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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더스 키퍼스 - 찾은 자가 갖는다 ㅣ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6월
평점 :
작품에 대한 애정이 숭배를 넘어 광기로 치닫다.
책, 영화, 드라마 할 것 없이 한 명의 창작자가 이야기를 만들어 자신의 손을 떠나 보냈을 때, 이미 그 작품은 세상 밖으로 나와 더 이상 한 명의 창작자만의 손에 든 작품이 아니다. 원작자일뿐 그 이야기가 어떻게 읽히게 될 것인가에 대한 오독의 책임은 작가가 지지 않는다. 하나의 이야기가 든 작품을 누군가 접했을 때 그이야기를 작가가 의도한대로 읽어나가던 읽지 않던 그 것은 오직 독자만의 권리이자 그 작품을 읽어나는 독자만의 책임이다. 그러나 작품에 대한 애정이 도를 넘어 종교를 믿듯 숭배를 넘어 광기로 치달은 사내가 있다. 스물 셋인 그가 '로스스타인'이라는 천재 작가가 쓴 '러너'라는 작품에 나오는 지미 골드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그가 그리는 시리즈에서 주인공이 변질되어 그가 바라는 이상향대로 넘어가지 않고 현실적이고 초라한 모습으로 그려내자 모리스 벨러미는 복수심에 차 천재작가인 로스스타인의 집에 처들어가 작가를 죽이고 그의 금고에 가득든 돈과 미발표된 원고가 가득든 공책 160여권을 가지고 달아난다.
러너 3부작에 이어 지미 골드가 어떤 활약상을 펼쳤는지 너무나 궁금했지만 그는 자신이 살던 집 근처 개울가에 돈과 공책을 고스란히 묻어두고 조용하기만을 기다리다가 뜻밖의 사건에 휘말려 교도소에 수감되어 종신형으로 살게 된다. 모리스 벨러미의 시간은 그렇게 흐르고 몇 십년 후 그가 살았던 그곳에 피터 소버스라는 소년이 산다. 중산층의 평온한 가정이었던 소버스씨네 가족이 금융위기에 갑작스레 실직을 하게 되고, 피터의 아버지가 일자리를 구하려고 줄을 섰던 그 곳에 어떤 미친 남자의 만행으로 교통사고를 당해 그의 집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 그 때 소년이 마치 운명처럼 우연히 개울가에서 가방을 발견하게 되고, 그의 가족을 구원하기 위해 매달 한 번씩 자신의 집에 돈을 보낸다.
모리스는 열다섯 살 때부터 열일곱 살 때까지 밑줄을 긋고 주석을 달아 가며 삼부작의 처음 두 권을 강박적으로 읽었다. 『러너, 속도를 늦추다』는 딱 한 번 다시 읽었고 그마저도 겨우 마쳤다. 어떤 내용인지 알기 때문에 그 책을 집어 들때마다 뱃속에 납덩이가 생겼다. 시간이 지날면 지날수록 지미 골드 창작자에게 점점 더 분노가 치밀었다. 로스스타인, 지미를 그런 식으로 짓밟아 놓다니! 타협하게 하고, 원칙을 무시하게 하고, 암웨이를 하는 한 동네 걸레와 자는 것도 일종의 반항이라고 착각하게 하다니! - p.183
<파인더스 키퍼스>는 모리스 밸러미의 시간과 피터 소버스라는 소년의 시간을 교차하며 천재작가인 로스스타인의 원고를 발겨하게 되고, 그 것을 계기로 피터 소버스는 시간을 뛰어넘어 로스스타인이 쓴 러너의 주인공 지미 골드를 사랑하게 된다. 모리스 벨러미와 다른 애정의 척도를 바라보며 두 사람은 보이지 않지만 시간을 뛰어넘어 각기 그가 쓴 작품에 대한 영향을 받으며 생활하게 되고 성추행으로 종신형으로 살게된 모리스 벨러미는 그가 묻어둔 원고를 다시 손에 쥐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시간이 흘러 젊은 청년은 주름이 진 초로의 사내가 되고 다시 자신이 훔쳐온 돈과 공책을 찾아나서지만 트렁크 안에 남아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때부터 다시 그는 아무 꺼리낌 없이 다시 살인을 저지르고 원고를 갖고 있던 피터 소버스와 맞닥드리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고조되어 치닫는다.
스티븐 킹이 생애 처음 도전한 탐정 추리소설인 이 소설은 빌 호지스의 3부작 중 2부에 해당하는 소설이다. 1부는 전작 <미스터 메르데세스>가 그 주인공이었고, 2부는 천재작가의 원고에 얽힌 사건을 <파인더스 키퍼스>다. 전작인 <미스터 메르데세스> 보다 훨씬 더 강력해졌고, 훨씬 더 촘촘하게 이야기를 매꿔 나간다. 특히 책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광기에 치달은 모리스 벨러미라는 인물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전작에서 보다 퇴직 형사인 빌 호지스가 막판에 활약하는 것이 좀 아쉽기는 했지만 스티븐 킹이 그려낸 이 작품은 서서히 그물망을 촘촘하게 조여내듯 서서히 이야기가 폭팔하고 있기에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특히나 이야기를 좋아하고 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작품 속 등장하는 작가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넘치는 상상력으로 스티븐 킹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굉장히 술술 잘 읽히면서도 그의 전공 분야이기에 더 소설가의 면면을 깊이 알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모리스 벨러미라는 인물이 지미 골드에 빠져 애정이 독으로 변해 결국 크나큰 화염으로 변질되어 많은 사람이 다치고, 죽게 되었지만 한 작품에 대해 그 작품을 애지중지한 그 마음은 이해가 된다.
애정의 발로가 모리스 벨러미에게는 크나큰 독이 되었지만, 또다른 독자인 피터 소버스는 적절하게 작품을 평가하며 자신의 진로를 찾아나서는 면에서 두 인물의 다른 면면을 바라보게 만든다. 추리소설 하면 스티븐 킹이 꼭 거론되는데 왜 그렇게 많은 이들이 그의 이름을 올리는가 했는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비로소 그의 저력을 실감하게 되었다. 읽는 내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흡입력과 재미, 감동이 가득한 작품이다.
"그레 결정적으로 네가 오해한 부분이야. 훌륭한 소설가는 등장인물들을 선도하지 않아. 그냥 따라가지. 훌륭한 소설가는 사건을 만들어내지 않아. 벌어지는 사건을 주시하다가 목격한 그대로 기록하지. 훌륭한 소설가는 자기가 신이 아니라 비서라는 걸 알아." - p.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