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 미술 100 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 100
차홍규.김성진 지음 / 미래타임즈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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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볼수록 새롭게 읽히는 미술 이야기 


 그림은 보면 볼수록 새로운 느낌이 든다.  마치 세계문학전집을 읽는 것처럼 언제 어느 시기에 다시 꺼내 읽어도 질리지 않고,  한 번 , 두 번 계속해서 볼 때마다 이야기가 첨가된다. 꺼내도 꺼내도 도저히 바닥이 보이지 않는 화수분 같은 그들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보고 또 보고, 반복해서 서양 미술을 찾아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읽게 된다. <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 미술 100>은 르네상스 , 마니에리슴, 바로크, 로코코,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바르비종, 사실주의, 현대 미술가들의 이야기까지 담고 있다.


조토 디 본도네를 시작으로 마사초, 얀 반 에이크, 레오다르도 다 빈치, 알브레히트 뒤러,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한스 홀바인등이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미술가라면 파르미자니노를 비롯해 엘 그레코까지 다소 생소한 이름의 미술가들이 마나에리슴을 대표하고 있다. 카라바조, 아르데미시아 젤틸레스키, 피테르 파울 루벤스, 니콜라 푸생, 렘브란트 판 레인, 요하네스 베르메르가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미술가다.


로코코 미술에서는 프랑수아 부셰, 프란시스코 고야등이 있고, 신고전주의를 대표하는 미술가는 자크 루이 다비드,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등이 있다. 낭만주의에서는 테오도르 제리코,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 외젠 들라크루아, 울리러엄 터너등 이름이 익숙한 미술가들이 포진되어 있다. 비르비종을 대표하는 미술가들은 테오도르 루소와 장 프랑수아 밀레가 있으며 사실주의에서는 귀스타브 쿠르베가 대표적이다.


인상주의에서는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에드가 드가, 조르주 쇠라, 폴 세잔, 폴 고갱, 빈센트 반 고흐,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등 명화를 떠올리면 절로 그들의 이름과 작품이 술술 나올 정도로 우리에게는 그들의 작품이 익숙하다. 마지막으로 현대 미술가들 중에서는 구스타프 클림트, 앙리 마티스, 에드바르 뭉크,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 마르크 샤갈,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파블로 피카소, 바실리 칸딘스키, 피트 몬드리안, 살바도르 달리, 잭슨 폴록까지 난해하지만 최고 경매가로 이름을 드높인 화가의 이름이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다. 


생경하게 접하는 화가들도 많았지만 익숙한 이름들이 많아 반가웠고, 그들의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성과 이름을 합친 이름은 몰랐기에 목차에 적혀진 그들의 풀네임이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렇기에 일부러 그들의 이름을 모두 적어놓았지만, 책은 100명의 화가와 작품을 다루면서도 각각 꽤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 그들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그들의 동상이나, 그림에 대한 구도, 뒷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서양 미숭을 이해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그들이 표현한 주인공들의 동상이나 화가의 동상들을 보면서 더 생동감있게 느껴졌고, 그들의 자화상을 보는 것 만큼이나 좋았다. 다만, 몇몇의 도판은 화소가 부족했던지 그림이 선명하게 실려있지 않고, 마치 그래픽으로 당시 화가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페이지가 있어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15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화가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들이 그림을 그렸을 당시에 모두에게 사랑을 받으며 많은 것을 영위했던 화가가 있는 반면 고흐 처럼 한 점의 그림만 팔았던 기구한 운명의 화가도 있다. 당시 맹 비난을 받았던 작품부터 시대의 유행처럼 번졌던 그들의 그림들. 그것들이 한데 모아져 그림이 되고, 소설이 되는 진한 이야기가 가득 들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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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오브 컬러링 - 컬러링, 그림을 이야기하다
김정일 지음 / 피치플럼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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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을 칠하면서 더 세밀하게 감상 할 수 있는 컬러링북!


 몇 해전 부터 유행처럼 번졌던 컬러링북을 기나긴 겨울 내내 몇 권의 책을 붙잡고 색을 칠했었다. 어릴 때 하던 놀이인줄만 알고 있었는데 멋지게, 예쁘게 그려진 스케치들의 그림들을 하나 둘 색을 채워 나가니 머릿 속에 떠돌아 다니던 잡생각도 없어지고, 계속해서 그림에만 집중을 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업을 계속 해왔다. 그렇게 몇 권의 컬러링북을 완성했고, 특색있는 컬러링북들을 다양하게 만나왔다. 재미도 있고, 시간 가는 줄 몰랐지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 같아 색을 칠하는 작업을 그만 두었는데 다시금 컬러링북에 빠져 버렸다.


