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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전략 - 무시, 험담, 따돌림에 맞서는 ㅣ 마인드 북스 6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조경수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북폴리오에서 나온 '마인드 북스' 시리즈의 6번째 책이다. 앞선 5권의 책을 다 읽었고 그 전에 번역된 배르벨 바르데츠키 책(따귀 맞은 영혼, 여자의 심리학) 두권을 재미있게 읽어서 약간 기대했던것이 사실이다. '전략'이란말이 풍기는 상업성만큼ㅡ 이 책은 앞선 책들보다 별로 와닿지 않는다. 책 읽는 내내 도통 몰입이 안되 겉읽은 느낌. 물론 상당부분은 내가 직장경험이 없기 때문이겠지만.
앞선 두 책이 보편적 상황에서의 '마음상함'을 다룬다면 이 책은 직장생활에서 생기는 트러블에 대처하는 법을 말한다. '무시, 험담, 따돌림에 맞서는 마음의 전략'이라는 주제에 맞게 직장동료/상사와의 갈등사례들이 제시되어 있다. 대개의 심리학 책들이 그렇듯 작은일에 크게 상처받는 이유는 어릴적 겪은 상처 등 '개인의 급소'를 찔렀기 때문이라 설명하며 감정적으로 대처하지 말고, 회피하지도 말고 적극적/논리적으로 상대와 문제를 해결해 갈것을 지시한다. 그 전 책들이 상처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독여주는 성격이 강했다면 이 책은 어떻게 해결할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조금 딱딱하다.
왜 항상 피해받았다는 사람만 있고 스스로 가해자라며 괴로워 하는 사람은 없는가? 거의 모든 심리학 서적들이 상처받았다고 여기는 자의 '과잉된 피해의식'을 지적한다. 상대는 전혀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스스로 왜곡해서 듣는다든지, 그냥 웃어 넘길수 있는 일에 과민반응하여 크게 다툰다든지 등등. 물론 불필요한 피해의식을 없애고 긍정적으로 사고하는것은 중요하다. 하지만ㅡ '상처'의 의미는 늘 피해자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현재의 심리/우울증 치료는 거의 개인의 문제로 국한시킨다. (개인의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가족을 상담의 단위로 삼는 가족치료나, 사회를 비난하는 내러티브치료도 있긴 하지만 아직까진 소수다) 물론 특정 행동을 유발하는 개인적 특성이 없진 않겠지만 '개인 책임론'은 종종 '사회의 책임회피'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수많은 갈등 사례들이 많은 직장에서 대부분의 사람에 적용될 수 있는 문제라면ㅡ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는 시스템의 문제가 아닐까? 혹은 점점 더 남을 신뢰하지 않는 전체 사회 분위기의 문제가 아닐까?
저자가 사는 독일에는 직장 내 코칭/상담/슈퍼비전 등 상담치료가 비교적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모양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다 전문상담가의 도움으로 원만히 해결된 '모범적' 사례들이 여럿 나온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노조활동도 탄압받는 마당인데 그다지 좋을것 같진 않다.) 이 책 역시 갈등을 개인적 관계문제로 설정하기 때문에 사회적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시도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상담가가 치료하는건 무수한 개인들이고, 그런 한에서 즉각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무시, 험담, 따돌림'등이 어떤 보편적인 사회현상이 되고 있다면ㅡ 사회적 차원에서의 분석과 대안모색역시 필요하다고 본다.
스스로 소심해서 상처 잘 받고, 그래서 '위로'받고 싶다면 이 책보단 '따귀 맞은 영혼'이나 '여자의 심리학'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