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괴테를 읽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류시건 옮김 / 오늘의책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전은 어렵다는 등식 때문에 손이 잘 가지 않는다. 나중에 읽어야지 하고 벼르다가 끝내 읽지 못하는 고전이 수두룩하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필생의 역작 <파우스트>도 벼르기만 하다가 여지껏 읽지 못한 고전 중 하나다. 학창시절 괴테의 자전적 사랑이 녹아 있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밤잠을 설치기도 했으나 <파우스트>는 감히 도전할 엄두를 못 냈다. 그러다 이번에 <폰 괴테를 읽다>를 통해 <파우스트>를 읽게 되었는데, 역시 녹록치 않은 작품이다.

<폰 괴테를 읽다>는 괴테에 관한 책도 아니고, 괴테의 작품에 관한 책도 아니다. 이 책은 <파우스트>의 다른 이름이다. 이 책이 녹록치 않은 이유는, 600 페이지를 넘는 방대한 분량이 주는 중압감은 차치하고라도 등장인물이 많은 희곡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다. 게다가 아름답지만 시에 가까운 대화를 이해하기가 도무지 어렵다.

괴테는 1부와 2부로 구성된 <파우스트>를 60년에 걸쳐 완성했다. 그의 나이 82세에 완성했으니 괴테의 인생과 함께 한 작품이다. 괴테는 이 작품에서 파우스트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해, 구원에 대해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성경의 <욥기>가 생각났다. 파우스트의 영혼을 놓고 주님과 내기를 하는 메피스토펠레스의 모습과 <욥기> 1장에서 욥을 두고 하나님께 사단이 시험을 요청하는 장면이 너무 흡사해서다.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를 유혹해서 파멸시키려 하고, 사단은 욥에게 고난을 주어 그 영혼을 파멸시키려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파우스트와 욥이 사단의 타겟이 된 것은 두 사람 모두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비범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욥이 경제적으로 부유한 재벌인데다 신을 향한 믿음이 깊은 사람이라면, 파우스트는 학식이 풍부한 지식인일 뿐 아니라 믿음까지 좋은 신앙인이다. 두 사람 모두 완벽에 가까운 인물이다. 신이 메피스토펠레스의 제안을 받아 들이고 하나님 역시 사단의 제안을 수락한 까닭은 유혹이나 고난이 와도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선이 악을 이길 것이라고 믿어서다. 결과적으로 파우스트와 욥은 우여곡절 끝에 영혼을 빼앗기지 않고 구원받는다. 선함의 승리다. 두 작품의 도입부와 결말이 매우 유사한 것으로 보아 괴테가 <파우스트>를 집필할 당시 <욥기>에서 모티브를 얻지 않았을까다.

<폰 괴테를 읽다>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어려운 책"이다. 방대한 분량과 심오한 철학, 진도가 나갈수록 난해한 스토리 전개와 아름답지만 거리가 느껴지는 시적인 대화. 책을 소화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며 씁쓸했다. 이번 책읽기는 스토리를 파악한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훗날 다시 읽게 되면 제대로 소화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