만의 손에 든 작품이 아니다. 원작자일뿐 그 이야기가 어떻게 읽히게 될 것인가에 대한 오독의 책임은 작가가 지지 않는다. 하나의 이야기가 든 작품을 누군가 접했을 때 그이야기를 작가가 의도한대로 읽어나가던 읽지 않던 그 것은 오직 독자만의 권리이자 그 작품을 읽어나는 독자만의 책임이다. 그러나 작품에 대한 애정이 도를 넘어 종교를 믿듯 숭배를 넘어 광기로 치달은 사내가 있다. 스물 셋인 그가 '로스스타인'이라는 천재 작가가 쓴 '러너'라는 작품에 나오는 지미 골드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그가 그리는 시리즈에서 주인공이 변질되어 그가 바라는 이상향대로 넘어가지 않고 현실적이고 초라한 모습으로 그려내자 모리스 벨러미는 복수심에 차 천재작가인 로스스타인의 집에 처들어가 작가를 죽이고 그의 금고에 가득든 돈과 미발표된 원고가 가득든 공책 160여권을 가지고 달아난다.


러너 3부작에 이어 지미 골드가 어떤 활약상을 펼쳤는지 너무나 궁금했지만 그는 자신이 살던 집 근처 개울가에 돈과 공책을 고스란히 묻어두고 조용하기만을 기다리다가 뜻밖의 사건에 휘말려 교도소에 수감되어 종신형으로 살게 된다. 모리스 벨러미의 시간은 그렇게 흐르고 몇 십년 후 그가 살았던 그곳에 피터 소버스라는 소년이 산다. 중산층의 평온한 가정이었던 소버스씨네 가족이 금융위기에 갑작스레 실직을 하게 되고, 피터의 아버지가 일자리를 구하려고 줄을 섰던 그 곳에 어떤 미친 남자의 만행으로 교통사고를 당해 그의 집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 그 때 소년이 마치 운명처럼 우연히 개울가에서 가방을 발견하게 되고, 그의 가족을 구원하기 위해 매달 한 번씩 자신의 집에 돈을 보낸다.


모리스는 열다섯 살 때부터 열일곱 살 때까지 밑줄을 긋고 주석을 달아 가며 삼부작의 처음 두 권을 강박적으로 읽었다. 『러너, 속도를 늦추다』는 딱 한 번 다시 읽었고 그마저도 겨우 마쳤다. 어떤 내용인지 알기 때문에 그 책을 집어 들때마다 뱃속에 납덩이가 생겼다. 시간이 지날면 지날수록 지미 골드 창작자에게 점점 더 분노가 치밀었다. 로스스타인, 지미를 그런 식으로 짓밟아 놓다니! 타협하게 하고, 원칙을 무시하게 하고, 암웨이를 하는 한 동네 걸레와 자는 것도 일종의 반항이라고 착각하게 하다니! - p.183


<파인더스 키퍼스>는 모리스 밸러미의 시간과 피터 소버스라는 소년의 시간을 교차하며 천재작가인 로스스타인의 원고를 발겨하게 되고, 그 것을 계기로 피터 소버스는 시간을 뛰어넘어 로스스타인이 쓴 러너의 주인공 지미 골드를 사랑하게 된다. 모리스 벨러미와 다른 애정의 척도를 바라보며 두 사람은 보이지 않지만 시간을 뛰어넘어 각기 그가 쓴 작품에 대한 영향을 받으며 생활하게 되고 성추행으로 종신형으로 살게된 모리스 벨러미는 그가 묻어둔 원고를 다시 손에 쥐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시간이 흘러 젊은 청년은 주름이 진 초로의 사내가 되고 다시 자신이 훔쳐온 돈과 공책을 찾아나서지만 트렁크 안에 남아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때부터 다시 그는 아무 꺼리낌 없이 다시 살인을 저지르고 원고를 갖고 있던 피터 소버스와 맞닥드리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고조되어 치닫는다.