<마스터스 오브 컬러링>은 이전의 많은 컬러링북과 다르게 양장본의 몸피를 갖고 있지만 무엇보다 화집을 보는 것 마냥  그림이 63점이나 묶여져 있어 색을 칠하러 책을 펼쳤다가 나도 모르게 화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읽으며 그림을 하나하나 바라보게 만든다. 이 책의 장점은 많은 명화를 수록해 놓은 것도 장점이지만 컬러링북이기에 기존의 명화를 색을 배제하고 스케치만 옆 면에 도판을  실어놓았는데 그것이 더 명화를 바라보는데 있어 더 세심하게 그림을 바라보게 만든다. 기존에 많이 보았던 명화 조차도 그림 속에 등장하는 새나 모델의 손동작, 풍경들이 다시금 보였다. 화려한 색채 때문에 혹은 화가의 유명세에 놓친 디테일한 선의 묘사가 작품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간결한 설명이 그림을 더 주시하도록 하는 효과를 주는 책이다.


 

 

그야말로 이 책은 책을 갖고 싶은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책이다. 컬러링북이지만 두터운 종이에 섬세하게 그려진 명화의 스케치에 흠이 될까봐 차마 감히 색연필을 들지 못했다. 보기만해도 아까워 눈으로만 그들의 치마와 얼굴, 머리색, 토슈즈를 칠하며 즐겁게 그림을 즐겼다. 기존에 많은 컬러링북들이 도안도 독창적이고, 점점 나오는 컬러링북 마다 각각의 테마가 멋있었지만 미술공부를 하는 동시에 명화를 재해석 할 수 있고, 다시 볼 수 있는 책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던 것 같다. 색을 칠하는 재미도 있지만 명화에 대한 이해, 깊이, 구도, 색감, 화가가 그림을 그리기까지의 수 많은 그의 인생들이 그림과 글 속에 녹아난다.

 

 

 

 

단순한 컬러링북이라기에는 책이 갖는 장점이 너무 많다. 다만, 아쉬운 점은 명화의 크기에 맞게 스케치 도안을 작업한 작품도 많지만 크기를 조절해 스케치를 작게 만든 도안도 있어 색을 칠하는데 있어 더 신경써서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 색을 뺀 스케치가 어찌나 간결한 선만 있는지...색을 뺀 그들의 그림이 이토록 단순하고, 복잡하고, 밋밋할 수 있구나 싶기도 하고 때론 너무나 많은 구성에 눈이 핑핑 돌기도 했다.
 

 

책과 함께 정성가득한, 책 속에 수록된 그림이 더해진 32종의 책갈피는 이 책이 얼마나 많은 작품을 수록해놓았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요즘 말로 마스터스 오브 컬러링은 '소장각'인 책이다. 색을 칠하는 것이 아까워 계속해서 쳐다보고 만져보고 얇은 종이를 대고 그려보는 재미가 있는 그림책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그림을 이야기하고 바라본다면 더 동서양의 미술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에 수록되지 않은 수 많은 그림들도 이런 구성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진짜 소장하고 갖고 싶은 책을 만나 들뜨는 마음으로 책을 만났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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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책꽂이 - 건축가 서현의 인문학적 상상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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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다층적인 이야기.

 언젠가 읽었던 글에서 주인공의 직업이 건축가였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여자와 부모의 사랑을 한껏 받아 마음이 고운 남자의 사랑이야기였다. 자신이 직접 지은 집의 장단점을 알기 위해서 맨 꼭대기 층에 잠시 기거하기 위해 짐을 싸서 갔으나 첫날부터 엘리베이터가 고장나 비상구로 걸어가다 돌맹이 같은 여자를 만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이야기인데 오래 전에 글을 읽고도 계속해서 마음에 남았다. 그 이야기 속에 남자 주인공은 건축은 모든 것의 총합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건축이라는 분야를 다시 봤던 것 같다.

단순히 사람이 사는 집을 짓는 것을 떠나 시작부터 끝까지 건축가가 견주어야 하는 원칙과 철학, 상상이 더해 만들어지는 이야기를 건축가 서현은 <상상의 책꽂이>를 통해 구현해 낸다.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를 통해 그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읽는 내내 편안하게 읽히지는 않았지만 제목처럼 건축을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볼 수 있었다. 그런 그의 생각들을 표현해 낸 책을 더 읽고 싶어 선택한 책이었지만 이번 책은 제목 그대로 그가 생각한 상상력을 시간과 공간, 정치와 외교, 동화와 우화, 중교와 인간, 역사와 해석, 과학과 사회 라는 여섯가지 주제를 놓고 마음껏 이야기를 품어낸다.

