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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 1 - 5부 ㅣ 마스터스 오브 로마 5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6월
평점 :
카이사르의 서막이 시작되었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를 시작한 이래로 로마의 일인자를 시작으로 풀잎관, 포르투나의 선택, 카이사르의 여자들에 이어 5부인 카이사르까지 왔다. 길고 머나먼 여정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2015년 7월부터 지금까지 달려온 것이 감격스럽다. 아마도 7부작까지 모두 완결은을 맺는다면 이보다 더 큰 감동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콜린 매컬로가 쓴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는 그야말로 장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책이다.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는 15권의 책중 카이사르에 대한 이야기를 무려 두 권에 걸쳐 '카이사르'라는 인물의 매력을 마구마구 쏟아 놓는다. 실로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를 공부하면서 그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많은지를 그녀의 저서에서 톡톡히 느낄 수 있었기에 콜린 매컬로가 바라보는 카이사르의 모습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카이사르는 군인으로서, 로마인의 한 사람으로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다. 그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곧 로마이고,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 로마인이 많았기에 로마의 영광은 하루 아침에 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카이사르는 강인한 군인이자 영예로운 로마인이었기에 그가 가는 길에 안 되는 것이 없었고, 결이 다르지만 그를 지지하며 정치가로서, 군인으로서 입지를 다져 나간다. 그의 단단한 면모 속에서 폼페이우스와 결혼했고, 그의 아이를 낳다가 그녀는 죽음을 맞이한다. 카이사르는 자신의 딸인 율리아의 죽음과 곧 이어 죽음을 맞이한 자신의 어머니의 죽음에 깊이 슬퍼한다. 그럼에도 자신의 슬픔을 부하들에게 알리기 보다는 홀로 슬퍼하며 그들을 애도한다.
이로써 카이사르와 접점을 두었던 폼페이우스와의 관계가 율리아의 죽음으로 인해 흐트러진다. 결이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는 결국 가족이 아닌 경쟁관계로서 만나게 되는 신호탄이었다. '카이사르'는 로마를 통틀어 가장 불세출의 영웅으로 그려져 있는데, 그의 단점으로 꼽는 것이 바로 적은 머리 숱이다. 많은 매력을 갖고 있는 그에게도 없는 것이 머리 숱이니, 늘 그를 말할 때면 항상 언급되는 이야기 인 것 같다. 카이사르에게는 어린 아내가 있음에도 여기저기 정부를 두며 살아가고, 곳곳에 자식을 둔다.
그것이 그에게는 자연스러운듯 리안논과 사랑을 나누고, 아들을 낳았지만 그는 억지로 아들을 '로마인'으로 기르지 않는다. 왕의 딸인 리안논은 카이사르에게 왕을 꿈꾸라고 하지만 그는 단번에 거절한다. 로마에 대항하는 이들을 저지하러 가는 와중에도 그는 각 부족들에게 투항하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말대로 조용히 투항하면 그들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헤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존하겠다고 했으나 각 지방에서는 그의 말에 따라 하는 이들이 있기도 하지만 반기를 들며 격렬하게 저항한다. 카이사르는 조용히 투항한 지역에 대해서는 그의 말대로 약속을 지켰으나 꼼수를 부리는 지방민들에게는 가차없이 그들이 살던 공간을 파괴했다.
그의 생각들, 그가 하는 모든 것들을 바라보면 로마의 장단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로마가 이토록 많은 영토를 지배하고 오랫동안 영광의 빛을 간직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말하는 로마 공화정의 체제가 잘 돌아가는 것과 동시에 귀속된 지방에 대해 로마화하며 그들의 문화를 몰살시키지 않고, 그들의 문화를 존중해 주었다. 그들의 지배방식이 오랫동안 로마를 결속 시키며 살아오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카이사르의 행동과 몸짓을 통해 알 수 있다.