스티븐 킹이 생애 처음 도전한 탐정 추리소설인 이 소설은 빌 호지스의 3부작 중 2부에 해당하는 소설이다. 1부는 전작 <미스터 메르데세스>가 그 주인공이었고, 2부는 천재작가의 원고에 얽힌 사건을 <파인더스 키퍼스>다. 전작인 <미스터 메르데세스> 보다 훨씬 더 강력해졌고, 훨씬 더 촘촘하게 이야기를 매꿔 나간다. 특히 책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광기에 치달은 모리스 벨러미라는 인물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전작에서 보다 퇴직 형사인 빌 호지스가 막판에 활약하는 것이 좀 아쉽기는 했지만 스티븐 킹이 그려낸 이 작품은 서서히 그물망을 촘촘하게 조여내듯 서서히 이야기가 폭팔하고 있기에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특히나 이야기를 좋아하고 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작품 속 등장하는 작가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넘치는 상상력으로 스티븐 킹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굉장히 술술 잘 읽히면서도 그의 전공 분야이기에 더 소설가의 면면을 깊이 알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모리스 벨러미라는 인물이 지미 골드에 빠져 애정이 독으로 변해 결국 크나큰 화염으로 변질되어 많은 사람이 다치고, 죽게 되었지만 한 작품에 대해 그 작품을 애지중지한 그 마음은 이해가 된다.


애정의 발로가 모리스 벨러미에게는 크나큰 독이 되었지만, 또다른 독자인 피터 소버스는 적절하게 작품을 평가하며 자신의 진로를 찾아나서는 면에서 두 인물의 다른 면면을 바라보게 만든다. 추리소설 하면 스티븐 킹이 꼭 거론되는데 왜 그렇게 많은 이들이 그의 이름을 올리는가 했는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비로소 그의 저력을 실감하게 되었다. 읽는 내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흡입력과 재미, 감동이 가득한 작품이다.


"그레 결정적으로 네가 오해한 부분이야. 훌륭한 소설가는 등장인물들을 선도하지 않아. 그냥 따라가지. 훌륭한 소설가는 사건을 만들어내지 않아. 벌어지는 사건을 주시하다가 목격한 그대로 기록하지. 훌륭한 소설가는 자기가 신이 아니라 비서라는 걸 알아."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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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 아이야
응구기 와 시옹오 지음, 황가한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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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없는 나락의 끝에서.


 일주일 텀으로 응구기 와 시옹오의 <한 톨의 밀알>(2014,들녘)과 <울지마, 아이야>까지 두 권의 책을 읽었다. 출간 순서로 따지면 내가 읽은 순서가 맞지만 저자의 필모그래피로 본다면 1964년에 발표한 <울지마, 아이야>를 먼저 읽어야 한다. 그런데 이 두 책을 어떤 순서로 읽어도 너무나 거울처럼 비슷하게 느껴져 순서에 상관없이 응구기 와 티옹오의 작품을 읽는 것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울지마, 아이야>는 <한 톨의 밀알>을 쓰기 전에 초석으로 먼저 다져놓은 책이다. 영국 식민지 치하에 있던 케냐의 모습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냈을 뿐 아니라 백인과 흑인과의 갈등이 고조되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속에서 살고있다. 케냐의 정치적인 상황은 너무나 혼란스럽고 백인과 흑인, 인도인까지 다양한 인종들이 케냐 안에서 살아가면서도 그들에 대한 불신이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다. 


1차 세계대전이 지난 후, 큰 전쟁을 치르고 온 사람들은 각기 식민지 치하에서 탈피하는 방법은 각기 기술을 배워 부자가 되거나 유럽식 교육을 받아 성공하는 것이 한 집안을 일으키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아프리카 소년인 은조로게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도시락을 싸서 가지 못함에도 학교에 가기를 희망한다. 땅 없이 소작농으로 일하던 은조로게의 아버지는 그의 교육을 지지하지만, 케냐의 불안정한 정치상황과 경제로 인해 어둠에 발을 디디고 만다. 그저 합리적인 평화로움을 찾기 위해 손을 들었으나 그의 아들들이 정치적 선동자가 되고, 그와 은조로게를 비롯해 그의 아들들 모두가 끌려가 고초를 당하게 된다. 한 사람을 교육 시키기 위해 발버둥을 쳤던 그의 집안이 와르르 허물어 지면서 은조로게는 모든 것을 잃고 나락의 끝자락까지 걸음을 디딤으로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케냐의 암울한 정치 상황은 물론이고 백인과 흑인과의 대립, 남자와 여자의 날선 관계들을 눈여겨 보게 된다. 마치 우리의 역사 중 가장 고단했을 때와 마주 하는 것 같은 기시감이 느껴지는 대목들이 많았다. 더불어 남자의 가부장적인 모습이 너무나 완고해 남편이 아내를 때려도, 여러 부인을 거느리며 살아도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들이 케냐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 불편한 상황들을 마주 할 때마다 케냐의 면면들을 바라보게 만들지만 응구기 와 티옹오는 그런 케냐의 모습을 더하지도 덜어지도 않는 상황을 적확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 이것이 과연 문학인지 아니면 케냐의 실제 모습을 마주 하고 있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크나큰 어두운 케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은조로게의 시선과 생각을 마주 할 때마다 응구기 와 티옹오 또한 이런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과 맞닥들이면서 생활을 했구나 하는 추측을 하기도 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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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차 세계대전의 산물이었다. 고향에서 안전하게만 살아오다가 갑자기 징집영장을 받고는 전쟁을 영광으로 생각하는 젊은 혈기로 참전했다. 하지만 유혈과 끔찍한 파괴로 얼룩진 4년 후, 다른 많은 젊은이들처럼 '평화'에 완전히 환멸을 느끼게 되었다. 그는 벗어나야 했다. 동아프리카는 좋은 곳이었다. 여기에는 정복해야 할 널찍한 황무지가 남아 있었다. -p.48