때때로 그것이 발칙한 상상이라고 할 만큼 그는 시공간의 이야기를 마음껏 버무려 낸다. 이전의 책을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 할 것이고, 건축의 가장 밑바탕이 되는 재료의 근원을 알고 싶어하는 이라면 흥미가 돋는 책일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전자의 이유 때문인지 기대와 다른 책이 생경하게 느껴져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기대와 다른 느낌의 책이었지만 경계를 넘어서는 상상이야 말로 다른 누군가가 만들어 내지 않는 것들을 손수 만들어내는 일이 아닌가 싶다.


건축가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요.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도 간단명료하게 정리, 준비되어 있다. 그것은 상상력과 논리다. 좀 더 풀면 합리적 상상력과 논리적 설득력이다. 건축은 존재하지 않는 무엇을 그려서 구현해야 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상상력이 필요하다. 물론 상상력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가장 큰 힘을 갖는 능력과 가치다. 여기서 합리적이라는 전제가 붙은 것은 공상, 망상과 구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력이 없는 공간에 팔이 등에 붙은 인간들을 위한 건물을 설계하는 상상을 굳이 건축에서 할 필요가 없다. 건축은 그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작업이다. 그 제약을 넘어서는 과정에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합리적 상상력이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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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 몸도 마음도 내 맘 같지 않은 어른들을 위한 본격 운동 장려 에세이
가쿠타 미츠요 지음, 이지수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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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날에 쉼표가 되어주는 운동 장려 에세이!


 운동의 정체기를 맞았다. 계속해서 실력이 쭉쭉쭉 올라갈 것 같았던 가볍고, 날렵했던 몸은 잠깐이고 근육통은 계속해서 따라다녔지만, 잠을 설칠 정도로 아픈 적은 처음이라 계속 해야되나, 말아야되나를 반복하고 있다. 30~40%의 여유를 두고 하면 마음에 차지 않고, 선생님을 따라 몸의 가동성을 넘어 욕심을 내어 운동을 하고 나면 어김없이 근육통이 온다. 강약 중간 약을 맞춰 운동을 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몸의 리듬에 맞춰 운동하는 것이 쉽지 않고, 하루 운동을 거르고 나면 나도 모르게 자기 합리화를 시켜 운동을 안 할 것이 분명하기에 꾸준하게 운동을 하고 있다. 아직 중년에 가까운 나이는 아니지만 운동하는 것이 쉽지 않고, '운동의 맛'을 알게된 소설가 가쿠다 미쓰요의 에세이는 구미가 당길 정도로 친근하고 귀여운 일러스트와 본문 디자인의 아기자기함이 엿보이는 책이다.


그녀가 이 책에서 꾸준히 한 운동은 마라톤이고, 산에서 달리는 운동과 등산, 스포츠센터, 요가, 베어풋러닝이다. 대체적으로 가쿠다 미쓰요는 소설가답게(?) 긴 호흡으로 하는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 도전하는 운동에 달리기가 많았다. 스포츠센터에 가볍게 발걸음으로 걸어갔지만 이내 가벼운 단상만 남겼을 뿐 취미에 없었고, 요가 역시 짧은 호흡으로 마쳤다. 가볍게 산을 산책하거나 산에서 뛰거나, 맨발로 달리기를 하는 운동에 취미를 붙여 운동을 해 나간다. 각각의 마라톤이 주는 매력과 체력에 따른 랩타임과 처음 뛰었을 때의 기록과 두번째 뛰었을 때의 기록이 점차 늘어나기는 했지만 뛰는 시간이 늘었고, 적극적으로 몸을 알아간다.


도쿄 마라톤을 비롯해 나하 마라톤을 네번 참가하고, 로테르담과 미우라 국제 시민 마라톤과 보르도의 메독 마라톤에 참가한다. 가쿠다 미쓰요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귀차니즘을 이기고 우연찮게 일로 참여하게 된 마라톤을 꾸준히 참가한다. 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그녀의 이야기가 생경하게 들렸고, 각각의 랩타임과 기록들을 살피며 술을 마시지 않고 달렸을 때 몸이 더 좋아졌다는 그녀의 이야기에 싱긋~웃음이 지어지기도 했다.


매일매일 꾸준히 운동을 하면 좋은데 사람인지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자주 느껴진다. 어느 때는 잠이 쏟아지고, 어느 때는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겁다. 그럼에도 꾸준히 운동을 하고, 몸을 가꾸는 이들이 대단해 보인다. 나이에 맞는 느긋하고, 당당하고, 씩씩한 어른이 되고자 하는 그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모든 이들이 자신의 나이에 맞게 어른이 된다면 참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책이다. 


