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따귀 맞은 영혼 - 마음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방법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장현숙 옮김 / 궁리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가슴속에 자신을 뒤흔들어놓은 한두개의 큰 상처를 안고 산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다른사람에게 인생을 바꿀 큰 상처 한두개를 주었다고 자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니, 자신이 상처주었다는 그 사실에 되려 더 큰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는 경우가 더 많다. 과연 마음은 '상처받기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대인관계에 있어서의 마음상함이란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것이다. 그러나 김선우 시인의 말처럼, "그 속에 함몰되지만 않는다면 상처는 살아있음의 생기발랄한 표현"이기도 하다. 즉, 생생하고 역동적인 대인관계일수록 서로가 마음상할 가능성은 크다. 하지만 진정으로 "생기발랄"한 관계라면 상처가 치유되어 보송보송한 새 살이 돋아나는 것 역시 빠르다.
상처를 받는것은 일어난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에 대한 해석이다. 저자는 풍부한 사례를 통해 '가해자'가 의도하지 않은 행동에 의해 깊은 상처를 받는 '피해자'들을 통해 '피해자'는 특정 사건에서 운명지워진것이 아니라 스스로 '피해자'이기를 선택했다는 사실을 슬며시 보여준다. 자신의 영혼이 전혀 다치지 않고 오히려 충만해질 수 있는데도 마치 프로그램된 것 처럼 기어이 암흑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말다니! 끝없이 물고 물리는 악순환은 대개 어린시절의 큰 경험에서 기인하는데 끝없이 상처받으면서도 또 그길을 선택하는 건 정말 가혹한 형벌이다. 그러나 적절한 도움과 의지가 있다면 그 형벌이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천국의 계단이 될수도 있다는 사실!
다른책들에 비해 이 책의 장점은 스스로 피해자라고 느끼는 사람을 따뜻하게 감싸주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말로 천천히 치유의 길로 안내해준다는 점이다. 단점이라면 비슷한 내용이 중언부언으로 반복되고, 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책이다 보니 치유 과정으로서의 큰 프레임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책 처음에 있는 정신과 전문의의 추천서처럼 이미 상담받고 있는 내담자들이 상담치료와 병행하며 읽을만한 책이다. 혹은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 볼 의지 - 어느정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전제로 한 - 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 만으로도 상당한 마음치유를 기대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