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 식당
하라다 히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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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집을 물려받는 네가 부러워

[읽는하루 6] 조용하고 시끄러운 이곳



《헌책 식당》

 하라다 히카 지음

 김영주 옮김

 문학동네

 2024.1.15.



  《헌책 식당》을 읽는 동안 부러웠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문학을 배우고, 글을 쓸 뿐 아니라, 할아버지가 꾸리던 헌책방을 물려받는데, 이 헌책방을 고모할머니랑 나란히 꾸리는 모습도 부럽다. 나도 《헌책 식당》에 나오는 젊은 아가씨처럼 누구한테서 책집을 물려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논밭을 물려받지 않아도 좋다. 작은책집을 한 곳 물려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물려받은 책집에서 내가 말린 찻잎도 팔고, 내가 구운 빵도 팔고, 내가 키운 남새도 팔면 좋겠다.


  글을 쓰는 사람과 책을 읽는 사람이 머물 자리를 꾸리고 싶다. 아름다운 책을 골라서 읽으면서 작가라는 꿈을 키우는 책집을 해보고 싶다. 작가를 불러서 수다도 떨고 싶다. 책수다를 들으러 찾아오는 손님들 발걸움으로 문턱이 반질반질 닳는 책집을 차리고 싶다.


  도시에서는 마당이 사라진 집이 늘어난다. 도시에서는 카페가 자꾸 생긴다. 카페에는 빵을 함께 놓는다. 카페에서 빵과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 보인다. 책을 두는 카페도 제법 보이는데, 책은 꼭 장식처럼 꽂아둔다.


  카페를 다니다가 가끔 생각한다. 책꽂이에 있는 책이 사람을 찾아간다면 어떨까. 사람이 책을 찾아보려고 손을 내밀기 앞서, 책이 맞춤한 사람을 찾으려고 나서 본다면 재미있을 듯하다. 책도 사람 못잖게 스스로 길을 내며 산다. 


  책을 만나기 앞서와 책을 만나고 난 뒤는 다르다. 나는 책을 좋아하고 시골을 좋아하면서도 도시를 놓지 못하지만, 내가 책집을 꾸릴 수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모두를 담고 싶다. 스스로 풀죽지 말라고 북돋우면서, 풀죽은 이웃이 이곳에서 기운을 차릴 수 있기를 빈다. 더디게 자라는 나처럼 더디게 걸어가는 이웃과 책을 사이에 놓고서 이야기하고 싶다.


  누가 나한테 책집을 맡아 달라고 한다면 나는 기꺼이 열쇠를 받겠다. 나는 꿈을 내려놓지 않는다.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꿈에서도 이곳에서도 하루를 그린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는 작은책집을 하고 싶다. 아파트를 팔고서 이층집을 얻고 싶다. 한 층은 잠을 자고 글도 쓰는 곳으로 삼고, 한 층은 책집으로 꾸리고 싶다. 살림집이자 책집인 작은 이층집을 돌보면서 시인도 부를 수 있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작은책집을 차릴 수 있다면 언제나 책하고 살아가면서 글하고도 가깝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틈나는 대로 책집을 찾아간다. 시집만 파는 곳, 독립책방, 헌책방. 아기를 보며 헌책방을 꾸리는 어느 곳을 보면, 아기는 어느새 자라 유치원에 다닌다. 어느 책집은 사흘만 열더니 닫았다. 태어난 옛집을 고쳐서 책집으로 삼은 부부도 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부부가 하는 책집도 있다. 지친 얼굴로 겨우 버티는 듯한 책집이 있고, 환하게 핀 얼굴로 일하는 책집이 있다.


  책집은 조용하다. 그렇지만 책방은 시끌벅적하다. 조용하던 책집은 잔치집이 된다. 그러니까 《헌책 식당》이라는 이름처럼, 책집은 북적이는 잔치집 식당과 같고, 또 조용하게 잠기는 집과 같다. 



2026.9.29. 숲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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