중간 중간 시리즈의 공간을 띄우고 책을 읽다보니 시간은 어느새 카이사르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지만 아직은 시작에 불과한 것인지 그를 보자하는 키케로와 리안논, 폼페이우스가 부각된다. 각각의 자리에서 빛나는 그들 사이에서 카이사르는 갈리아 원정에서의 어려움 속에서도 군인으로서의 용맹함과 영리함으로 임무를 해나간다. 책에서는 영웅 카이사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동시에 인간 카이사르에 대해 쓰여져 있기에 그저 그가 로마의 한 영웅으로 기억되기 보다는 자신만이 갖고 있는 기교와 남다른 지혜가있기에 어려운 돌파구도 잘 바져 나가는 생각이 든다. 그의 딸과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서도 결고 좌절되지 않는 강인함과 뼛속까지로 로마인이라는 결계가 어우러진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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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타니아여, 잘 있어라. 나는 너를 그리워하지 않으리라. 하지만 이제까지 아무도 가보지 않은 저 너머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이것은 작은 바다가 아니다. 대양이다. 위대한 바다의 신 넵투누스가 사는 곳이요, 우리 고마의 지중해 바깥이다. 어쩌면 내가 늙었을 때, 내 혈통과 권력이 요구하는 모든 과업을 끝마친 뒤에, 다단한 떡갈나무로 만든 베네티족의 배에 올라 가죽으로 만든 돛을 올리고 태양의 길을 따라 서방으로 가게 될지도 모른다. 로물루스는 마르스 평원의 염소 늪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춘 뒤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고, 사람들은 그가 천상의 신이 되었다고 믿었다. 하지만 나는 영원의 안개 속으로 항해해 가리라. 그리고 사람들은 내가 천상에서 신이 되었다고 믿으리라. 나의 율리아가 있는 곳.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율리아를 포룸 노마눔에서 태우고 영웅들 사이에 묻었다. 하지만 나는 일단 내 혈통과 권력이 요구하는 과업을 전부 끝마쳐야 한다. - p.62~63
어쩌면 나는 이렇게 끝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율리아 없이 살아간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아, 어째서 여자들이 이렇듯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 세상을 움직이는 건 여자들이 아니야, 여자들은 잘못이 없어. 그런데 어째서 여자들이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 여자들은 세상과 단절된 채 가정을 중심으로 살아가지 자식들과 집과 남자들 순서로. 여자들의 타고난 본성이 그러하니까. 그러니 그들에게 자식을 앞에우는 것만큼 잔인한 현실은 없어. 내 삶에서 그 부분은 이제 영원히 문이 닫혔다. - p.91
카이사르는 움츠리며 리안논의 손을 떨쳐냈다. 그의 눈빛이 번득였다. "리안논, 로마는 왕을 세우지 않소! 나 역시 로마에 왕이 서는 걸 동의하지 않고! 로마는 공화국이고 그 역사가 500년에 이르오! 나는 로마의 일인자가 될 것이지만 그렇다고 로마의 왕이 되겠다는 뜻은 아니오. 왕정은 구시대의 유물이오. 심지어 당신네 갈라이안들도 깨닫고 있는 사실 아니오. 나라는 선거 제도를 통해 바뀌는 사람들이 운영해야 더욱 번영하는 거요." 그가 뒤틀린 미소를 지었다. "능력 있는 사람들이 최고의 인물이 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선거요. 때로는 최악의 익물이 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 p.170~171
로마는 로마가 낳은 그 누구보다도 훨씬 위대하오. 내가 죽더라도 로마는 계속 다른 위대한 인물들을 낳을 것이오. 내가 떠날 때 로마는 내가 오기 전보다 더 세고 더 부유하고 더 강력해져 있을 것이도. 내 뒤에 올 자들은 내가 남긴 업적을 활용하고 향상시킬 것이오. 민주주의에서는 바보와 현자가 늘 공존하지만, 전반적으로 왕가의 계보다는 낫소. 위대한 왕이 하나 나오려면 보잘것없는 왕은 열 명은 거쳐야 하니까." - p.196~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