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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안녕달 지음 / 창비 / 2018년 7월
평점 :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온기의 인사
요시다 슈이치의 <사요나라 사요나라>(2009,노블마인)를 읽으면서 '사요나라'라는 인사말의 중의적인 표현을 느꼈던 것처럼 안녕달 작가의 <안녕> 또한 누군가에게 반갑게 해주는 인사말인 동시에 마지막을 고하는 인사말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반갑고, 그래서 더 슬픈. 제법 두꺼운 그림책 속에는 글밥이 많이 들어있지 않고 오직 그림 속에서의 소세지 할아버지와 강아지 한마리, 동글동글한 검은 폭탄이 그림책의 주인공이다. 처음에는 글밥이 하나 없는 그림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조차 감이 잡히지 않아 오랫동안 그림만 계속해서 멀뚱히 바라보았다. 소세지 할아버지의 모습에서도 어디가 머리이고, 다리인지, 얼굴의 눈,코,입과 할아버지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볼수록 소세지 할아버지의 외로움이 오롯하게 드러난다.
누군가에게 온기를 느끼고 싶은 마음에 사람의 몸피와 같은 두툼한 곰인형을 소파 한켠에 자리잡아 놓고, 그에게 몸을 기대어 눕는다. 그럼에도 그는 그 인형에게서 받은 안락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인형은 '쓰담쓰담'하며 다정히 몸을 쓸어주지도 않고, 마음을 외로운 할아버지의 마음을 달래주지도 않는다. 오직 자신의 마음 속에 가득한 슬픔을 눈물로 비워낼만큼의 포근함만 느껴질 뿐이다. 그런 시간 속에서 또 하나의 외로움이 가게 밖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자의적으로 주인을 찾아나선 것이 아닌 타의적인 주인 찾기다. 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아기 강아지를 반기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소세지 할아버지가 그 곁은 지나간다. 처음에는 그저 하나의 풍경처럼 지나쳤을 뿐, 시선을 두지 않았으나 이내 다시 발걸음을 돌린다.
그림책 속에서는 외로움이 외로움을 만나 서로를 어루만지고, 다시 외로움이 또 누군가를 만나 어루만지려는 이야기가 들어있는 책이다. 드넓은 우주 속에서 마치 먼 행성에서 나 밖에 없는 외로움을 겪게되고, 온기를 찾아 서로를 품게 된다. 서로의 종이 달라도, 혹여 너의 몸짓이 나에게 생채기를 낼지라도. 소세지 할아버지의 안녕은 시작부터 끝까지 애틋함이 느껴진다. 자신이 겪은 외로움을 알기 때문에 나와 함께한 아기 강아지가 부디 잘 살기를 바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누군가 온기를 나누어줄 사람이 없다면 인간도 동물도 모두 시들기 마련이다.
아이를 물가에 내놓는 것처럼 강아지의 안부가 궁금한 할아버지의 모습이 애잔하면서도 애틋했고, 내려다 보는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우리의 마음 속에 조금이나마 갖고 있지만, 바쁜 생활 속에서 꺼내들지 않는 '측은지심'이 드러나있다. 그래서 이 동화는 고요하게 울려퍼지는 종소리처럼 안녕이라는 말을 잔잔히 내뱉는다. 누군가에게 희미하지만 가장 밝은 등대처럼 빛나는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