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한 사람들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 <파우스트>에서 <당신들의 천국>까지, 철학, 세기의 문학을 읽다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학과 문학. 책 앞장을 보며 안어울릴듯 묘하게 어울리는 단어들을 곱씹어본다. 단어에서 따분함이 묻어나오는 '철학'과 이국적 음악이 흐르는 향긋한 카페. 그리고 고독한 문학작품들. 이성과 감성이라는 이분법아래 마치 상극처럼 나뉘어진 두 학문을 부드럽게 이어주는, 진한 에스프레소와 부드러운 우유가 만나 입안가득 달콤쌉싸름한 향취를 선사하듯, 강하게 잡아끄는 책.

잘 알려진 문학 작품을 두고 고상한 분석으로 독자를 주눅들게하는 책도, 그렇다고 어려운 방정식을 쉽고 명쾌하게 풀어주는 해설서도 아니다. 단지 빠져들게 할 뿐이다. 문학작품속 주인공들의 고뇌속으로 - 연결된 다른 작품의 주인공이나, 주인공을 통해 무언가 말하고자 했던 작가들의 고뇌, 그리고 그 문제를 두고 씨름했던 다른 철학자들의 고뇌까지  포괄하여 - 살며시 잡아끌더니, 어느새 주인공처럼 삶의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한다. 고맙게도(!) 주인공들의 고뇌를 슬쩍 우리들의 고뇌로 바꾸어놓고는 스스로 생각해보라고 숙제를 내주기까지!  

철학은 이성, 문학은 감성이라는 유치한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해, 읽기 전엔 건조하고 지루한 문체로 문학을 재미없게 해부해놓은 책일까 걱정하기도 했다. 왠걸. 친근한 구어체에 가끔 튀어나오는 시 구절들은 - 이미, 다른곳에서 보았던 시들도 상당수 있었으나, 예전엔 느끼지 못한 새로운 울림이 전해져온다. 아마 적절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리라. 수많은 시들이 줄줄이 늘어선 시집에서 만나는 시어와, 예기치 못한 곳에서 툭.툭.던져지는 시어의 느낌은, '색다르다'란 표현만으론 부족하다. -  한동안 뒤 단락을 못 읽도록 가슴을 흔들어 놓기도 한다. 인용된 - 제목만 보면 재미없어 보이는 - '철학 이론서'들의 구절도 왠지 쉽게 읽히는 느낌!

거의 모든 텍스트들은 일독에 다 파악되지 않겠지만 - 다시 읽을때 마다 새로운 구절이 눈에 띄고 새로운 느낌을 준다는 면에서 - 특히 문학작품은 그 새로움의 정도가 남다르다. 아무것도 모르고 읽었을 때와 누군가의 해석을 보고 - 특히 시대적 배경이나 상징과 관련해서 - 읽었을 때가  다르고, 주인공이 '남'처럼 느껴질 때와, 실제 주인공과 비슷한 상황일 때가 다를테니.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열 편의 작품 중 이미 읽었던것도 많지만, 내 기억속 구절과 이 책의 구절은 또 다르다. 불현듯 그 작품들을 다시 읽어보고픈 충동이 든다.

각 챕터마다 약간씩 다른 주제로 접근하지만, 결국 인간의 본질과 고뇌에 관한 여러 풍경이다. 사실 삶의고뇌야 말로 철학과 문학의 접점이자 본질일테니. 제목처럼 카페에서 담소 나누듯 편안하게, 하지만 가볍지만은 않게, 향긋한 커피와 쿠키를 즐기듯 다양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인간에 관한 - 그리 유쾌하지 만은 않은 - 진지한 질문을 던지길 좋아한다면 추천할만하다. 끊임없이 다양한 갈래길이 등장해 - 여러 철학자의 저서는 물론,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부터 신인 작가의 소설까지! - 손에 집고 싶은 책이 늘어나는 즐거움까지 곁들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