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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황궁연애담 상.하 세트 - 전2권
차소희 지음 / 연필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다시 시간을 돌려 그와의 사랑을 이어나가는...
표지가 닮은 듯 다른 색채를 띄는 것이 책 속의 주인공 희련과 같다. 황제의 사랑을 손에 쥐고 있는 동시에 재물과 권력 모두 자신의 품에 녹여낸다.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황제인 이령의 온 마음을 뺏어버린 희련은 그에게 슬쩍 자신의 정적인 이를 말하고 황제는 희련의 손아귀에 황금을 쥐어준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며 모든 것을 거머쥐는 그녀는 그가 쥐어준 것이 독이 되고, 멍청하리만치 자신을 사랑하는 이령의 마음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수단으로서 그를 이용했다. 그러나 그녀가 막다른 낭떠러지에 섰을 때 그녀는 이령이 자신을 사랑한만큼 자신도 이령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화려한 꽃잎이 떨어지는 것처럼 낙화하는 순간에 그녀는 사약을 마시던 그 순간이 아닌 과거의 순간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타임슬립의 주제는 흔하지만 좋아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주인공의 삶이 허무하게 마감하는 순간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있다. 사실, <신 황궁연애담>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부분은 황제인 이령보다 여주인공 희련의 성격이나 말투 때문이었다.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남자를 교묘하게 꾀하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황제보다 더 자신이 우위에 있고, 자신의 손끝 하나면 움직이는 황제의 모습에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황제를 꺼리낌없이 까는 대목이었다. 당차다고 해야 하나 밉다고 해야 하나 그녀는 황제의 마음은 자신의 마음에 담아주지 않고 그에게 직접적이 아닌 간접적으로 돌리며 그녀의 정적들을 하나 둘 제거해 나가는 방식이 뭐랄까 측천무후나 장희빈, 클레오파트라 같은 인물을 떠올리게 한다.
과거의 두 사람은 서로를 만나지 않았을 때로 돌아가 있다. 이전 보다는 더 침착하고 이령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잔잔하게 흐른다. 동양적인 배경과 색채가 묻어나는 동시에 희련이 그를 어떻게 대하며 생각하고, 다시 그를 마음에 담아 서로를 품어가는 과정이 하권에 그리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상권보다는 하권이 재밌게 읽힌다. 다시 시간속으로 들어간 희련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과거의 자신이 택한 선택과는 다른 방법으로 이령과 시간을 보낸다. 어쩌면 타임슬립이라는 주제가 과거로 인한 반성의 회귀이다 보니 주인공들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그 부분을 생각하며 다른 방법을 추구하는 것처럼 <신 황궁연애담> 역시 그와 같은 방법의 생각들이 희련의 생각과 행동의 패턴이 달라진다.
다만, 아쉬운 점은 개인의 취향인지 모르겠지만 글 속에서 서로를 생각하는 애틋함이 문장 속에서 많이 드러나지 않는다. 처음 희련을 강한 색채의 주인공으로 느껴져 그런지 애잔함 보다는 잔잔하게 두 사람 사이의 이야기를 끝마쳤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다. 조금 더 달달했거나 조금 더 애틋함이 묻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