"그으으래.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거 들었어. 사람들이 교육을 받았더라면 백인들이 땅을 몽땅 빼앗아 가지 않았을 거래. 할아버지들은, 돌아가신 할아버지들은 왜 백인들이 왔을 때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던 걸까?" - p.58


"자, 그 질문의 답을 알면서 모르는 척하지마. 네 눈엔 우리 집 사정이 안 보이는 거니? 땅이 없는 사람은 기술을 배워야 돼. 아버지한테는 아무것도 없어. 그래서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중요한 거야. 응강가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면 나는 곧 훌륭한 목수가 될 거야. 나는 부자가 될 수 있을테고 그러면 우리 식구 전부가 네가 학교에 다니도록 도울 수 있겠지. 네 배움은 우리 모두를 위한 거야. 아버지도 똑같은 말씀 하시잖아. 아버지는 네가 계속 학교에 다녀서 우리 집에 빛을 가져오길 간절히 바라셔. 교육은 케냐의 빛이야. 조모가 그렇게 말했어." - p.59~60


은조로게가 성경의 내용을 믿게 되면서 신의 공전함에 대해 각게 된 믿음은 교육받은 자신이 누리게 될 생활의 미래상과 뒤섞였다. 세상에는 공정과 정의가 존재한다. 사람이 올바르고 독실하면 천국에 간다. 선인은 신으로부터 보상받고, 악인은 나쁜 과실을 거둔다. 어머니에게서 들은 부족 설화들도 고행과 인내의 미덕에 대한 이런 믿음을 강화시켰다. 가족과 마을의 미래에 대한 그의 믿음은 좋은 교육을 받고 싶다는 희망, 사랑과 자비의 신에 대한 믿음에서 기인했다. - p.74~75


그들은 어둠에 붙잡히지 않기 위해 함께 걸었다. 새 한마리가 울었다. 또 한 마리가 울었다. 그리고 이 둘, 각자기만의 생각에 빠진 소년과 소녀는 이 땅에 드리운 더 큰 어둠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 해 한동안 그렇게 걸어갔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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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래치 컬러링 : 나이트뷰 불꽃 스크래치 컬러링
Sayu 편집부 지음 / 사유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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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도시의 화려한 야경과 불꽃놀이를 느껴볼 수 있는 책.


 작년부터 컬러링북이 유행이 되어 많은 주제로 컬러링북이 출간되었다. 스케치는 되어 있고, 채색이 되지 않아 곳곳에 색을 넣어주는 작업이 무척이나 재밌어 여행,명화, 패션, 꽃과 나무, 음식등 다양한 주제로 표현된 책들을 색칠하고 또 색칠하며 컬러링북의 재미를 만끽했다. 예전부터 잘 못그리지만 그림을 그리거나 색칠하는 것을 좋아하는 터라 색을 메우는 작업이 재밌게 느껴졌다. 점점 다양하고 다채로운 컬러링북이 나왔지만 그 중에서 가장 체험해 보고 싶었던 책이 바로 '스크래치 컬러링북'이었다. 이전에 컬러링북이 하얀 도화지에 스케치가 되어 내가 입히고자 하는 색을 채우는 작업이었다면 '스크래치 컬러링북'은 스크래치 스틱펜으로 하나하나 선을 그으면 절로 각국의 야경이나 불꽃놀이의 불꽃이 하나하나 새겨지는 책이었다.