 

 


 

아직 중년의 나이가 아니라서 그런지 가쿠다 미쓰요의 즐거운 운동을 위한 어른의 여덟 가지 자세에 고개가 끄덕이지 않는다. 다만 늘, 하고자 하는 운동에 대해 몸이 따라와 주지 않는데 욕심껏 했다가 다음날 후회하지 말고 천천히, 몸에 힘을 빼고 하라는 그녀의 조언에는 동의한다. 높은 뜻 보다는 몸의 상태에 따라 강약을 잘 맞춰서 운동하는 것이 좋다. 남을 의식하지 않으려 하지만 생각외로 앞과 옆에 붙어 있는 거울에 비추는 상대방의 모습에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조금 더 집중하고 천천히 나를 내려놓는 자세여야 오래 운동할 수 있는 비법일까. 정체기에 만난 가쿠다 미쓰요의 짧은 호흡의 글은 그녀의 운동 체험기인 동시에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운동 이야기이기도 하다. 특별하지 않지만 튼튼함 몸과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스스로 문을 여는 책. 삶의 리듬을 더 활기하게 해 줄 수 있는 책이다. 몸이 아프면 정신 조차도 가눌 수 없기에 활기하고, 경쾌하게 만드는 삶의 습관을 깨닫게 하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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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황궁연애담 상.하 세트 - 전2권
차소희 지음 / 연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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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간을 돌려 그와의 사랑을 이어나가는...

 

표지가 닮은 듯 다른 색채를 띄는 것이 책 속의 주인공 희련과 같다. 황제의 사랑을 손에 쥐고 있는 동시에 재물과 권력 모두 자신의 품에 녹여낸다.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황제인 이령의 온 마음을 뺏어버린 희련은 그에게 슬쩍 자신의 정적인 이를 말하고 황제는 희련의 손아귀에 황금을 쥐어준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며 모든 것을 거머쥐는 그녀는 그가 쥐어준 것이 독이 되고, 멍청하리만치 자신을 사랑하는 이령의 마음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수단으로서 그를 이용했다. 그러나 그녀가 막다른 낭떠러지에 섰을 때 그녀는 이령이 자신을 사랑한만큼 자신도 이령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화려한 꽃잎이 떨어지는 것처럼 낙화하는 순간에 그녀는 사약을 마시던 그 순간이 아닌 과거의 순간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타임슬립의 주제는 흔하지만 좋아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주인공의 삶이 허무하게 마감하는 순간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있다. 사실, <신 황궁연애담>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부분은 황제인 이령보다 여주인공 희련의 성격이나 말투 때문이었다.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남자를 교묘하게 꾀하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황제보다 더 자신이 우위에 있고, 자신의 손끝 하나면 움직이는 황제의 모습에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황제를 꺼리낌없이 까는 대목이었다. 당차다고 해야 하나 밉다고 해야 하나 그녀는 황제의 마음은 자신의 마음에 담아주지 않고 그에게 직접적이 아닌 간접적으로 돌리며 그녀의 정적들을 하나 둘 제거해 나가는 방식이 뭐랄까 측천무후나 장희빈, 클레오파트라 같은 인물을 떠올리게 한다.


과거의 두 사람은 서로를 만나지 않았을 때로 돌아가 있다. 이전 보다는 더 침착하고 이령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잔잔하게 흐른다. 동양적인 배경과 색채가 묻어나는 동시에 희련이 그를 어떻게 대하며 생각하고, 다시 그를 마음에 담아 서로를 품어가는 과정이 하권에 그리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상권보다는 하권이 재밌게 읽힌다. 다시 시간속으로 들어간 희련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과거의 자신이 택한 선택과는 다른 방법으로 이령과 시간을 보낸다. 어쩌면 타임슬립이라는 주제가 과거로 인한 반성의 회귀이다 보니 주인공들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그 부분을 생각하며 다른 방법을 추구하는 것처럼 <신 황궁연애담> 역시 그와 같은 방법의 생각들이 희련의 생각과 행동의 패턴이 달라진다.


다만, 아쉬운 점은 개인의 취향인지 모르겠지만 글 속에서 서로를 생각하는 애틋함이 문장 속에서 많이 드러나지 않는다. 처음 희련을 강한 색채의 주인공으로 느껴져 그런지 애잔함 보다는 잔잔하게 두 사람 사이의 이야기를 끝마쳤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다. 조금 더 달달했거나 조금 더 애틋함이 묻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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