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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 아이야
응구기 와 시옹오 지음, 황가한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5월
평점 :
희망이 없는 나락의 끝에서.
일주일 텀으로 응구기 와 시옹오의 <한 톨의 밀알>(2014,들녘)과 <울지마, 아이야>까지 두 권의 책을 읽었다. 출간 순서로 따지면 내가 읽은 순서가 맞지만 저자의 필모그래피로 본다면 1964년에 발표한 <울지마, 아이야>를 먼저 읽어야 한다. 그런데 이 두 책을 어떤 순서로 읽어도 너무나 거울처럼 비슷하게 느껴져 순서에 상관없이 응구기 와 티옹오의 작품을 읽는 것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울지마, 아이야>는 <한 톨의 밀알>을 쓰기 전에 초석으로 먼저 다져놓은 책이다. 영국 식민지 치하에 있던 케냐의 모습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냈을 뿐 아니라 백인과 흑인과의 갈등이 고조되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속에서 살고있다. 케냐의 정치적인 상황은 너무나 혼란스럽고 백인과 흑인, 인도인까지 다양한 인종들이 케냐 안에서 살아가면서도 그들에 대한 불신이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다.
1차 세계대전이 지난 후, 큰 전쟁을 치르고 온 사람들은 각기 식민지 치하에서 탈피하는 방법은 각기 기술을 배워 부자가 되거나 유럽식 교육을 받아 성공하는 것이 한 집안을 일으키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아프리카 소년인 은조로게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도시락을 싸서 가지 못함에도 학교에 가기를 희망한다. 땅 없이 소작농으로 일하던 은조로게의 아버지는 그의 교육을 지지하지만, 케냐의 불안정한 정치상황과 경제로 인해 어둠에 발을 디디고 만다. 그저 합리적인 평화로움을 찾기 위해 손을 들었으나 그의 아들들이 정치적 선동자가 되고, 그와 은조로게를 비롯해 그의 아들들 모두가 끌려가 고초를 당하게 된다. 한 사람을 교육 시키기 위해 발버둥을 쳤던 그의 집안이 와르르 허물어 지면서 은조로게는 모든 것을 잃고 나락의 끝자락까지 걸음을 디딤으로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케냐의 암울한 정치 상황은 물론이고 백인과 흑인과의 대립, 남자와 여자의 날선 관계들을 눈여겨 보게 된다. 마치 우리의 역사 중 가장 고단했을 때와 마주 하는 것 같은 기시감이 느껴지는 대목들이 많았다. 더불어 남자의 가부장적인 모습이 너무나 완고해 남편이 아내를 때려도, 여러 부인을 거느리며 살아도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들이 케냐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 불편한 상황들을 마주 할 때마다 케냐의 면면들을 바라보게 만들지만 응구기 와 티옹오는 그런 케냐의 모습을 더하지도 덜어지도 않는 상황을 적확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 이것이 과연 문학인지 아니면 케냐의 실제 모습을 마주 하고 있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크나큰 어두운 케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은조로게의 시선과 생각을 마주 할 때마다 응구기 와 티옹오 또한 이런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과 맞닥들이면서 생활을 했구나 하는 추측을 하기도 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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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차 세계대전의 산물이었다. 고향에서 안전하게만 살아오다가 갑자기 징집영장을 받고는 전쟁을 영광으로 생각하는 젊은 혈기로 참전했다. 하지만 유혈과 끔찍한 파괴로 얼룩진 4년 후, 다른 많은 젊은이들처럼 '평화'에 완전히 환멸을 느끼게 되었다. 그는 벗어나야 했다. 동아프리카는 좋은 곳이었다. 여기에는 정복해야 할 널찍한 황무지가 남아 있었다. -p.48
"그으으래.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거 들었어. 사람들이 교육을 받았더라면 백인들이 땅을 몽땅 빼앗아 가지 않았을 거래. 할아버지들은, 돌아가신 할아버지들은 왜 백인들이 왔을 때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던 걸까?" - p.58
"자, 그 질문의 답을 알면서 모르는 척하지마. 네 눈엔 우리 집 사정이 안 보이는 거니? 땅이 없는 사람은 기술을 배워야 돼. 아버지한테는 아무것도 없어. 그래서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중요한 거야. 응강가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면 나는 곧 훌륭한 목수가 될 거야. 나는 부자가 될 수 있을테고 그러면 우리 식구 전부가 네가 학교에 다니도록 도울 수 있겠지. 네 배움은 우리 모두를 위한 거야. 아버지도 똑같은 말씀 하시잖아. 아버지는 네가 계속 학교에 다녀서 우리 집에 빛을 가져오길 간절히 바라셔. 교육은 케냐의 빛이야. 조모가 그렇게 말했어." - p.59~60
은조로게가 성경의 내용을 믿게 되면서 신의 공전함에 대해 각게 된 믿음은 교육받은 자신이 누리게 될 생활의 미래상과 뒤섞였다. 세상에는 공정과 정의가 존재한다. 사람이 올바르고 독실하면 천국에 간다. 선인은 신으로부터 보상받고, 악인은 나쁜 과실을 거둔다. 어머니에게서 들은 부족 설화들도 고행과 인내의 미덕에 대한 이런 믿음을 강화시켰다. 가족과 마을의 미래에 대한 그의 믿음은 좋은 교육을 받고 싶다는 희망, 사랑과 자비의 신에 대한 믿음에서 기인했다. - p.74~75
그들은 어둠에 붙잡히지 않기 위해 함께 걸었다. 새 한마리가 울었다. 또 한 마리가 울었다. 그리고 이 둘, 각자기만의 생각에 빠진 소년과 소녀는 이 땅에 드리운 더 큰 어둠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 해 한동안 그렇게 걸어갔다. - p.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