실제로 눈에 보여지는 화려함이 느껴져 스틱펜으로 선을 긋는 재미가 느껴지는 책이다. 처음에는 불이 꺼진 도시를 마주 하다가 펜을 들어 하나하나 선을 그어주면 복권을 긁는 것처럼 검은 가루가 슬며시 나오는데 그 속에 빨갛고, 노란, 색색깔의 빛들이 숨어 있어 하나하나 선을 긋다보면 어느새 한 도시의 야경이 내 눈앞에 그려져 있다. 상상을 조금 더 보태자면 불꽃놀이가 하늘로 슈웅 하고 올라오면서 펑 하고 터지는 소리도 느껴볼 수 있을 만큼 눈앞에 화려하게 수놓아져 있는 그림이 상상외로 작업을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프랑스 파리에서부터 두바이 주메이라, 호주 시드니, 영국 런던, 러시아 무스코, 중국 상하이, 스페인 바르셀로나,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 다양한 도시의 야경을 만끽할 수 있다. 실제로 봤던 불꽃놀이 만큼이나 각 도시에서 보여주는 불꽃놀이의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각국의 나라들을 다 가보지 않아도 손끝으로 느낄 수 있어 작업을 조금 더 정교하게 조심스럽게 선을 그어야 더 섬세한 야경을 맛 볼 수 있다. 때론 선을 긋다가 나도 모르게 검은 배경에 선이 그어져 당황 할 때도 있지만 조심스레 선을 긋다보면 책 표지 보다 더 화려한 야경을 느낄 수 있었다. 

 

 

작업을 하기 전에 사진을 찰칵! 정전이 된 것마냥 상하이의 불빛이 하나도 비춰지지 않은 모습.

 

작업을 다 해놓고 후레쉬를 터트리지 않고 찍었을 때.

야경의 맛이 덜해 다시 후레쉬를 켜고 다시 사진을 찍기로...

 

 

내가 기대하던 모습. 야경은 후레쉬를 터트려야 제맛. 보이지 않는 선들과 실수한 흔적들이 조금씩 보이지만 작업을 해놓고 이렇게 사진을 찍으니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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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 사중주
유즈키 아사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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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을 앞두고 있는 네 친구의 달콤쌉싸름한 하모니.


  ​유즈키 아사코의 소설은 아이가 소녀가 되고, 갈대 같이 흔들리는 사춘기의 미묘한 여고생이 어느새 여자사람으로 변모한다. 소녀였던 아이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나의 유년시절이 떠오르게 되고, 그와 맞물려 어렸을 때 읽었던 책들이 매개가 되어 그려진 작품이 그녀의 소설 <서점의 다이아나>다. 지금은 무서운 중 2병이라고 하지만 내가 사춘기를 겪을 무렵에는 여고생들이 가장 복잡미묘함을 가득 품은 여고생들을 가리키는 단어였다. 진한 블루의 색감과 네 편의 단편이 연작처럼 모아졌던 <종점의 그 아이>역시 여자아이의 성품과 심리를 너무나 잘 그려냈기에 다음 작품은 어떤 색채로 여자들의 모습을 그려냈을까 하는 궁금증이 많이 들었던 작가였다.


시기적으로 <서점의 다이아나> <종점의 그 아이>를 지나 작가는 <달콤 쌉싸름 사중주>에서 서른을 코앞에 두고 있는 사키코, 유카코, 마리코, 가오루코 이렇게 네 명의 단짝 친구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음식을 매개로 그려냈다. 현실의 팍팍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들이 먹었던 유년의 음식들이 등장하게 되고 세명의 친구들은 그 맛을 찾아 동분서주한다. 다행히도 그 시절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만들어준 네 친구의 상황들이 각각 옴니버스 식으로 이루어져 있기도 하고 때론 한 편의 소설처럼 맞물려 있다.


피아노 선생님인 사키코가 불꽃축제에 놀러갔다가 옆에 자리한 한 남자와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가 건네준 유부초밥을 받게 된다. 그 남자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남자와 함께 온 일행이 쓰러지게 되고 아수라장이 된 그 곳에서 그 남자와 인연의 증표는 오직 고슬고슬한 밥이 촉촉하게 잘 뭉쳐진 유부초밥 하나였다. 연락처도 이름도 알아낼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아쉬운 마음에 세 명의 친구에게 이야기를 하고 난 후 그 초밥을 조금씩 맛보는 친구들은 이내 그 초밥을 만든 사내를 찾아 행방을 수소문한다. 음식을 잘 만들어 블로거로서 유명해 요리책까지 내는 발군의 실력을 가진 유카코는 그 초밥의 맛을 상기시켜 만든 재료들을 하나씩 따라해보고, 가오루코는 단행본 에디터로 동료 에게 초밥이 유명한 맛집을 소개받는다. 그렇게 수소문해 그 남자가 하고있는 쌀집과 이름을 알아낸다.


