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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
구스미 마사유키 지음, 최윤영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8월
평점 :
책으로 먹는 먹방의 세계!
요즘은 바야흐로 먹방의 시대인가보다. 티비를 틀었다 하면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각양각색의 음식이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쿡방에 이어 먹방까지 계속해서 눈이 모자라 입까지 덩달아 침을 꿀떡 삼키고 있다. 더욱이 맛있는 음식도 중요하지만 식욕을 자극하는 것은 그 음식을 먹는 이의 모습이다. 라면 하나를 먹더라도 먹음직스럽게 먹는 이가 앞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젓가락을 들고 달려가고 싶게 만든다. 많은 먹방들 중에서도 코미디TV 채널에서 하는 '맛있는 녀석들'을 가장 좋아한다. 네 명의 패널이 모여 한식은 물론이고 전국각지의 음식 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음식들까지도 어마어마한 식탐으로 전부 그들의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개그맨들이라 그런지 그들이 하는 이야기들도 재밌고, 음식을 푸짐하게 맛있게, 식탐을 내며 먹는 모습에 여러번 그들과 같이 먹어보기도 하고, 다른 음식으로 그들의 먹방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며 침만 꿀떡꿀떡 삼켰다. 정말 식욕 가득한 방송이다 보니 그들의 방송을 보다 나도 먹부림에 맛있게 더해 먹다가 체중계의 숫자가 살포시 올라가 버렸다. 그럴 정도로 그들의 먹방은 대단하다.
방송에서의 '맛있는 녀석들'이 대단한 먹부림이라면 '고독한 미식가'의 원작자인 구스미 마사유키의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 역시 책으로 먹는 식욕 가득한 에세이다. 이젠 책 너마저도! 싶게 이 친근한 아저씨(처음보는 아저씨지만!)는 라면, 돈가스, 샌드위치, 카레, 젓갈등을 맛있게 먹어치운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이는 원래의 음식만을 먹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비법이 늘, 존재한다. 기존의 음식을 맛깔나게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먹는 시간, 먹는 순서, 맛있게 먹는 방법이 각 음식마다 존재한다. 그들의 맛대로, 팁대로 먹다보면 더 맛있는데 마치 '맛있는 녀석들'의 돼단한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라면을 후루룩~후루룩 소리를 내며 입안 가득 넣고 우물거리며 먹는다. 조용히 먹으면 그건 라면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듯!
구스미 마사유키의 글은 시종일관 그림과 글을 통해 고기구이, 라면, 돈가스, 도시락, 샌드위치, 생선회, 카레라이스, 나폴리탄, 낫토, 오니기리, 단팥방, 죽, 볶음국수, 중화냉면, 컵라면, 무, 고양이 맘마, 장어, 젓갈, 메밀국수, 튀김덮밥 두부, 오차즈케, 꽁치, 양배추, 소면까지 다양한 맛을 가진 음식을 이야기하면서 먹었던 음식에 대한 평가, 일본 음식의 특징, 재료, 하지 말아야 할 행동과 음식에 대한 추억이 글과 만화 속에서 살포시 드러난다. 일본의 음식들이 많아서 깊게 동화가 되지 않을 줄 알았는데 한국에 와서 감성돔에 횟장을 찍어 쌈을 싸먹었다는 이야기도 한다. 처음에는 느낄 수 없었던 회의 맛을 한 번 더 싸먹으니 비로소 감성돔의 맛을 알았다는 구스미 마사유키의 이야기. (감성돔을 쌈을 싸서 먹었다는 이야기에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와 황교익 맛칼럼니스트와 유시민 작가의 에피소드가 새록 새록 떠오른다. 감성돔을 쌈을 싸먹는 것은 돔에 대한 모욕이야! 하며 유시민 작가가 외쳤던 이야기가 생각나서 한참을 웃었다.)
구스미 마사유키는 먹는 것도 좋아하지만 섬세함을 추구하는 작가인가보다. 돈가스를 먹을 때 돈가스를 자른 조각을 왼쪽부터 먹을지, 오른쪽으로 먹을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그저 잘라지는 대로 손이 가는 대로 먹었을 뿐. 그러나 그는 저렇게 자르는 순서대로 먹어야 하고, 마지막 한 입이 작으면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책으로 먹는 먹방이 이렇게 재밌는지 그의 글을 통해 한참을 깔깔대다 호기롭게 우리나라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으며 재밌게 책을 맛있게 읽었다. 너무 많이 먹어서 체할 걱정도, 몸무게가 늘 걱정도 없는 이 매혹적인 식욕 자극 에세이는 더운 날 식욕을 자극하는 동시에 웃음을 한 가득 보너스로 넣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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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라면을 아주 좋아한다. '라면'이라는 글자만 봐도, '라면'이라고 발음만 해도 싱글멍글 기분이 좋아진다. '라'라고 발음할 때 혀의 움직임이 이미 라면의 고불고불한 노란 면을 연상시킨다.(덧붙여 메밀국수를 이르는 '소바'의 '소'는 마치 손으로 직접 친 얇은 소바를 후루룩거리는 느낌 '우동'의 '우'는 정말이지 하얗고 두꺼운 우동을 후루룩거리는 입 모양 같지 않은가?) - P.20
샌드위치 발명가, 존 몬테규 샌드위치 백작 (도박을 좋아해서 밥 먹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발명.) - P.51
빵의 살짝 쫀득한 식감에 앙꼬의 두툼한 닷맛이 한데 어우러지자, 단팥빵 특유의 은은한 달큰함이 혀 위로 밀려온다. 단팥빵에는 단맛과 함께 희미한 소금기가 있다. 이 희미한 소금의 맛을 느끼게 되는 순간, 어른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 P.99
뚜껑을 연 순간, 마치 운동회의 박 터트리기에서 박이 갈라지는 순간처럼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그 구수한, 기품 있는 눌어붙은 향. 거기에 휘감겨오는 양념의 매콤달콤한 향. 탁하고 젓가락을 세우고 싶어지는 기분을 진정시키고서 산초가루를 뿌린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장어에 젓가락을 푹 찔러 그대로 밥까지 내뚫어, 한 입 분량의 장어와 밥을 들어 올려 입으로 가져간다. 이 첫술이 최고다. 그 향히 입안에 가득 퍼진다. 가만히 턱을 움직이자 양념의 단맛이 좌르르 허물어지는 장어와 함게 밥과 뒤엉켜, 금세 입안은 농후한 감칠맛의 러브신이 된다. 혀가 떨리고 콧구멍이 넓어진다. 군침이 돌고 위가 으르렁거린다. 십이지장조차 '얼른 이쪽으로 보내'라며 솟구쳐오는 듯하다. - P.154~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