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카 유적의 비밀
카르멘 로르바흐 지음, 박영구 옮김 / 푸른역사 / 1999년 5월
평점 :
품절


별 같은 모래그림

[읽는하루 2] 하늘을 보는 마음


《나스카 유적의 비밀》

 카르멘 로르바흐 글

 박영구 옮김

 푸른역사

 1999.5.8.



  어릴 때 우리 마을에 가뭄이 크게 들었다. 논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쩍쩍 갈라졌고, 마른논을 걷다가 갈라진 틈에 발이 빠져 넘어지기도 했다. 논밭이 타들어갈 적에는 비를 보내 달리는 비손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하늘 가까이 높이 올라가서 하늘이 잘 보이는 꼭대기에서 두 손을 비비고 빈다.


  마을 할머니는 장독대 앞에 서서 아이를 보내 달라고 빌기도 했다. 하늘에 대고 빌면서 마음을 다스린 셈이다.


  《나스카 유적의 비밀》을 읽었다. 나스카 유적이 어디일까? 지도를 펼친다. 스페인과 페루, 태평양과 대서양 같은 곳이 만난다. 마리아 라이헤라는 분은 스물아홉 살에 독일에서 페루로 건너갔다고 한다. 스페인이 한창 페루를 쥐락펴락할 무렵이고, 일본이 우리나라를 또 쥐락펴락하던 때이다. 1900년에 태어난 우리 할아버지는 한복을 입고 고무신을 신고 마당에서 도리깨질할 때이다. 이맘때에 마리아 라이헤라는 젊은 고고학자는 혼잣몸으로 비행기를 타고 기구를 타면서 페루 모래벌에 드넓게 펼친 그림을 살피고 찾고 기록으로 남겼다.


  나스카 모래벌에 누가 그림을 남겼을까. 옛날옛적 숲사람이 바위에 그림을 새기듯이 나스카 옛사람도 모래벌에 그림을 남겼을까.


  시골에 있는 비닐집은 길이가 80미터쯤 된다. 뒷산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면 까만 막대기처럼 곧게 가로세로로 돌이 놓인 듯이 보인다. 나스카 사막에 남은 그림은 시골 비닐집보다 크기도 하고 작기도 하다는데, 어떻게 반듯하거나 둥그스름하면서 여러 무늬로 그림을 남겼을까. 비행기로 하늘 높이 올라가야 알아볼 수 있는 그림은 어떻게 남겼을까.


  모래벌을 가본 적이 없어서 모래벌이 어떠한지 모른다. 모래벌에 남은 그림이 참으로 오래도록 닳지도 않는다니 놀랍다. 아직 나스카 유적 수수께끼를 못 풀었다고 하는데, 풀지 못 하는 수수께끼라고 하더라도, 이런 수수께끼 그림이 페루 모래벌 한복판에 있다고 알린 사람이 있고, 이 그림을 알린 사람을 제대로 이야기하려고 찾아간 사람이 있다.


  책이란 여행일기일까. 아직 모르는 수수께끼를 알려고 쓰는 책일까. 앞으로도 알기 어렵지만 물어보고 생각하려고 읽는 책일까. 밤이면 하늘에 별이 빛나고, 낮이면 하늘에 해가 환하다. 어린 날 마당에 누워 바라다보던 바다처럼 파란하늘에 숱한 별처럼 내가 찾아볼 별은 어디에 있을까. 


2026.8.24. 숲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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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사라 산 스케치 통신 - 화가의 마음이 담긴 아름다운 생태 일기
스즈키 마모루 지음, 이규원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늙어서도 젊어서도 숲에서

[읽는하루 1] 숲에서 피어나는 이야기


《바사라 산 스케치 통신》

스즈키 마오루

이규원 옮김

한울림어린이

2008.1.25.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사람은 숲 없이 살아갈 수 없다. 어머니 품이고 보금자리인 숲이 있어야 사람도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숲은 차츰 사라지고, 논밭도 어느새 줄어들고, 태양광이 자리를 차지하면서 찻길이 늘어나고, 높은 집채가 더 솟는다.


  마음에 돋는 별처럼 숲을 찾아본다. 마음을 밝히는 별처럼 숲에서 살림을 하는 나를 돌아본다. 올해(2026년) 여름은 가뭄이 길어서 소나무도 누렇게 말라간다. 이러다가 여름더위에 소나무마저 저절로 사라질지 모르겠다. 안동 멧골에서 지내다가 대구로 나와 보면, 길가에 선 나무조차 손바닥만큼밖에 흙을 못 누린다. 아스팔트와 보도블록 탓에 너무 좁고 작은 구멍에서 뿌리를 뻗을 데도 못 찾을 듯하다.


  적잖은 사람들이 정년퇴직이나 은퇴를 하고서 봇물 터지듯 시골살이를 하려고 떠나곤 한다. 젊어서는 숲을 품지 않다가 늙어서야 비로소 숲을 찾으려고 한다. 젊어서 도시에서 지친 몸과 사람물결에 치인 마음을 숲에서 달래려고 하는 듯하다. 그런데 젊을 적부터 숲에 깃들면 몸이 지치거나 마음이 치일 일도 줄거나 없지 않을까? 젊어서부터 숲과 시골을 품는 길은 없을까?


  《바사라 산 스케치 통신》은 내가 지내는 시골과 다르지 않은 삶을 보여준다. 일기 같고 동화 같고 그림책 같다. 아마 일기이면서 동화이고 그림책이겠지. 이 책을 쓰고 그린 분은 여태 그림책을 숱하게 냈는데, 하나같이 푸른빛으로 물결치는 이야기가 흐른다.


  늘 지켜보고 마주하는 하루를 담아내는 책인데, 늘 숲을 지켜보고 숲을 마주하는 하루이다. 그래서 온통 숲살림 이야기이다. 요즈음 어린이한테는 낯설 수 있고, 요즈음 어른한테도 낯설 수 있겠지. 그렇지만 우리 모두 숲을 품으며 살아가는 사람일 적에 스스로 빛난다는 이야기를 배울 만하다고 느낀다. 먼나라를 여행하는 이야기보다는 숲에서 나무를 지켜본 이야기로 우리 스스로 살린다. 멋스런 카페를 찾아다닌 이야기보다는 숲에서 새를 살펴본 이야기로 우리 스스로 깨운다.


  나는 오늘 안동 멧골집에서 무슨 이야기를 느끼면서 쓸 수 있을까. 나는 안동 멧골집에서 지내다가 대구 시내 아파트로 살짝 쉬러 나오면 무슨 하루를 느끼면서 말할 수 있을까. 《바사라 산 스케치 통신》을 써낸 스즈키 마모루 님은 모든 쪽마다 숲짐승과 숲풀꽃과 숲나무 이야기를 적었다. 나도 이렇게 멧골에서도 대구에서도 숲내음으로 푸른 이야기를 적어 보고 싶다. 


2026.8.15. 숲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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