사막에서 바늘 찾기처럼 어려운 일을 친구들이 손수 발 벋고 나서서 사키코의 일을 도와 주고 사키코는 그에 힘입어 그 달콤한 초밥남과 사귀게 된다. 유카코가 음식 블로거로서 표절 시비에 휘둘려 모든 희망을 잃고 있을 때 그녀의 좋은 추억이 담긴 과자 아마쇼쿠를 찾아 나서기도 하고, 백화점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는 마리코에게 남자친구 옷에서 풍기던 하이볼향 때문에 그가 바람이 피는 것을 의심해 세 친구들이 나서기도 한다. 편집자인 가오루코가 결혼과 일을 동시에 하는 커리우먼으로 지내지만 동시에 일을 완벽하게 해 내는 것이 쉽지 않고 이내 지쳐버리지만 우연히 그녀의 집에 배달된 고추기름으로 그녀의 삶에 작은 여백이 생겨 그녀를 더 활기차게 만든다. 그러다 설 명절 시어머니에게 대접할 설음식을 친구들이 도와주기로 했으나 각각의 사정으로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는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려내기도 했고 때로는 동화처럼 우연과 친구들의 마음이 더해져 큰 어려움을 성큼 이겨낸다는 이야기다.


이전에도 유즈키 아사코의 책을 읽을 때마다 깊이 공감하고 느꼈던 주제여서 재밌게 그녀의 책을 읽었지만 30대를 앞두고 있는 네 명의 단짝들이 만들어낸 달콤하고 쌉사름한 이야기에 훨씬 더 많은 공감이 가던 주제였다. 같은 나이 때이기도 하고, 음식을 매개로 한 이야기가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그녀들의 현실이 깊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 때는 친구들이 모여 함께 화이팅을 외치며 도와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숙제들이 많이 늘어난다. 그럴 때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어른으로서 혹은 어른아이로서의 행동들 때문에 많이 자책하게 되는데 그럴 때 나를 포함한 네 명의 친구들이 함께 어우르며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큰 위안이 되었다.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네 명의 친구들을 통해 또 한 번 삼십이라는 나이가 이제는 아이가 아닌 어른으로서 생활해야 하는 나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 언제나 시간이 지나도 내 마음 속 나이는 성장 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내 책을 읽으면서 단 맛이 나는 유부초밥과 하이볼, 아마쇼쿠, 고추기름이 맛보고 싶었다. 요즘 쿡방이 대세라고 하던데 이제는 쿡책이 대세던가. 읽는 내내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책이었다. 서른이라는 나이를 먹다보면 으레 밝은 빛이 슬며시 꺼지듯 우울한 빛이 맴도는 책이 많았는데 유즈키 아사코의 이 소설은 이전 작품 보다 훨씬 더 은은하고 강렬한 빛을 머금고 있다. 그래서 더 눈길이 가고 손길이 가던 작품이었다.


---


"얘들아, 우리 쭉 이렇게 지낼 수 있을까."

물론이지, 하는 동의를 기대하면서 친구들을 돌아보는데 마리코는 손톰을 만지작거리면서 매정하게 대답했다.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어떻게 같은 장소에 중곧 있을 수 있겠어. 사람은 변하는 동물인데. 인생은 부침의 연속이야." 그말에 창백해진 사키코의 얼굴을 보고, 그녀가 웃으면서 덧붙였다. "아이구, 이런 바보. 그런 표정 짓지 마. 사는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이렇게 사이좋게 지내면, 그런면 되는 거잖아."

"·····그럴 수 있을까."

