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 - 하나님의 인도하심만 믿고 달려온 삶 김길 목사의 제자도 시리즈 1
김길 지음 / 규장(규장문화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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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고 벼르던 이 책을 주문해 놓고 잔뜩 기대하며 기다렸다. 책은 나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져버리기는 커녕 기대 그 이상의 묵직한 깨달음과 감동을 주었다. 김길 목사님의 '길거리 목회'에 대해선 여러 경로를 통해 들어오던 터였다. 목회자가 어떻게 교회도 없이 목회를 하지, 성도도 없이 목회가 가능한가, 서울 한복판 명동 거리에서 교회를 개척했다는 게 무슨 말이지. 온통 궁금한 것 투성이었다.

 

첫장부터 충격적이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세상의 고난과 슬픔의 총집합소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그의 삶은 참혹했다. 목수였던 아버지는 큰형과 싸우고 그가 9살 때 약을 먹고 자살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죽기 전부터 다른 남자와 알고 지냈다는 이유로 형들에게 구타를 당한 뒤 집을 나갔다. 넷째 형은 중학교 3학년 때 가출하고, 셋째 형은 맡긴 돈을 큰형이 다 쓴 걸 알고 음독 자살하고, 둘째 형은 초등학교 3학 때 가출하고, 누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남자를 따라 나갔다. 형제들이 뿔뿔히 흩어져 지냈는데, 저자는 큰형네 얹혀 살았다. 큰형네서 기식하는 동안 큰형에게 이유없이 자주 매를 맞았다. 자다가도 맞고 허락없이 티비를 본다고 심하게 맞았다. 대학 졸업 후 선교단체 간사가 되어 한 자매와 교제할 때, 교원임용을 앞둔 딸과 연애한다는 이유로 여자 집에 불려가 또 매를 맞았다. 아픔과 상처로 점철된 인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그에게 군 입대는 인생의 전환점이 된다. 하나님께서 군대에서 기다리셨던 것이다. 군종사병이 되어 매일 새벽기도를 하던 중 하나님의 분명한 음성을 듣게 된다.

 

"정말로 예수님이 내 인생의 주인이시라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분명하게 말씀해주셔야만 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응답은 오지 않았다. 오기가 났다. 하나님, 저는 제 인생을 걸었습니다. 제가 얼마나 소중하게 그리고 열심히 꿈을 가꾸었는지 아실 겁니다. 그러나 이제 예수님이 주인되셨으니 주인의 생각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인생에 대한 계획을 말씀해주십시오. 적당히 말씀을 읽다가 해석되는 것 말고, 목사님 설교를 통하여 말씀하시지 마시고, 경건서적을 통하여 말씀하시지 마시고, 제 귀에 대고 직접 말씀해주십시오. 그래야 제가 의심 없이 따라갈 수 있겠습니다."(p33)

 

어느 날, 드디어 그의 마음에 세미한 음성이 들렸다.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 길아, 장차 네가 어떤 일을 할 건지 보여주고 싶은데, 그 일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지금 말하면 네가 도망갈 것 같다. 때가 되면 보여주마."(p34)
 

 그 뒤 거칠고 울퉁붕퉁하고 모나고 상처투성이인 성품을 다듬고 죄성과 싸우는 모진 훈련이 길고 길게 이어졌다. 음란과의 치열한 싸움, 자신과 타인의 연약함과의 싸움, 재정의 훈련, 순종의 훈련, 손해보는 훈련 등 하나님은 그를 사용하시기 위해 여러 해동안 철저하게 훈련하셨다. 그 가운데 음란과의 싸움은 목회자로서 쉽지 않은 고백이었을 텐데 너무도 진솔하게 밝히고 있다. 같은 문제로 씨름하는 이들에게 직접적인 도움과 도전이 되는 대목이다.

 

예수전도단 간사로 5년 넘게 한 캠퍼스 개척 사역을 정리하고 성남 모란시장에서 안디옥선교교회를 개척했다. 성전을 옮겨야 할 정도로 교회가 크게 부흥했으나 미련없이 떠났다. 개척 7개월 만에 "너를 위해 준비한 교회가 있다. 너와 꼭 하고 싶은 교회가 있단다"는 하나님의 음성에 순종하여 아무 대가 없이 후임자에게 교회를 물려주고 나온 것이다. 좋은 교회의 담임목사가 되는 것은 그의 삶이 아니다. 성도들이 좋아하는 교회를 세우는 것이 그의 사명이 아니다. 자신이 원하고 꿈꾸는 교회를 세우는 것도 그의 길이 아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회를 세우는 게 그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그의 사역은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고,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것도 없지만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사역이 틀림없다.

 

그는 명동 거리에서 홀로 기도하고 찬양하고 예배한다. 혼자 기도하고 예배하지만 결코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하나님 뜻 안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아멘"하고 말았다. 그는 행복한 도시 사역자이며 명동은 그의 사역지이다. 하나님 한 분만 인정할지라도 행복한 도시 사역자라는 고백에 콧날이 시큰해진다. 그가 도시의 거리에서 홀로 기도하고 찬양하고 예배하는 까닭은, 명동을 필두로 아시아의 대도시들을 기도와 예배로 기경해 교회를 세우고, 청년들을 그리스도의 거룩한 전사로 만드는 Metropolitan Missionary 데 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외롭게 홀로 걷는 그에게 뜨거운 응원의 박수와 존경을 표한다.

 

"하나님은 조국의 청년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 붙잡혀 아무것도 못하는 삶이 아니라 에수님의 제자로 사명을 받아서 그 사명을 이루는 삶을 살도록 가르치고 돕기 위한 도구로 나를 부르셨다. 청년들이 좋아하는 교회를 개척하기 위해서 나를 부르신 게 아니라 청년들이 하나님만 사랑하고 하나님의 사람이 되도록 돕는 책임을 맡고 있는 것이다."(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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