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 -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의 굴레를 벗고 자주의 새 역사를 여는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 혁명 연구모임 지음 / 시대의창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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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체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지한지라 얼마전만 해도 '베네수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까마득하게 몰랐었다. 언제나 신문에 등장하는 얘기는 다 비슷비슷해 보였으니까. 얼마 전 한겨레에서 특집으로 베네수엘라에 대한 서로 다른 논지의 세 편의 글을 실었을때 그제서야 이런일이 있구나 했고 구체적으로 무슨 일들이 있던건지 궁금해졌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혁명'이. 지구 저편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걸까.

아. 핀트를 약간 잘못 잡은듯 싶다. '베네수엘라 혁명 연구모임'이라는 이름 때문에 덥석 집었는데. 엄밀히 말하면 '베네수엘라'보다는 '차베스'개인의 카리스마에 더 무게를 둔 듯 하다. 물론 베네수엘라 역사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설명해주지만, 반 차베스 세력의 견제를 어떻게 물리쳐 왔는지, 그가 이끌어 온 정책의 성과를 보여주며 온통 차베스를 지지하는 글이다. 아 물론 차베스가 잘못했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맹목적 비판'보다 더 무서운 게 '맹목적 지지'이기에. 가능한 문제점이나 부작용도 같이 분석해줬으면 훨씬 좋았을거란 생각이 든다.

'새사연(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처럼 베네수엘라를 '새로운 혁명주체'로 보는 긍정적 시각이 있는가 하면, 오세철 교수처럼  '미국의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주변부 자본주의의 생존전술'로 일축하는 부정적 시각도 있고 많은 사람들은 아직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여기는 듯 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무상의료'나 '무상교육'은 정말 좋은 길이긴 한데, 그 원천이 석유수입에 있다는 게 석연치 않다. 뭐 당분간은 그럴일 없겠지만 석유값이 떨어지면 어떻게 충당할건가. 혹은 '석유'라는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 같은 '빈국'은 어떻게 해야 할지? 분명 과거 큰 회사들과 일부 특권층이 석유수입을 독점하던 때 보다는 훨씬 진보했지만 차베스의 정책이 모두 좋은점만 있는건 아닐거다. 김수행 교수의 지적처럼 차베스를 지지하는 노동조합단체조차  노동조합의  경영참가를 반대하는 정책은 반대하니까.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이 불가능할지라도 가능한 문제점을 검토하는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런 점이 결여되어 있다.

베네수엘라가 석유를 지원하고, 쿠바는 의료진을 제공하는 시스템은 한의사를 지망하는 내게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였다. 소수이긴 하지만 '국경없는 의사회' 등 자신의 이익보다 '의료'의 사회성을 중요시 하는 의사들이 분명히 있다. 한편으로 의술에 약간의 사기를 더해 떼돈을 벌어들이는 의사역시 있다. 대부분의 의사는 매일 똑같은 진료와 일상을 반복하며 평범하게 살테지...10년 혹은 20년쯤 후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역동적이기 때문에 라틴아메리카에 남다를 애정을 보이시는 한 선생님은, 한번 사는 인생 3모작끔은 해야 하지 않겠냐며 자기도 몇 년 뒤에 라틴아메리카에 가서 총 잡을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너스레를 떠신다. 새파란 나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역동적이다. 88만원 세대라는 쓰라린 이름이, 한창 팍팍 튀어야 할 활력까지 빼앗아버렸나.

비록 베네수엘라 혁명이 '진정한 사회주의 혁명'이 아닌들 어떠랴. 어쨌든 많은 민중의 삶이 달라졌는걸. 우리나라도 저주받은 88만원 세대를 구제할 새로운 대안이 나오길...아니지. 차베스가 혁명의 의지를 키워나간건 20대였는데. '환상의 카리스마'는 목빠지게 기다릴 일이 아니라 만들어가야 맞는건데. '88만원 세대'에게 그런 희망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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