"암, 그럴 수 있지. 우리 넷 다 이렇게 설격도 취미도 다른데, 10년 이상이나 같이 잘 지내고 있는 걸 생각해 봐. 만나봐여 별 볼일 얘기만 떠들고 있지만, 오랜 시간을 들여서 차근차근 쌓아온 관계라고. 그야말로 '유즈앙의 고추기름처럼." - p.187


"사귀기 시작할 때 뭐랬는지 알아. 아무것도 해줄 수 없지만 맛있는 쌀은 평생 먹여주겠다고 그랬어. 그의 그런 강함에 끌렸어. 그와 함께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갈 수 있겠다 싶었어. 나도 강해질 수 있을 것 같았고. 현실을 잘 인식하고 사는 현명한 사람이니까. 나 그사람 존경해."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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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의 감옥
우라가 가즈히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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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에 모든 힌트가 담겨 있음!

 봄과 여름의 꽃이 다 담겨져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만큼 <수면의 감옥>의 표지는 아름답다. 흡사 코를 대면 꽃향기가 폴폴 날 것도 같은데 제목이 어마무시 하다. 책을 책장에 꽂을 때 띠지 하나까지도 소중히 여기는 터라 책을 읽을 때는 얌전하게 책장 위칸에 모셔두곤 하다 보니 띠지의 문구를 깊이 들여다 보지 못했다. 책을 처음부터 다 읽고 나서 다시 책과 띠지를 합체시키고 서야 비로소 보게 된 띠지 속의 글들이 이 책의 모든 힌트!가 담겨져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표지 또한 왜 이렇게 아름답게 그려넣었는지도.

<수면의 감옥>은 여타 다른 미스테리와 달리 작가의 이름이 고스란히 작품 속에 들어가 있다. '내가 앞에 서문을 잘 못 읽었나?'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이 책의 작가이자 주인공인 '우라가'는 다소 모호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계속해서 책 속에 등장하는 '나'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갸우뚱하게 만든다. 소설가인 우라가는 연인인 아야코에게 자신이 쓴 첫 원고를 보여주려고 했지만 갑작스럽게 계단에서 우라가와 아야코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두 사람을 밀친 사람은 누구일까? 다행히 계단에서 굴러떨어졌지만 아무렇지 않게 일어난 우라가는 몇 년후, 요시노와 기타자와와 함께 아야코의 오빠의 초대로 아야코의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지하 밀실은 핵 방공호라고 불릴 정도로 깊고 넓었으며, 동생인 아야코를 밀친 범인이 누구인가를 자백 받기 위해 그 방공호 속에 셋을 가둬 버린다. 과연 이 세명 중에 범인이 있는 것일까?

띠지에 소개된 것처럼 우라가 가스히로가 23살 때 쓴 이 작품은 그 어떤 장벽없이 과감하게 이야기를 그려낸다. 이야기가 고조 될수록 작가가 곳곳에 숨겨든 힌트를 찾아 얼추 이야기의 끝에 다가갔다고 생각했으나 생각지못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책을 읽기 전에 본격 미스테리가 뭔가 하다가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책을 읽게 되었는데 지금까지 만나본 밀실추리 소설 중에서 가장 센세이션하게 느껴졌다. 많은 트릭을 세움으로서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발 빠르게 사건을 엮어가게 만드는 재주가 남다른 작품이었다. 조금 더 섬세했다면 작가가 의도한 스토리를 다 파악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느껴졌을 만큼 이야기를 읽는 재미와 사건을 추리해 가는 과정이 신선했던 작품이다. 더불어 지금까지 많은 소설 중에서 깊은 장벽이라고 생각할 만한 주제를 가볍게 차용해서 빠르게 치고 나간 것도 이 책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23살 때 젊은이의 패기로 이 책을 호기롭게 써내려간 만큼 우리가 가즈히로가 써내려간 작품들이 너무나 궁하다. <수면의 감옥>은 역자의 말대로 어렸을 때 아빠가 밤에 종종 사가지고 오시던 종합선물세트 같다. 상자를 풀면 어떤 과자를 먹을까 고민을 했을 정도로 다양하고 다채로운 과자처럼 이 책 속에는 다양한 트릭과 구조들이 책 곳곳에 장치되어 있다. 조심스레 한 계단씩 밟고 지나가는 독자가 있는가 하면 작가가 의도한대로 모든 장치를 하나하나 두드리고 가는 독자도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부디 작가가 의도한 대로 하나씩 트릭과 장치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느끼는 독자가 <수면의 감옥>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초반에 돌다리를 두드리고 건너다가 서서히 이야기에 빠져 하나 둘 장치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읽었기에 개인적으로 100% 만족을 느끼지 못했지만 밀실 추리가 이렇게 재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으니 아쉬운 마음이 하나도 들지 않았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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