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로 산다는 것
시사저널 전.현직 기자 23명 지음 / 호미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시사저널을 처음 보기 시작한 건 2004년이었다. 갓 대학에 입학해 어리버리하던, 그러면서도 알고싶은 욕심만 많던 내게 누군가 추천했었다. 주간지라는게, 게다가 별로 알고싶지 않은 정치 이야기가 가득한 잡지는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왠지 안보면 허전했던지라 어떤 의무감(!)으로 거의 1년을 꼬박꼬박 사보곤 했다. 그렇게 시사저널에 익숙해질때쯤 소위 "진보적"이라는 성향에 이끌려 한겨레21로 전향했는데 처음엔 편집디자인이며 약간은 과격하고 치우친듯한 기사가 낯설어 한동안 적응하느라 애먹었었다. (사실 그 낯섬이 쉽게 가시지 않아 꽤 오랫동안 홍세화, 박노자, 김정란, 그 외 몇명의 고정칼럼만 열심히 읽었다.)그 땐 논조의 차이겠거니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단순히 "관점의 차이"만은 아니었던것 같다. 1년이라는 짧은 시기였지만 나름대로 "시사저널식 글쓰기"에 익숙해져 "눈"이 높아졌던게다.

알라딘에 친숙해지면서 좋은점 한가지는, 여러 서재지기님들의 정성들인 페이퍼와 리뷰 덕에 내가 굳이 찾으려들지 않던, 혹은 관심없던 소재를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는 거다. - 지금은 집에 TV가 없어 뉴스를 안보고, (하긴 뭐 TV가 있었을때도 한달에 한두시간 볼까말까 했으니), 신문도 잘 안읽고, 인터넷 뉴스도 안보니 내가 관심갖던 분야는 전공과 관련된 극히 협소한 영역이었다. - "시사저널 사태"가 일어났던 그 6월에 난 매주 밀려드는 시험에 지친 본과1학년이라는 핑계로 세상과 거의 담을 쌓고 살았고, 시험의 압박감에서 풀려날 때 쯤엔 개인적 고민으로 인한 폭음으로 또 혼자만의 세계에 살았다. 7월 얼떨결에 가진 알라디너들과의 모임에서 시사저널 관련 1인시위를 하신다는 승주나무님을 만났고, 그 뒤 시사in 창간식에 관한 여러 페이퍼들을 읽으며 조금씩 궁금해졌다. 시사저널이 좀 대단하긴 했었나보네! 난 왜 못느꼈지? -_-;;

기사란, 신문이든 주간지든 어떤 fact전달이 목적일 뿐 문장 자체가 고급일거란 생각은 미처 못했던 어리석은 나였다. 그쪽 방면엔 원체 아는게 없어 그저 학교에서 배웠던대로 육하원칙에 따라 건조하게 서술하는게 전부라 여겼던 탓에, 난 소위 글 잘쓴다는 기자들은 취재만 잘 하면 어떤 기사든 술술술 잘 써내려가는줄 알았다. 물론 취재의 질이 높으면 기사 쓰기가 수월한 건 사실일테지만 세상에, 당대의 문장가들에게까지 검열받은 기사였다니! 그런 "명품 기사"를 놓고도 시큰둥하던 내가 부끄럽다. - 하긴, 그 땐 잘쓴 문장과 조악한 문장을 가려내는 "눈"이 없었을 때니까. - 하여간, 이 책을 보면 그간 만들어진 시사저널을 위한 치열함이 뚝뚝 묻어난다. 영화든 책이든 기사든 혼신의 힘을 다한 명품은 보는 사람도 혼신의 힘을 다해서 봐야 하는데, 3000원이라는 사비를 털었단 알량한 이유로 소 닭보듯 쓱 훝었던 기사들이 떠올라 책 읽는 내내 민망했다. 꼭 시사저널에 국한된 얘긴 아니다. 선생님 한분이 말씀하시길 "펴는 즉시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좋은 책'들도 물론 있지만, 그런 수준이 아니라도 돈 만원 들여서 몇 개의 insight만 얻을 수 있대도 그정도의 가치는 하는거 아니냐". 아 과연 나는 text를 통해 무얼 얻으려 했던걸까. 쓰는 사람의 노고만큼 열심히 읽었던 적이 얼마나 있었나. 눈에 한번 "스쳤"다는데서, 혹은 책장 한켠을 채운 부피감만으로 "소유"의 만족에 빠졌던 건 아닐까.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에 알고있던 이름은 소설가 "김훈"뿐이었다. 이제보니 기자 한명 한명이 쟁쟁한 인물들인것 같다. 왠지 앞으로 이 사람들이 책을 낸다면, 전직 시사저널 기자라는 이유만으로 선뜻 집어들지 않을까 싶다. 책 가득 시사저널이 얼마나 '품격있는'주간지였는지 칭찬들 일색이지만, 그만큼 자신있다는 당당함으로 비춰지기에 거부감이 없다. - 사실 불편함이 없는건 아닌데, 생생한 빨간 표지와 장 구별 속지는 눈을 괴롭힌다. 빨간색을 싫어하는것은 아닌데, 형광느낌이 나는 이런 색(그것도 단색으로!) 표지로 쓴 책은 거의 본적이 없다! 강렬한건 좋지만... - '시사저널 기자로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되서인지 9월 15일에 나온다는 시사in 창간호가 사뭇 기다려진다. 이번엔 꼭꼭! 혼신의 힘을 다해서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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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9 0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29 0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29 0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Jade 2007-08-29 13:11   좋아요 0 | URL
ㅋㅋ 한번 맞춰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